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말의 중요성, 표현의 중요성을 잘 나타낸 속담이다. 말은 필요한 것이고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뉴욕 타임즈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대표 인터뷰 기사(2017년 3월 10일자)를 계기로, 향후의 대선이슈 가운데 북한에 대한 시각 문제가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본지가 우려하는 표현은 “미국에 대해 '아니오(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 전대표 발언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국제사회 지도층에게 가장 큰 오해와 우려를 줄 수 있는 표현은 “김정은을 ... 우리의 대화상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왜,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

영어 표현을 다시 살펴보면 국제사회의 우려가 무엇인지 바로 확인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뉴욕타임즈의 이 기사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남한과 북한이 파트너 관계였음을 암시하는 두 정상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게재하기까지 하며, 문재인 전대표의 파트너 발언에 대해 주목했다. <사진 = 뉴욕타임즈>

문재인 전대표가 김정은을 대화를 위한 파트너로 표현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일부 한국 언론은 “our dialogue partner”라는 원문을 “우리의 대화상대”라고 한국식으로 번역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 독자들은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영어의 법률 개념상 파트너(partner)란 공동의 이익과 가치공유를 추구한다는 구속력을 가진 상대일 경우에만 사용하는 무거운 단어이기 때문이다. 사업파트너는 사업의 명운을 같이 하는 동업자라는 뜻이다.

만일 문 전대표가 김정은을 ‘대응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상대라고 표현하고 싶었다면 “partner"가 아니라 “counterpart”라고 말했어야 정확하다.

향후 문 전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온다면, 백악관과 국무성은 사전에 반드시 이 대목을 다시 짚고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매우 유사했던 과거의 상황이 있었다.

말 한마디로 인해 한미관계가 얼마나 불필요한 의혹과 소모적인 우려를 자아냈는지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2003년 1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CNN 북경지국장 마크 치노이, 서울특파원 손지애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2003년 1월 25일자 CNN 기사 <자료 = CNN>

당시 공화당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을 상대로 이라크전쟁을 준비 중이었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위 인터뷰가 있은 지 불과 두 달 후, 2003년 3월 20일 미국은 후세인 정권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무법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당선이후 최초로 외국 언론과 가진 CNN 인터뷰에서 노무현 당선인은 북한과의 대화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우리의 대화파트너라고 생각한다(we think North Korea, as our partner for dialogue)”라고 표현했다.

이 인터뷰로 촉발된 노무현 당선인의 “대북관” 논란은 독자 여러분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의 우려는 2003년 5월 1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상당부분 해명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이 단어를 사용함으로 인해 이후에도 노대통령은 국내외에서 북한에 대한 시각문제로 의구심 내지는 우려의 시선을 임기 내내 지속적으로 받았다.

단어 하나의 힘은 매우 엄중하기만 하다.

국제관계에서는 단어 한마디에 의해 우군이 적군으로 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개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고양시 한 시민은 “자기 형을 대낮에 그것도 공항에서 테러하는 김정은을 파트너(partner)가 아니라 counterpart로 인정하는 것도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 더구나 파트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그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 대부분의 감정일 것이다”고 하였다.

과연 문 전대표가 김정은에 대해 파트너(partner)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단순한 실수로 국제사회에서 판단해 줄지, 아니면 의도성을 가진 말로 판단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엄중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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