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도 떨어지고 집도 내줘야 하고/아무래도 산골 마을 들어가 수수나 키우며 살아야겄다/오늘 아침은 돌담 타고 올라간 댕댕이 열매랑/까막까치가 먹다 냄긴 야식 주워 먹고 있는 중인디/달큰허다/궐기대회 올라간 왜가리는 물대포 맞고 날개 꺾여/사경 헤매고 있다는디 괜찮은지 모르겄다/어디 무서워 땅바닥에 발 딛고 살긋냐/까막까치야 미얀스런 얘기지먼서두/남는 방 있으먼 한 칸만 빌려주라/슨거 끝나먼 내려와 열심히 일 해갖고/탱자 한 봉다리 주께/엊저녁 홑이불 덮고 잤더니 삭신 쑤시고/발톱까지 빠져 꼴이 말이 아니다/근디 담 대통령 슨거 언제 허냐”(말벗·2-희망가 전문)

육근상 시인의 시집『만개』가 솔 출판사에서 11월 9일 출간된다. 시인은 시가 채 60여 편이 안 되는 시집 안에서 저잣거리에서 듣고 겪은 이야기들로 한 세계를 구축해 냈다. 시는 시인데 그는 의뭉스런 충청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려대 고형진 교수는 발문에서 “아주 오랜만에 서정과 서사가 절묘하게 만나 끈적끈적한 사람의 채취와 가녀린 인간 내면의 감성이 동시에 묻어나는 시를 읽었다.”고, “이 시집에서 몇 번 나오는 해학과 기지도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스마트 폰의 사용 맥락에서 ‘오렌지’와 ‘ㅅ ㅂ ㄴ’이란 시어로 유발되는 그 웃음 속엔 사람 사이의 오해와 사랑, 더 나아가 인간 삶에 내재된 감정의 반어와 역설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 한국의 오랜 문학 전통인 그 융숭 깊은 웃음을 오늘의 시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큰 축복이다.”라고 밝혔다.

임우기 문학평론가는 육 시인의 시가 “허접하기가 짝이 없이 추락한 오늘의 한국 문단에 대한 고독한 문학적 저항의 결정체로도 읽힌다.”며, 가난한 시인의 삶에서 시의 바탕을 찾는 자재연원의 시를 쓰고 있어 독자들에게 시적 진실성을 강하게 느끼게 해 주는 것 아니겠냐고 평했다.

육 시인은 1960년 대전에서 태어나 『삶의문학』에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고 시집으로 『절창』(2013, 솔)이 있다. 시인은 1979년, 대학 입시의 실패와 터전의 수몰로 인한 외로움과 소외감에 빠졌다. 여기서 벗어나고자 어죽과 소주로 위장을 채우면서, 건달로 대청호 주변을 떠돌기 시작했다. 이때, 우연히 한국전쟁 실향민 거주지인 천개동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시와 첫 인인을 맺었다.

한편, 부록에는 시집에 나오는 시어들 중 사투리, 고유어, 난해하거나 낯선 말 등을 골라 낱말 풀이를 해 놓았다. 시인의 ‘기름진 언어자원’을 생소하게 여길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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