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석 전 고양시장이 23일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개최된 고양지식인마을 초청 제4차 조찬모임에서 ‘시장이 시장에게 바란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강현석 전 고양시장이 23일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개최된 고양지식인마을 초청 제4차 조찬모임에서 ‘시장이 시장에게 바란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고양일보] “고양시장 재임시에 고양시를 ‘나무가 울창한 문화예술도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많은 나무를 심었고 공연장인 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를 만들었습니다. 어울림누리 콘서트홀은 음향시설이 단연코 대한민국 최고입니다. 후임 고양시장은 우리 고양특례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예술도시로 완성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현석 전 고양시장은 23일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시장이 시장에게 바란다’라는 주제로 진행된고양지식인마을 초청 제4차 조찬강연에서 “재임시절 운이 좋아서 각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도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문화예술도시 완성을 차기 시장에게 요청했다.

 그는 “세계적인 거장들이 고양시 콘서트홀을 찾을 때마다 하나 같이 음향 칭찬부터 했다”며 “최근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최고의 음악 시설이 방치되다시피 하거나 가끔 하는 공연도 대중음악 위주로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강 전 시장은 이어 초대 고양특례시장은 중앙 인맥이 탄탄한 사람이 특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 직을 수행하는 동안 어려운 일에 봉착할 때가 많다. 중앙정부나 정치권의 도움을 받아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은 것이다. 이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맥이 있어야 한다”면서 “시장에게 가까운 중앙 인맥이 없으면 100만명이 넘는 거대 도시를 꾸려나가기 어렵다”며 “특히 특례시로 승격된 고양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도 재정자립도가 낮아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중앙 인맥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 전 시장은 재임 8년간 시장 직을 수행하면서 겪었던 일화를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호수공원에 나무를 많이 심고 가꾸어 세계적인 공원을 만들려고 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반대에 부닥쳤지요. 금강송을 심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찾아와 소나무 심는 걸 중단하라는 겁니다. 큰 소나무를 싣고 다니는 차들이 일으키는 소음과 먼지는 물론 공사가 산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겠지만 ‘소나무를 다 살릴 수 있느냐, 죽으면 어떻게 책임지겠느냐’고 항의를 하는 겁니다. 소나무를 죽이지 않고 잘 키우겠다며 설득을 해야 했지요. 다행히 소나무는 한 그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잘 살아주어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을 피해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자전거도로와 인도 사이에 중앙분리대를 만들고 느티나무를 심기도 했습니다. 이 나무들도 모두 살아나 지금 좋은 나무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지요. 이후 시가지는 물론 학교운동장, 공공건물 옥상에까지 많은 나무를 심었습니다. 원당역에서 능곡지하차도에 이르는 길에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중앙분리대를 만들어 나무를 심으려고 했을 때 지역 시의원들이 찾아와 항의하는 소동을 벌인 일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나중에 지역 주민들의 평가를 받아보자고 간신히 설득을 했지요.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나무를 심은 사업은 주민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경의선 복선화사업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시장 시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경의선 복선화 사업입니다. 시민들은 모두 경의선 복선을 지하에 건설해주기를 요구하면서 주민대책위를 결성하고 강력한 투쟁을 수년간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의선 복선의 지하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시민들이 강하게 요구한다고 그 요구를 들어주면 전국의 철도가 지나가는 모든 도시들이 지상철을 지하화하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그 요구를 절대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고민고민하다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건설교통부 강동석 장관을 찾아가서 담판을 짓기로 한 것입니다. 경의선 복선화사업을 지상으로 하되 지상 건설로 인한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우리 시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수용해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즉, 아파트 등 주거밀집지역구간은 방음벽을 완벽하게 설치하고 지하차도와 고가도로를 15곳에 설치하여 철도가 지역을 분할하는 문제를 해소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일산역에는 인공 터널을 만들고 흙으로 덮어 나무를 심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요. 보름쯤 지나자 건교부로부터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즉각 기자회견을 통해 경의선 지상 건설을 발표했습니다. 대책위는 난리가 났지요. 인터넷에는 시장을 비난하는 글이 폭주했습니다. 대책위는 경의선 변에 있는 5개 아파트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향후 활동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주민투표 결과는 78%인가, 79%인가의 주민이 경의선 복선의 지상화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대책위에서 연락이 와서 이튿날 주민대표들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방법이 없으니 경의선이 제대로 건설될 수 있도록 시장을 적극 돕기로 했다고 하면서 주민대표 2인을 경의선 복선화사업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이후는 경의선 복선화 사업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어 경의선을 복선으로 완공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건설교통부의 젊은 사무관이 정말 열심히 뛰어 다녔지요. 그런데 경의선 복선화가 완공이 되기 전 우리 시가 요구한 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게 되자 책임을 통감하고 사직을 했습니다. 그것이 마음에 많이 걸립니다. 건교부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을 했지만 기획예산처가 예산을 편성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사무관은 우리 관내 경의선 구간을 3번이나 왔다 갔다 하느라 구두가 다 떨어졌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요. 그 정성이 너무 고마워 구두와 함께 양복까지 한 벌 사주기도 했지요. 경의선 복선화 사업이 완공되었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그러나 경의선 복선화사업 준공식에는 그동안 복선화사업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은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 사업에 숟가락 하나 얹지 않았던 사람들만 나타나 생색을 내는 모습에 화가 많이 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제2킨텍스 예산확보 때 중앙정부와 정치권 도움으로 해결

