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이런 꼴을 보려고 정권교체 했나?” “뭔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는데 변화가 없다!”라는 말이 시중에 넘친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능력 지지율이 24%로 떨어진 이유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의 난마처럼 얽힌 수많은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주기를 원했던 국민의 실망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일어난 권력형 비리와 범죄행위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더구나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국민이 알 수가 없다. 대장동 비리 사건과 백현동 의혹, 성남FC 후원금 논란 등 수많은 비리 혐의가 있는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고 급기야 민주당 당 대표가 되려고 한다.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윤미향은 감옥에 가지 않고 아직도 국회의원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울산시장 부정선거 주인공인 송철호는 또다시 울산시장 후보로 나오고 부정선거를 도운 청와대 인사들은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았다. 사법 정의가 실종된 증거다. 라임과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금융 범죄 사건도 밝혀진 게 전혀 없다. 탈원전 사태에 대한 수사와 조국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과 경찰이 뭉개거나 일부러 수사하지 않은 수많은 사건이 정권이 바뀌면 백일하에 드러나서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을 거라고 기대했던 국민의 실망이 최악의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은 인사 실패에서 두드러졌다. 초대 총리로 70대의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한덕수의 발탁은 실망을 줬다. 조국 사태와 닮은꼴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를 일찍 교체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음주운전과 논문 표절 문제로 교육부 장관으로 부적절하다는 민심을 무시하고 박순애를 기어코 교육부 장관에 임명한 오기 인사가 인사 실패라고 낙인찍히는 결정적 오류였다. 민심을 거스른 인사를 보고 국민의힘 청년 대변인이 “문재인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묻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처리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지금까지도 임명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윤석열 정권의 어설픈 정치에 야당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조차 실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당초 정치 문외한인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법과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 문재인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가려워하는 곳을 못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취임 3개월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차라리 위기라고 하는 게 맞다. 대통령실에 대통령이 믿고 의지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행동과 언사가 잘못됐다고 냉정하게 지적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은 각종 국가 현안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외롭고 힘든 자리다. 행정 각 분야 전문가의 도움 없이 제대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조직은 검찰총장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검찰 조직과 다르다. 능력을 갖추고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유능한 인물을 찾아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대통령의 능력이고 임무다. 대통령은 국가 정책을 멀리 보고 밝게 살펴서(遠見明察,원견명찰) 결정하는 능력과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知人之鑑,지인지감) 밝은 눈이 있어야 한다. 평생을 검찰 조직에 몸담았던 윤 대통령의 용인술은 보면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훌륭하다고 보기 어렵다. 행정부 인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이 검증된 검사들로 구성된 검찰 조직 인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행정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투철한 국가관과 공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인재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통령을 도와줄 인물이 여당 내에 안 보이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이전에 변변한 대통령 후보조차 없던 무기력한 정당이었다. 국회의원이 100명이 넘는데도 제대로 된 능력 있는 인물이 안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입문에 도움을 준 권성동 원내대표는 수준 이하의 언사와 행동으로 대통령에게 오히려 짐이 됐다. 30대의 당 대표 이준석은 선거 중에도 몇 번씩이나 당을 뛰쳐나가서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결국 성 접대 문제로 불명예스럽게 정치 인생이 끝나게 생겼다. 윤석열 덕분에 어렵게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이 대통령을 도와주기는커녕 발목을 잡아끄는 형국이다. 집안싸움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정권교체 3개월 만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한다. 대통령으로서는 불운하고 국민이 볼 때는 한심하고 기가 막히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적인 결단을 내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대통령실도 실무중심으로 개편하고 출근길에 기자들과 소통하면서 이전의 대통령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걸 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이 앞으로 5년 동안 나라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정확한 방향을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임기 초 3개월 동안 구체적인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차라리 집권 초기의 미숙함이 일찍 드러나서 최악의 지지율이 나온 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진정한 대통령의 능력은 위기의 순간에 증명돼야 한다. 과감한 인적 쇄신과 새롭고 혁신적인 인물을 찾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취임 100일째 되는 날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새로운 국정 운영 청사진을 확실하게 보여줘서 민심을 달래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시름이 깊은 국민에게 수준 이하의 정치와 정치인들로 인해 더는 고통받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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