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40일이 지났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인데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대통령실 이전이다.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엄두 내지 못했던 일이다. 구중궁궐이란 말을 듣던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본인은 용산으로 출퇴근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출근 시간이 늦었다고 지적당하고,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서서 대답하는 모습도 처음 보는 풍경이다. 생경한 모습이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친근해 보인다. 점심시간에는 인근 식당에서 시민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말이면 쇼핑도 하고 반려견과 강변을 산책한다. 시민으로서의 편하게 사생활을 즐기는 대통령을 처음 본다.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국민과 가까이하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권위주의를 타파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지금까지 그런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가 깊이 박아 놓은 대못을 하나씩 뽑아 가고 있다. 죄인 취급받던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 촉진을 위한 법인세 인하와 기업인 우선 등 친기업 정책을 펴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반도체 인력양성에 필요한 대학 정원조정 문제도 과감하게 바꾸고 있다. 그동안 친중, 친북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혈맹인 미국과의 관계 회복, 악화된 일본과의 관계 개선, 굴욕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북한에 대한 원칙적 대응 등 그동안 국민이 걱정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외교정책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 때문에 흑자회사였던 한전의 대규모 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코로나 팬더믹 이전부터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던 최저임금 인상 등의 대못은 뽑기가 쉽지 않다. 또한 균형재정을 위해 각종 지원과 무상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기도 어렵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미래 세대와 국가 장래를 위해 반드시 고치지 않으면 안 되는 연금정책과 경직된 노동 정책, 방만하게 운영된 의료보험 체계 조정 등을 위해 상당한 고통 분담을 국민에게 용기 있게 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내각에 검찰 출신이 많아 검찰 공화국이 될 거라고 아우성친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검찰총장 출신이 ‘공정과 상식’과 ‘법치 회복’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윤석열에게 법치국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출된 대통령이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인물을 기용해서 정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박정희의 제3공화국 내각은 30대 군인 출신 장관들이 국가재건과 경제개발을 이끌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민주화 동지들과 함께하고, 노무현과 이명박, 박근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독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는 586 운동권과 민변 출신 등 자기 편 위주 인사를 어울리지도 않는 자리에 많이 임명했다. 검찰 출신 임명은 정치적인 눈치를 안 보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각각의 자리에 맞게 기용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대통령 의중에 따른 인사와 통치행위의 잘잘못은 결과로 평가받으면 된다.

최소 20년을 집권하겠다던 민주당 정권이 5년 만에 교체되고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5년 만에 민심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당나라 정관정요에 ‘수능재주 역능복주’ (水能載舟 亦能覆舟 :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은 배(舟)고, 국민은 물(水)이란 얘기다. 국민이 기대하고 문재인이란 배를 띄워줬지만 단 5년 만에 실망해서 배를 뒤집어 버렸다. ‘민심이 천심’이란 말은 정치인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무서운 경구다. 민주당이 그토록 두려워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신속한 검찰 인사를 통해 과거 추미애와 박범계가 망가트린 검찰 조직을 빠르게 제자리로 돌려놨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자리를 늘린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드러내 놓고 충견 노릇을 하며 부끄러움도 모르고 호가호위한 정치검사를 공개적으로 좌천시키기 위함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문재인 정권에서 고의로 뭉개졌던 많은 사건에 대해 경찰과 검찰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민주당은 ‘기획 수사’니 ‘정치 보복’이라고 비난한다. 자신들이 불과 몇 년 전에 했던 처절했던 적폐 청산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민주당의 내로남불 정신은 여전히 죽지 않았다. 민주당이 하면 적폐 청산이고, 국민의힘이 하면 정치 보복이란다.

2년 전 연평도에서 북한군의 총에 맞고 불태워진 피살 공무원에 대해 해양경찰은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한 사실은 잘못된 것이라고 유족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음모론’이라고 일축하고,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서 희생돼서 항의했고 김정은 사과를 받았다. 그걸로 마무리된 사건 아니냐”며 “그분(이대진 씨)의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했다. 자식과 가족이 월북자 집안으로 낙인찍혀 받는 고통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역시 586 운동권다운 발상이다. 만약 당시 자진 월북했다는 판단이 맞고 발표 내용에 자신이 있으면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면 간단하고 빠르게 끝날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패악 무도한 북한이라도 자진 월북하겠다는 사람을 환영하는 대신 총으로 쏴서 죽이고 시신을 소각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진정으로 자진 월북했다고 믿는 것일까?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민주당은 대통령기록물 공개만은 국가기밀이기에 절대 안 된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는 불과 0.73% 차이로 정권이 바뀌었다. 5년 전 지방선거 때 파랗게 물들었던 대한민국 지도가 이번에는 빨갛게 변했다. 민심이 무섭게 변한 것이다.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전적인 책임을 지고 5년 동안 국가를 경영하라고 국민이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민주당은 취임한 지 한 달 남짓한 대통령의 잘잘못을 논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 총선이 2년도 남지 않았다. 국민의 심판은 그때 받으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하면 여소야대가 뒤집힐 것이고, 잘못하면 여전히 민주당이 다수당이 돼서 대통령의 독주를 막으면 된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했던 행태대로 다수당의 횡포와 입법 독주가 계속된다면 국민은 또다시 냉정하게 심판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으면 패인을 분석하고, 적어도 1년간은 새로운 대통령의 통치를 지켜보고 난 뒤에 잘못이 드러나면 그때 정확하게 비난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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