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달리 91X72.9cm 장지에 석채 2016.
三合 (삼합)53X45.6cm 장지에 석채 2016.
三合 116.8X91cm 장지에 석채 2013.
숲 130.5X97cm 장지에 석채 2015.
神秘 (신비)73X60.8cm 장지에 석채 2016.

우리는 먼저 그림의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주체와 주체로 하여금 반응하게 하는 대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체와 대상이 화해와 조화를 모색하는 그림을 행복한 서정이라고 설정할 때 나는 임종두의 그림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는 분명 행복한 서정을 선택했으며 자연스럽게 ‘모든 세상을 다 살펴보는’ 관음(觀音)의 원융 무애한 세계를 추구한다.  그리고 미학적 성취에 성공적으로 도달한 균질의 화폭을 우리는 대부분 그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인 이성복의 ‘사소한 것이 운명이에요. 별것 아닌 이미지를 쌓아두면, 그 안에서 주제는 자연히 흘러나와요.  나선(螺線) 안에 직선이 숨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이성복 시론, 『무한화서』」와도 통하는 말이다.  천태에서 말하는 원족(圓足), 즉 어떤 사물일지라도 모든 현상과 본체를 갖추었으므로 구족 具足하여 모든 덕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같은 세계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비루한 일상의 사소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형식을 통해 전진하려는 화가의 작업이야 말로 부분과 전체의 통일성을 가져온다.

임종두는 우리가 환호할 수밖에 없는 색채의 향연(饗宴)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는 주체가 관계 맺고 있는 세계와의 조화를 추구해서 얻은 절정의 메타포를 현란하게 보여준다. 복사꽃이 피고 햇살이 황홀한 봄날이거나 은행잎이 가득한 만추의 계절이 무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허공에서 제 부챗살 활활 젓는 색감의 오르가즘을 마주하다 보면 문득 세상의 수많은 의미들이 떠오른다.  그리하여 ‘그림을 읽는(讀畵)’ 일 또한 마땅히 행복감에 젖을 수밖에 없다.

충만한 나뭇잎들이 사정없이 존재의 심연에 나부끼며 울렁거릴 때, 화폭으로 걸어 들어가 여인과 새와 물고기 들과 만나 사랑을 이루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것은 은행나무가 견딘 천년의 세월까지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전통적인 오방색의 진정한 승리이기도 하다. 임종두의 그림을 처음 접하게 되는 순간 우리의 내면으로 심미적 천둥소리가 몰려온다. 오욕칠정에 눈이 먼 인간계의 허망한 안개가 걷히는 순간을 화폭으로 만나면서 저절로 탄성이 솟아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우리 앞에 가슴 벅찬 적요(寂寥)가 이내 찾아든다.

우리는 임종두의 그림에서 신화적 여인과 온갖 사물들의 합창 소리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다. 일체의 고통과 슬픔을 넘어선 관음(觀音)은 우리가 속한 현상계를 알 수 없는 낭만과 행복감으로 채워준다.  바람이 엎질러질 것 같고, 체위를 바꾸듯 새와 여인의 위치가 바뀌고, 인간과 꽃과 바람이 서로 하나가 되는 미학의 세계가 펼쳐진다. 임종두의 그림은 빛과 어둠, 선악과 미추,  사랑과 미움, 생성과 소멸이 분리되지 않은 채 시공간에서 미분화로 상생하고 있다. 성(聖)과 속(俗)을 한 자리로 초대해 화려한 우화(寓話)의 잔칫상과 식물성의 찬란한 근육질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아직도 탄력을 유지한 탱탱한 오브제들은 각자 빛과 어둠을 오묘하게 발현하면서, 구원의 빛깔이 되어 화해를 요구한다. 하늘에 화려한 별자리의 축제가 있다면 지상엔 임종두가 빚어낸 색채의 축제가 파장을 이룬다. 이제 서서히 정든 이웃과 사물의 꿈을 향해 관음이 말을 걸 차례다.  이러한 순간이야말로 대상에 대한 소외와 차별을 인식하는 현실의 분별지를 일시에 끊어줄 기회다. 오랜 기간 구름으로 떠돈 물고기들이 마침내 지상의 삼라만상을 향해 허공에서 참을 수 없는 축포를 터트리고야 만다.

혹시 당신이 숨기고 싶은 슬픈 사랑이 있거든 그 슬픔의 배꼽을 하늘로 향하여 항아리 속에 차곡차곡 쟁여두도록 하자. 그래야 관음의 몸속에 내장된 감칠맛 나는 열락이 마음을 활짝 열고 그릇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짜릿한 첫 키스의 울림처럼 당신의 감각기관에 닿기만 하면 누구든지 경련을 일으킬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관음은 성품이 워낙 어진 까닭에 마지막까지 비애를 맛본 사람들의 망집妄執을 붉은 폐부 깊이깊이 잘 받아 들인다.

이제 관음이 꾸린 행복한 집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임종두의 그림을 보고 향기로운 꽃봉오리를 세상에 띄울 차례다. 저무는 바닷가에 가을이 깊어가면서 집집마다 자유로운 상상의 깃발이 펄럭인다.  깃발은 강렬한 기원이며 새로운 이데아에 대한 소망을 나타낸다. 아름다운 관음이 품었던 연민과 환희가 서로 손을 잡고 영롱한 사리舍利처럼 바람에 쏟아질 태세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의 이름값을 생각하게 되는 순간 이다. 이제 작별이다. 굿바이, 관음아. 여기까지 우리가 동행하고 함께 기뻐했지만 너는 다시 태초의 어둠인 혼돈(混沌)으로 돌아가야 한다.

▶ 임 종 두 (林鍾斗) Lim, jong doo
전남대학교 졸업
중앙대학교 대학원 졸업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20회 (공평아트센터, 백악미술관, 금호미술관, 미국KM아트센터, 예술의 전당 등)
KIAF (COEX)
SOAF (COEX)
화랑미술제 (예술의전당)
Europ' ART 2008 (제네바)
AIAA2008 (홍콩)
ART Singapore2008 (싱가폴)
아트바젤 (스위스)
휴스턴 아트페어 (미국)
햄튼 아트페어 (미국)
대만 아트페어 (대만)
CHENNAI CHAMBER BIENNALE (인도)
K-art (미국)
국내외 초대전 350여 회 출품

현 : 전통과 형상전, 일레븐회, 오늘과 하제를 위한 모색전, 그룹새벽회, 한국미술협회 회원
성균관대 겸임교수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지방검찰청, 금호아시아나, 한글과컴퓨터, 한국제지, 한국짐보리, (주)세인, 알바코퍼레이션, (주)대기해양, (주)동양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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