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2022년의 뒷모습이 어둡다. 올 한해도 좋은 일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전 세계는 코로나 역병으로 죽음의 공포에 떨었다. 3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에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기자 이번에는 물가와 금리가 치솟아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라는 역병이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에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를 넘긴다. 중국은 10년 주기 정권교체 전통을 깨고 시진핑이 3 연임으로 21세기의 중국 황제로 등극했다. 시진핑은 ‘제로 코로나’라는 무지막지한 공산주의식 방역 정책으로 중국을 봉쇄해 왔다.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가혹한 방역 정책에 데모를 모르는 시민들이 백지를 들고 저항하자 어쩔 수 없이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그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 탓에 코로나 면역력이 없는 중국인들이 코로나에 속수무책으로 하루에 수천만 명이 감염되고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2022년은 러시아와 중국이 세계의 우환거리였다.

해마다 지구상에는 크고 작은 사고와 사건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라는 공산국가가 국제정세와 세계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불안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이들과 가장 가까운 한국이 그 어느 때 보다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2022년 한 해 동안 66발의 미사일을 쐈다. 더욱이 연말을 앞두고 여러 대의 무인 비행기를 남한으로 날려 보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갑자기 일어난다. 전쟁이 남의 나라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5년 동안 남북평화 분위기에 매몰되어 군사 훈련조차 변변히 하지 못한 군기 빠진 군인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2023년의 국내 경기는 더 어려워지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위협은 한층 노골적으로 될 것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부국강병(富國强兵)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우리는 무능한 임금과 쇠약한 국력 탓에 35년 동안이나 나라를 잃었던 아픈 경험이 있다. 나라가 힘이 없으면 국민이 고생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고 군사력은 전투기와 탱크를 수출하는 수준까지 왔다. 하지만 한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동맹국 미국과 툭하면 경제보복으로 위협하며 지금도 한국을 중국의 속국 정도로 생각하는 무례한 중국의 사이에 끼어 눈치를 봐야 한다. 국력이 약하면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국가 전략도 시대와 상황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 수십 년 전의 기준을 금과옥조로 여겨선 안 된다. 시대 변화에 따른 불합리한 행정과 정책은 바꾸고, 사문화된 법조문과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 수많은 개혁 과제 중에서 무엇보다 노동과 연금 및 교육개혁이 시급하다. 고용 확대를 위해 무분별하게 늘린 공무원과 공기업의 유휴인력을 감축하고 무능한 공무원의 철밥통을 뺏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모든 노동 현장에서 절대 ‘갑’이 되어버린 민노총은 ‘미군 철수’ 같은 정치 구호를 외치는 정치 집단이 아닌 진정한 노동자를 위한 노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스스로 스승의 자리를 박차고 ‘교원 노동자’가 된 전교조가 바뀌지 않으면 공교육은 살아날 수 없다. 자격증만 있으면 평생이 보장되는 ‘교직 노동자’의 철밥통도 깨뜨려야 한다. 무능한 교사를 퇴출하기 위해 5년마다 재임용 심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능력 없는 선생의 퇴출 없이는 대한민국 공교육의 미래는 없다. 연금제도 또한 젊은 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고쳐야 한다. 모든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새해가 돼도 빚더미에 짓눌린 자영업자와 신음은 깊어가고 ‘영끌 대출’로 아파트를 매입한 청춘들이 고금리에 허덕일 것이다. 수많은 국민이 은행 빚을 갚느라 강제로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다. 중소기업은 높은 인건비와 오른 자재비 탓에 이익은 커녕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국민은 이런 고통 속에서 어떻게든 살려고 노력하는데 정치권은 국민에게 희망보다 절망감만 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혁해야 할 곳은 국회다. 정치인은 국가와 국민은 뒷전이고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정치를 한다. 한국의 정치인은 군신유의(君臣有義)가 아니라 군신유리(君臣有利)만 있다. 신의(信義)가 아니라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지 안 되는지만 따진다. 수준 이하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철저하게 갈라 났다. 진보와 보수로 나누고, 경상도와 전라도를 등지게 했다. 남자와 여자도 갈라쳤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를 가르고 경영자와 노동자를 적으로 만들었다. 국민을 가진 자와 없는 자로 구분했다. 기업의 경쟁력과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 법인세 인하를 얘기하면 ‘초 부자 감세’라고, ‘있는 자’를 위한 법이라고 몰아세운다. 국가는 없고 표(票)만 있다.

2023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서 평화가 오길 바란다. 그런 끔찍한 전쟁이 부디 이 땅에서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중국의 코로나도 조기에 사라져서 세계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길 바란다. 오직 핵과 미사일에만 의지하는 북한의 김정은이 개과천선하여 불쌍한 북한 인민을 위해 대한민국에 진심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하길 바란다. 새해에는 일자리 없는 모든 젊은이가 자신의 능력만큼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배고프고 춥게 잠자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이 들더라도 개혁의 앞자리에 서서 열심히 뛰는 새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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