‘동원된 청소년들’은 행안부 봉사활동 인정 지침 ‘위배’
최성 고양시장은 “노벨평화상 추진”, ‘뜬구름 시정’ 여전

8월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을 맞아 고양시에서도 위안부 피해자 추모문화제가 열렸지만,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끌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최성 시장을 위한 이벤트에, 참가자들은 대부분 봉사활동을 미끼로 동원됐다는 지적이 나온 것.

지난 14일 일산 문화광장에서 열린 위안부 범시민 추모제.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자리를 채운 청소년들은 봉사활동 시간을 미끼로 동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양시 등에 따르면 고양문화원 소속 고양시향토민속예술연합회는 지난 14일 일산문화광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사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회복 촉구를 위한 범시민 진혼제’를 열었다.

고양시와 고양시의회 등이 후원한 행사로, 고양시는 이 행사에 2,300만 원을 지원했다. 올해로 6번째인 행사의 지원액은 지난해보다 1,000만 원이 늘었다. 지역 단체들의 협찬도 상당했다. 최성 고양시장, 소영환 시의회 의장, 우영택 부의장, 일부 시의원들이 참여했다. 최성 시장과 소영환 의장은 행사 끝까지 남아 기념촬영도 했다. 

현장은 어땠을까. 당일 현장은 ‘범시민 진혼제’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외빈도 상당수 불참해 행사시간이 미뤄질 정도. 전국적으로 내린 비가 한몫했다. 

빈 공간을 채운 것은 주최측이 제공한 단체티셔츠를 입은 청소년들이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일까. 확인결과 동원의 혐의가 짙다.

행사와 관련이 있는 고양시 여성청소년과, 고양시향토민속예술연합회, 고양시자원봉사센터에 확인한 결과 이들은 봉사활동 시간 인정을 받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었다. 고양문화원이 자원봉사센터에 협조를 구해 250명이 신청, 행사장에는 180여명 정도가 모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4시간의 봉사시간을 약속받았다.

이들 청소년들을 뽑은 이유는 행사보조. 위안부 진혼제에 참석한 내빈 및 관계자가 기껏 20여명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행사보조 250명은 어색하다. 결국 참여자가 적어 자리채우기용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들은 이날 주최측이 준비한 골판지에 위안부 추모 문구를 직접 작성하고 이를 손에 들고 위안부 소녀상부터 라페스타까지, 다시 문화광장으로 약 1.5km 가량 행진을 했다. 계획에는 있지만 우천으로 인해 진행되지 못한 만장기 상여행렬도 이들 청소년들이 들기로 한 것이다. 이를 인정하더라도 실제 봉사활동을 한 것은 1시간 수준이다.

이와 관련 김우규 고양시향토민속예술연합회장(고양문화원 부원장)은 “오해가 있다. 청소년들이 위안부 추모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큰 공부가 되기 때문에 비도 피할 겸 관람하게 한 것”이라면서, “매년 행사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만장기 상여행렬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우천으로 취소된 것 뿐이다. 위안부 행사에 참여해 생기는 애국심이나 교육효과가 봉사시간 4시간의 가치보다 크다”고 반박했다.

이를 인정하더라도 수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행사 인력 대부분을 청소년으로 채우고 이도 봉사시간 인정만으로 교환한 셈이다. 지자체의 기념식에 청소년을 동원한 수준인데, 이를 교육적으로 봐야 하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현재 주최측은 당일 행사에 참여한 180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약속대로 4시간의 봉사시간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들이 사전 리허설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행사 끝까지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식의 해석은 행안부 지침 위반의 소지가 있다. 

행정안전부가 2010년 마련해 지금까지 시군 자원봉사센터에서 활용되고 있는 봉사시간 인정 지침에는 ‘(봉사자들이)지자체의 기념식 등의 공공행사에 단순 동원식으로 참여한 경우 봉사활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런데도 고양시자원봉사센터측은 이를 문서상으로만 심사하고 있어 일선 단체들이 동원된 관객으로 청소년들이 이용되더라도 문제를 삼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고양문화원이 봉사활동을 모집할 당시 만장기 상여 행렬 등 봉사활동 행위를 적시한 계획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모집의 문제점은 없다”면서도, “아직 봉사시간 인정을 위한 서류는 도착하지 않았다. 서류가 들어오면 판단할 예정이다. 문제가 있을 경우 봉사활동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관계자는 “일부 단체들이 봉사활동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우리도 매번 서류상으로만 봉사활동 인정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장을 찾아 봉사활동 내용을 평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을 동원하는 행사가 이번 뿐도 아니다. 위안부 진혼제 다음날인 15일 광복회의 행사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단순 참가자 역할이나, 주최측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학생들이 활용된다는 지적.

고양시에 따르면 이날 최성 시장은 위안부 피해자 노벨평화상 추진을 천명하고, 추천 서명운동의 본격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최 시장의 행보가 이미 실패한 유엔 사무국 유치처럼 단체장의 고유권한을 떠난 뜬구름 행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일선 단체들이 당장 인건비 지급이 필요없는 청소년들을 봉사시간 인정이라는 미끼로 활용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어른들이 주도하고 어른들이 만든 행사에서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봉사활동 점수 때문에 단지 동원된 객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제대로 봉사활동을 하지 않고, 봉사점수를 받는 편법을 통해 과연 우리 청소년이 무엇을 배울지 걱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최 시장의 ‘뜬구름 행보’도 말들이 나온다. 고양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최성 고양시장은 ‘유엔 평화기구 고양 유치’, ‘위안부 피해자 노벨평화상 추진’ 등의 그간 주장을 반복했다. 노벨평화상 추진은 서명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를 보는 시민들의 눈은 싸늘하다. 지난해부터 최 시장이 주장해 온 이들 요구는 그 자체로 공감할 수야 있겠지만, 기초단체장이 다뤄야 할 의제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높다. 고양시장으로 다뤄야 할 시정현안은 도외시 하고 실현가능성이 확인되지 않는 거시적 주제에만 매달린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올해 7월 <한겨레>는 이를 '뜬구름 이벤트 시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발언을 포함해 위안부 문제를 지방자치단체장이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