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봉쇄보다는 관여, 북한정책 업그레이드해야”
김준형 “정부주도 통일론 위험, 촛불 성과 활용해야”
백장현 “2·29 합의 재확인으로 대화통로 확보부터”

출범 한 달째를 맞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남북대화를 기초로 한 햇볕정책 3.0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심화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책제안이다.

지난 26일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가량 고양시에서 진행된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 세미나 ‘새 정부에 바라는 남북관계복원과 평화통일 정책방향’에서 나온 얘기다.

이날 세미나는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前통일부 장관)가 지난정권의 대북정책 기조를 중심으로 발제를,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와 백장현 고양파주통일시민학교 교장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세현 상임대표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쳐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40년 간 통일 문제를 다뤄온 대북문제 전문가다. 김준형 교수는 문재인 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세현 대표는 발제를 통해 해방 후 이승만, 장면,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북한 봉쇄전략에 기초한 안보중심 대북정책을 추구한 시기로 평가했다.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봉쇄정책에서 관여정책으로의 전환과 남북공존이 추진된 시기로 구분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추구된 남북 화해협력 기조를 높이 평가했다.

오랜 기간 대북 정책을 담당해오면서 쌓인 정권에 대한 평가도 관심을 모았다.

정 대표는 “김영삼 정부는 민간정부임에도 대북 봉쇄정책을 추진하고 적대적인 대북관을 가지고 있었다”며,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붕괴론을 머릿속에 넣고 있었다. 미북 대화를 말리기도 하고, 북한체제가 붕괴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와 관련해서는 “인수위부터 대북 봉쇄정책과 평화체제를 위한 프로세스가 사라져 통일부의 역할이 축소됐다. 통일부 폐지까지 얘기가 나왔다”고 기억했다.

반면에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는 “남북문제에 대해선 일선 학자보다도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정 상임대표는 북한이 현실적으로 붕괴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추구했던 대북 화해협력 분위기를 잇는 햇볕정책 3.0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상임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는 제대로 가고 있다. 취임 4일 만에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대화와 제재 투트랙 전략을 명확히 하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 평가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40년 현장에서 일해 보니 통일을 위해서는 봉쇄정책 보다는 관여, 국방을 튼튼히 하면서 남북협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업그레이드된 햇볕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지난 9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새 정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방향이 제시됐다.

김준형 교수는 “가장 값싼 국방안보는 외교다. 보수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일컬어)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이후 9년간의 보수정부는 말아먹은 9년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안보장사꾼들이 통일정책을 망가뜨렸다. 북한의 위협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에는 외교가 미국의 바짓가랑이만 잡고 있으면 되는 일차방정식이었지만. 이제 사드(THAAD)에서 보듯이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는 고차방정식의 세련된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도 사악하다. 통일논의에서 민간을 삭제하고 붕괴론과 정부주도의 통일론만 남겼다. 이제 통일의 거버넌스가 민간으로 넘어가야 한다. 촛불이 만든 민주주의와 정권교체가 평화통일 체제 정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백장현 교장은 지난 20년간의 한미관계가 엇나갔다는 진단과 함께 새로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제언을 내놨다.

그는 “한미관계는 지난 20년 엇나가는 20년이었다. 전반기 10년은 한국은 관여정책(김대중, 노무현 정부) 미국은 봉쇄정책(부시 행정부), 이후 10년은 그 반대로 한국은 봉쇄정책(이명박, 박근혜 정부) 미국은 관여정책(오바마 행정부)이어서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서는 2·29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 6자회담을 복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교장은 “6자회담 재개와 남북 종전선언으로 동력을 강화시킨 다음, 남북회담 정례화를 새 정부 임기 내 실현한다면 좋을 것”이라며, “평화협정의 체결과 북핵폐기 선언에 이은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가 새로운 안보협력 질서를 구축하면 사실상 통일이 되는 것 아닌가”라며 거친 의미의 새 정부에 바라는 대북정책 제안을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2017고양평화통일 학술·예술제의 일환으로 어울림누리에서 개최됐다. 고양시민회와 통일을이루는사람들이 주관했다. 김미수 고양시민회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았으며, 행사도중 최성 고양시장도 참석해 평화통일 중심도시로서의 고양시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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