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성 전 숭실사이버대 총장이 26일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개최된 고양지식인마을 초청 제9차 조찬모임에서 차와 술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정무성 전 숭실사이버대 총장이 지난 26일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개최된 고양지식인마을 초청 제9차 조찬모임에서 차와 술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고양일보] “술은 고부가 상품인 만큼 수출을 통해 국민경제를 살찌우고, 온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술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술을 못하는 술 전문가’로 잘 알려진 정무성 숭실대 교수(64)는 26일 ‘차와 술로 본 한•중•일’이라는 주제로 고양특례시 소노캄 호텔에서 개최된 고양지식인마을 초청 제9차 조찬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해피월드복지재단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정무성 교수는 시카고대 복지행정학 박사 출신으로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숭실사이버대 총장, 한국사회복지학회장, 경기복지재단 정책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차 한잔 곡주 한잔’이라는 뜻의 찻집 ‘차곡차곡’을 운영하며 ‘올바른 차와 술 문화’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정 교수는 “성경을 보면 예수님도 가나안 주민들의 혼례식장에서 물 항아리로 포도주를 만들었다고 하고, 노아는 홍수 후 인류 최초로 포도 농사를 지어 포도주를 만들어 먹고 잠을 잔 이야기로 유명하다”며 “노아의 방주 접경지역인 조지아(옛 그루지아)에서는 약 8천년 전부터 항아리로 포도주를 담궈 주민들의 건강과 양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쌀이 남으면 쌀을 보관해야 하는데, 보관하려면 발효주 보다는 증류주로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문경의 ‘고운달’이라는 오미자 오크통 숙성 증류주처럼 하루빨리 아스파탐으로 퀄리티를 높인 막걸리 증류주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개발하고 건강의 개념을 가지고 고퀄어티의 증류주를 수출하면 남아도는 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양시의 특주인 배다리 막걸리에 대해 “국내에서 손 꼽히는 명주인데, 조금만 더 술의 당도를 낮춰야 한다”며 “단술은 음식과 조화가 잘 안되기 대문에 술이 달아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정 음주량에 대해 정 교수는 “약한 술이라도 3잔이 적정하며, 52도 고도주는 오히려 물과 가장 잘 어울려 숙취가 없고 바이러스 소독효과가 있다는 설도 있다”며 “중국 운남성에서는 술과 차가 섞이면서 마치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것 같다고 하여 용호투차라고 붙여진 이름의 명차가 있는데 감기 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증류주는 몽골의 징키스칸 3세가 군산 병참에 가지고 온 증류주가 최초”라며 “몽골 군대는 아랍에서 배워 온 증류주가 열량이 많고 소독제로도 사용 가능해 기마병에게 지급하고 병참 마다 쌓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차 문화에 대해서는 “단위 면적당 스타벅스가 가장 많은 나라이며, 가장 비싼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나라”라며 “커피는 볶은 후 만든 차로 두통과 불면증 불러 일으키는 만큼 커피 대신 생차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는 색으로 구분하고 술은 향으로 구분한다”며 “커피를 마시면서는 뒷담화를 하지만, 차를 마시면서는 뒷담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서양의 차 문화에 대해 정 교수는 “한국은 다례(차를 마시는 의식), 일본은 다도(차를 마실 때 예법), 중국은 다예(차를 우려내는 기예)로 차이가 있다”면서 “서양의 차문화는 영국인들이 오후 4~5시 스콘과 샌드위치, 케이크 등 디저트를 함께 즐기는 애프터눈 티가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정무성 교수의 강의 내용 요약이다.

1. 차의 기원

민간 신화 중에 차가 중국 신농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생김새가 남달랐던 신농은 수정처럼 투명한 배를 갖고 있어서 오장육부를 환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약초를 찾고자 각종 풀을 맛보고 뱃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았다. 어느 날 신농은 푸른 나무에 싹튼 연한 잎을 먹었는데 그것이 몸 안에서 아래 위로 오르내리며 뱃속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 모습이 무엇을 찾아다니는 듯 해 ‘사(査; cha)’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잘못 전해져 발음이 같은 ‘차(茶)’가 되었다. 이후 신농은 약초를 찾다가 중독되면 늘 그 찻잎으로 해독하곤 했다고 한다.

2. 음다법 6가지

차를 마시는 법은 1)이품(耳品): 귀로는 찻물 끓는 소리를 듣고, 2)비품(鼻品): 코로는 향기를, 3)목품(目品): 눈으로는 차를 보고, 4)구품(口品): 입으로는 차의 맛을 느끼고, 5)수품(手品): 손으로는 찻잔의 감촉을 느끼며, 6)인품(人品): 인격적인 만남이 있다.

3. 최고의 차는 대홍포

중국 최고의 차로 꼽히는 대홍포(大紅枹)는 명나라 왕후의 병을 치료한 데 대한 보답으로 황제가 차나무에게 붉은 비단 옷을 하사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 중 송나라 때부터 우이산 암벽에서 자랐다고 전해지는 여섯 그루는 현재도 살아 남아 숭배되고 있다. 우이산(武夷山) 천심암(天心岩) 구룡과(九龍窠)의 높은 바위 절벽 위에서 자생하고 있는데, 일조량이 짧고 반사광이 많으며, 주야간 온도 차가 크고, 바위 정상으로부터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나와 영양분을 흡수하고 있어 특이한 품질을 나타내고 있다.

4. 백차의 종류와 효능

백차는 향기가 맑고 맛이 산뜻하며 여름철에 열을 내려주는 작용이 강하여 한약재로도 많이 사용된다. 백차는 차 나무의 품종과 잎의 차이에 따라 새싹차와 잎차로 나뉜다. 새싹차를 대표하는 백차로는 백호은침(白毫銀針)이 있고, 잎차로는 등급에 따라 백목단(白牧丹) 수미(壽眉) 공미(貢眉) 등이 있다.

