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기관의 일탈일까, 고양시 행정에 대한 불신일까. 지난해 10월 7일 개소한 고양시 자치공동체지원센터(이하 센터)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를 조짐이다.

고양시가 센터 대표기관의 운영비 횡령과 배임을 의심하고 수사의뢰에 나선 상황에서, 고발당한 ‘네트워크 고리’측은 “특정 단체가 센터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했다. 고양시는 우리가 지역을 모른다며 배제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해 고양시 주민자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으로 출범한 자치공동체 지원센터. 하지만 수탁기관간 갈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네트워크 고리 김정찬 대표는 지난 1일 <미디어고양>과의 통화에서 “고양시가 특정 단체에만 간접비를 지원하는 등 민간위수탁 사업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계약해지가 되더라도 진실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운영비 정산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 위수탁사업 운영 전반의 문제를 밝히기 위해서란 뉘앙스다. 

앞서 고양시는 네트워크 고리가 지난해 시로부터 지원받은 운영비 정산을 특별한 사유 없이 하지 않고 있다며 고발했다. 김 대표측이 2016년 운영비에 대한 정산과, 불용예산도 반납하지 않고 있다는 것.

현재 센터는 지난해 민간위수탁 공모결과에 따라 네트워크 고리, 마을공동체 품애, (사)고양마을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운영주체다 출자비율이 가장 높은 네트워크 고리가 운영비 관리 등을 맡는 대표수탁기관이다.

센터는 지난해 8월 협약 이후 2016년 운영비로만 3억 5천만 원 가량, 올해는 11억여 원이 본예산에 반영된 작지 않은 조직이다. 센터장(5급 상당) 포함 7명의 활동가를 채용했다. 이러다보니 이런 갈등을 바라보는 마을활동가들의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센터측과 컨소시엄의 다른 한 축인 (사)고양마을은 고양시와 같은 입장이다. 지난 1일 기자와 만난 민건동 센터장은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합리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고리쪽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고양마을 이현노 이사장은 한 걸은 더 나아갔다. “정산을 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다른 위탁사업과 운영비 돌려막기를 한 것이 아니겠나”라며 의혹도 제기했다.

반대로 네트워크 고리와 마을공동체 품애는 고양 기반의 조직인 고양마을이 고양시 공무원 조직을 이용해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품애 관계자는 정산을 하고 있지 않은 김 대표의 태도에는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우리도 올해 1월 이후 사실상 센터 운영에서 손을 뗀 상태다. 특정 단체가 센터 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사람들은 입장차이가 있으면 바로 고양시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 1월부터 센터 운영관련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컨소시엄간 갈등과 입장차이 때문에 자치공동체 지원센터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센터에는 팀장급 2명이 이미 자진 퇴사해 공석이다. 일부는 수탁기관과의 갈등이 퇴사의 사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센터가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세부예산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센터 운영에 불만을 품은 대표수탁사인 네트워크 고리와 마을공동체 품애는 아예 고양시에도 오지 않고, 센터측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복마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우려에 민건동 센터장은 “팁장급 인력에 대한 채용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6월중 채용을 완료할 생각이다. 비예산 사업이 많은 센터 특성상 사업계획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관련 갈등을 숨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시는 센터 운영 로드맵을 새로 그리고 있다. 현 수탁기관과 계약을 해지하고 재공모를 통해 새로운 운영기관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협약 당시 수탁기간은 2018년 12월 31일까지였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고양시 주민자치과 유종국 과장은 “수사결과 문제가 있으면 계약해지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수사결과 문제가 없더라도 협약서상 의무불이행으로 계약해지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갈등의 장기화다. 지역 시민사회 관계자는 “지역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어렵게 시작한 자치공동체 지원센터가 수탁업체간 갈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고양시가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단체들 모두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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