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전쟁의 참혹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72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났던 전쟁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적어도 80세 이상이라야 6.25 전쟁의 잔인함과 고통에 대해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인에게 나와 관계없는 먼 나라, 딴 나라 얘기라고 생각한다. 2022년 2월 24일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일 내에 끝내겠다는 푸틴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7개월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예상과 달리 수세에 몰린 푸틴은 핵무기를 쓸 수도 있다고 협박하고 있다.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수위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역사에 우연이란 없다. 전쟁 역시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6.25 전쟁 때도 수많은 조짐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정치권은 신탁 찬성과 반대를 두고 정쟁만 하고, 사회는 어지러웠다. 준비 안 된 신생국가는 소련이 점령한 북한 김일성의 침략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북한이 하루가 멀다고 미사일을 쏘는 지금도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어?”라든가 “설마 우리에게 핵무기를 사용하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통일되면 어차피 우리 것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지구상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 한반도인데 정작 한국인만 무심하다. 한국은 아무리 북한이 미사일을 쏴대도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생활을 하는 간 큰 국민이 사는 나라다.

호주의 ‘경제평화연구소(IEP)’에 따르면 북한은 전 세계 163개국 중 GDP 대비 군비 지출 비율이 24%로 1위며 평화로운 나라 순위에서 152위, 한국은 43위라고 발표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북한의 국민 총생산(GDP)은 35조 3,000억 원으로 남한(1,919조 원)의 1.8%에 불과하다. 그런 북한이 한발에 300만 불(단거리 미사일)에서 3,000만 불(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하는 미사일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하고 있다. 북한이 2022년도에 발사한 미사일은 총 39발로 한국국방연구원(KIDA) 자료 기준으로 환산하면 7억 달러가 넘는다. 거의 1조 원이 넘는 돈을 쓴 셈이다. 북한의 1년 치 쌀 부족분을 충분히 사고도 남을 돈을 오직 한국과 전 세계를 위협하기 위해 허공에 대고 쏜 것이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이전과 달리 북한 인민에게 공식적으로 자랑하거나 알리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 주민도 미사일 가격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전쟁은 상대국과의 힘의 균형이 깨졌을 때 일어났다. 싸워서 질 것 같은 전쟁은 절대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전쟁이든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항상 힘센 놈이 이기고 힘센 놈이 정의다. 전쟁은 약자에게 절대 관대하지 않다. 모택동 공산당 시절의 못살았던 중국이 덩샤오핑의 개방개혁 정책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한 이후 급격히 성장해서 미국에 이어 제2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중국은 그동안 힘이 약해 품속에 감춰뒀던 날카로운 칼을 힘이 세진 최근에 사정없이 휘두르고 있다. 대만을 무력으로라도 통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최근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으로 분열되고 있다. 세계는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세력과 중국과 러시아 및 북한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적 공산 독재 세력이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코 우연이거나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언제 어느 때 한반도와 대만에서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세계의 정치지형은 변하고 북한의 무력 남침 의지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수많은 인민은 굶주리는데 상상도 못 할 무기를 개발해서 한국과 일본,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저수지에서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을 쏘고, 8자 모양으로 춤추듯 타원형을 그리며 목표물을 찾아가는 미사일도 개발했다. 도저히 발사지점을 예측할 수 없고 요격미사일로 맞출 수 없는 미사일을 개발했다. 이런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군사적 대응이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목이 쉬고 손이 닳도록 애원해도 하지 못한 것을 윤석열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에 일본이 참여한 것을 두고 “극단적 친일 행위로 대일 굴욕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했다. 기가 막힌 역사 인식이다.

1590년(선조 23년) 3월 조선은 일본의 실정과 도요토미의 저의를 탐지하기 위해 정사 황윤길(서인)과 부사 김성일(동인)을 통신사로 파견했다. 1년 후에 돌아온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보고를 했다. 정사 황윤길은 일본이 많은 병선을 준비하고 있어서 반드시 병화가 있을 것이라 보고하였다. 또한 도요토미는 안광(眼光)이 빛나고 담략(膽略)이 있어 보인다고 하였다. 그러나 부사 김성일은 일본이 침략할 낌새는 전혀 없었으며, 도요토미의 사람됨도 쥐와 같이 생겨서 전혀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고 하였다. 조정 대신은 두 패로 갈려서 싸운 끝에 결국 김성일의 의견을 따라 각 도에서 침략에 대비하여 쌓고 있던 성(城) 축조까지 중단시켰다. 같은 사안을 두고 두 정파 간의 갈라진 의견 탓에 조선은 1592년 참혹한 임진왜란을 겪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반드시 망하게 되어있다. 한반도에서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인은 당의 이익만을 위해 싸운다. 국익과 국민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다. 불안한 국민은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미사일 때문에 잠 못 드는데 정치인은 오늘도 국회에서 싸움질만 한다. 이런 정치인 무리를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국민이 불쌍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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