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기부는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내놓는 것이고, 독서는 자신의 내면을 채우기 위해 하는 행위다. 친근하고 익숙한 얘기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기부와 독서는 중독성이 있다.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하기 시작하면 계속하게 된다.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생각이 바뀌면 새로운 습관이 생긴다. 처음에는 사람이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엔 습관이 사람을 바꾼다. 기부와 독서가 그렇다. 습관을 들여야 일상(日常)적인 일이 된다. 독서와 기부가 주는 즐거움과 행복감, 충만감 등은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하기 어렵다. 기부는 적은 금액을 통해서도 최대한의 행복과 만족을 주고, 독서는 특히 100세 시대에 황금 노년을 보내기에 좋다. 정년 이후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독서보다 유익한 시간 보내기가 없다. 기부와 독서를 시작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흔히 기부는 돈 많은 기업인이나 성공한 사람의 일이지 내가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만 한다. 하지만 소득의 1%를 기부하는 것은 어떤가. 월 소득이 300만 원이라면 월 3만 원을 기부하는 건 큰 부담이 안 될 수 있다. 월 1만 원의 후원으로 개발도상국의 굶주리고 병든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의 1%를 1만 원씩 몇 곳에 나눠서 후원한다면 마치 많은 기부를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은 1950년대에 일 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는 최빈국이었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약 50년 동안 전 세계로부터 총 127억 달러(현재 가치로 수천억 달러)의 원조를 받았다. 이러한 원조는 한국 근대화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세계은행은 1995년 한국의 국민소득이 1만 불을 넘자 한국을 원조 수혜국에서 제외했다. 그 후 2009년 한국은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가입함으로써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한국의 기부금은 2000년 3조9천억 원에서 2020년 14조4천억 원으로 20년 사이에 약 3.7배 증가했다(국세청 통계 연보). 금액적으로 괄목할 만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볼 때 아직 한국의 기부문화는 후진적이다. 2019년 10월 영국의 자선재단(CAF,Charities Aid Foundation)이 10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긴 126개국 기부문화 순위에서 한국은 57위에 머물렀다. CAF는 2021년 6월 ‘2020년 세계기부지수’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한국 기부 참여지수는 22점을 기록, 조사 대상국 114개국 가운데 꼴찌에 가까운 110위에 불과하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만일 많은 국민이 1%의 기부를 생활화한다면 기부금액은 물론 한국인 전반의 기부문화와 사회의식 수준이 몇 단계 상향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했다는 훌륭한 분들의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던 대단한 일이다. 선진국의 성공한 기업인들 이야기로만 알았던 통 큰 기부가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인과 자수성가한 개인이 실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큰 울림을 주는 기부는 힘들고 어렵게 보이는 사람들이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꺼이 내주는 기부다. 기부는 금액의 과다보다 남을 도와주겠다는 선한 마음이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적은 금액이라도 시작하면 된다. 기부문화가 모든 국민 의식 속에 뿌리를 내리면 진정으로 선진화된 세계인이 될 자격이 생기게 될 것이다.

기부와 다른 성격의 독서는 또 다른 선진문화 척도다. 한국인은 토론에 익숙하지 않다. 대화하자고 시작했지만 싸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상의하달(上意下達)의 명령문화에 익숙해져 있고, 윗사람에게 말대꾸하면 안 된다는 유교식 교육 탓이 크다. 한국인의 대화는 종교와 정치 얘기는 하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됐다. 지극히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한국인끼리 정치 얘기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정치와 종교 얘기는 빼고, 자랑질로 들릴 수 있는 자식과 손자 얘기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도대체 한국인들은 무슨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공통적인 주제와 새로운 화제를 갖고 얘기하는 것은 새로 입력된 정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많은 한국인이 책을 읽지 않고 신문을 안 본다. 새로운 지식의 입력이 없으면 오직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유일한 진실이 된다. 자기와 다른 생각이나 의견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한다. 토론이 안 되는 이유다.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이 나와 같은가 다른가에 따라, 같으면 내 편이고 다르면 적이 된다. 흑백 논리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이유다.

토론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선진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 한때 많은 한국인이 취미란에 빠짐없이 독서라고 적던 때가 있었다. 취미란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책 읽기가 취미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독서를 생활화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학교 다닐 때는 시험공부에 목을 매고, 사회에 나가서는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 한다고 말한다. 한 사회의 문화 수준과 사회성숙도는 국민의 독서량에 달렸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2020년 9월~2021년 8월)간 성인 중 책을 1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52.5%에 달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새로운 생각은 독서를 통하지 않고 생길 수 없다. 창의적인 교육과 깊은 지혜는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사회변혁은 나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 내가 변하면 사회와 국가가 변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독서와 기부를 통한 새로운 문화운동을 벌여야 한다. 소득의 1%만큼 기부하고, 1%만큼 책을 사서 보자. 기부와 독서를 통해 인생이 달라지고 생활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기부가 주는 행복과 독서가 주는 즐거움은 분명 2% 이상의 값어치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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