최근 3~4년 사이 중국 내에서도 깔끔한 맛과 백차의 약효(항산화, 해독작용, 해열제, 간 보호, 혈당 관리 등)가 널리 알려지면서 가격도 매년 1~2배씩 올라가고 있는 형편이다. “1년이 되면 차가 되고, 3년이 되면 약이 되고, 7년이 되면 보물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기 보관된 백차는 그 효능이 더욱 더 좋다고 한다.

구룡과 절벽 위 자생 대홍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무성 교수
구룡과 절벽 위 자생 대홍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무성 교수

5. 보이차의 종류와 효능

보이차는 숙차와 생차로 나뉘어 지는데, 보이를 처음 마시거나 위가 좋지 않은 분은 숙차를 권유한다. 숙차는 위를 자극하지 않고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서 위를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숙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위가 민감하지 않은 분은 생차를 통해 보이차의 향긋함과 효능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다이어트를 생각한다면 숙차가 더 효과가 높다. 보이차의 지방분해 효과는 차 폴리페놀, 엽록소, 비타민 C 성분과 함께 발효과정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성분(리파아제 포함)들의 종합 작용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보이차의 효능은 다이어트, 항고혈압, 위장 보호, 항염증 및 살균, 노화방지, 해독 등이다. 통풍이 잘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고 냉장 보관은 절대 금물이다. 숙차는 5년 이상, 생차는 15~20년 자연 발효된 차가 좋은 차라고 한다.

6. 육보차의 특징과 효능

육보차는 기운의 내포성이 좋고 금화가 피기도 한다. 금화는 일종의 진균인 낭균류에 속하는 노란 곰팡이를 말한다.

육보차를 마셔보면 위와 장이 따뜻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폐에 좋다고 하여 말레이시아 주석 탄광에 차출되어 가던 중국 노동자들의 필수 지참물이었다. 소화가 잘 안되고 피로할 때 육보차를 마시면 무겁던 몸과 마음이 경쾌하면서 가벼워진다.

육포차에 핀 진균 금화
육포차에 핀 진균 금화

7. 조선인만 모른 조선 보물 ‘이도다완’

고려 찻사발이 조선 막사발로 취급되다가 일본 보물이 된 것이 ‘이도다완’이다. 일본 에도 막부는 조선 도공들이 만든 자기를 내국 생산제품과 구분해서 이도다완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했다. 일본 영화 ‘리큐에게 물어라’에 이러한 일본 국보 기자에몬 이도다완에 얽힌 이야기가 자세히 소개된다.

삼성그룹의 고 이건희 회장이 이도다완 컬렉션에 나서서 그릇 하나에 100억원을 제시했지만 거절 당했고, 일본에 넘어 간 130여종의 이도다완 가운데 하나도 못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일본의 국보 기자에몬 이도다완
일본의 국보 기자에몬 이도다완

8. 술의 변천과 적정 음주량

술은 크게 포도와 보리, 쌀 3개의 원료로 만들어진다. 포도를 발효하면 와인이 되고 이를 증류하면 브랜디가 된다. 보리는 발효와 증류를 통해 맥주와 위스키로 바뀐다. 쌀을 발효해 막걸리를 만들고 이를 증류하면 소주가 된다.

술은 적게 마시면 건강에 이롭고, 많이 마시면 건강이 상한다.

술을 마심에 있어서 첫잔은 갈증을 풀기 위해 마시고, 둘째 잔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 셋째 잔은 유쾌하기 위해, 넷째 잔은 발광하기 위해 마신다고 한다.

결국 술은 적당히 마셨을 때, 그 멋이 우러나오고 약이 된다.

9. 마오타이주가 비싼 이유

중국을 대표하는 술은 황주(黃酒)와 백주(白酒)로 모두 질 좋은 곡물로 빚는다. 특히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술은 백주 중에서도 수수로 빚는 고량주(高粱酒)다. 백주, 즉 배갈은 황주에 비해 종류도 많고 대량으로 생산되는데 한국인들이 비교적 즐겨 마시는 것들로는 귀주성의 마오타이주(茅台酒), 쓰촨성의 오량액(五粮液), 산서성의 분주(汾酒) 등이 있다. 그중 최고급은 국빈주라고 일컬어지는 마오타이로 가격은 스코틀랜드산 위스키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정 총장이) 소장하고 있는 59년산 진품 마오타이주는 시가 5천만원에 달하는데, 고가인 이유는 관시를 빙자한 오랜 전통의 중국 뇌물관행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입으로 들어가는 건 비싼 것이 좋다는 중국 공무원들의 풍습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는데, 고객들에게 젊고 기운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깊은 가르침도 있다.

시중에 나도는 마오타이주는 90%가 가짜인데, 짝퉁업자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공생 의식도 있다고 한다.

정무성 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시가 5천만원 짜리 59년산 진품 마오타이주
정무성 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시가 5천만원 짜리 59년산 진품 마오타이주

10. 람(蓝) 시리즈

“세상에서 가장 넓은 바다(海之蓝), 바다 보다 넓은 하늘(天之蓝), 하늘 보다 넓은 남자의 꿈(夢之蓝)을 담은 술”

시진핑의 술로 알려진 몽지람의 광고 문구이다. 결국 바다 보다 높고, 하늘 보다 높은 남자의 꿈은 여성 치마폭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무성 총장이 고양지식인마을 회원들에게 열띤 강연을 펼치고 있다
정무성 총장이 고양지식인마을 회원들에게 열띤 강연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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