경의선 지상철, 노점상 철거 때 극심한 반대에도 소신 관철

고양지식인마을 회원들이 강현석 전 고양시장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고양지식인마을 회원들이 강현석 전 고양시장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강현석 전 시장은 킨텍스 건설 때 중앙 인맥을 활용한 사례도 소개했다.

“킨텍스는 전임 시장 시절 계획했고 착공은 제가 했는데, 제 1킨텍스가 지어지고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전시장이 좁아 전시회를 제대로 개최할 수 없는 형편에 이르렀지만 중앙정부는 당초 약속한 제2킨텍스를 지을 계획조차 하지 않는 것입니다. 원래 약속은 3단계까지 중앙정부와 경기도, 고양시가 각 1/3씩 예산을 부담하여 짓기로 했었던 거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시에서 2단계사업 부지를 제공하고 2단계사업을 하기로 했던 거였는데 중앙정부가 예산 편성을 하지 않는 겁니다. 고양시는 2단계사업을 위해 2,170억원을 기채를 해서 1,800억원으로 땅 22만2천평을 매입하고 그 중 10만평을 2킨텍스 부지로 제공을 했습니다. 나머지 370억원은 부지조성비와 건축비에 보탰지요.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예산 편성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익년도 예산이 편성되어 국회 상정을 위한 국무회의에 킨텍스 실시설계 예산이 올라가지 않게 된다는 보고를 받게 됩니다. 정말 황당했지요. 킨텍스에서 예산 편성을 자신한다고 시장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당시 당대표를 찾아갔지요. 당대표의 각고의 노력 끝에 국무회의 상정 하루를 앞두고 간신히 실시설계비를 올릴 수 있었지요. 당시 저는 야당 소속이었는데도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당 대표의 도움으로 해낸 것입니다. 인맥의 중요성을 절감했지요.”

강 전 시장은 노점상 합법화 때에도 전국 노점상의 시청 습격, 중앙로 점거 등 어려운 상황을 시청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현석 전 고양시장은 고양특례시장에 바라는 바를 이렇게 정리했다.

“무엇보다 시장은 사심이 없어야 합니다. 시정을 하면서 자신에게 그 일이 어떤 이득이 있을지, 다음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 사심일 것입니다. 시장 유력 후보만 되어도 온갖 유혹이 다 들어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으로 유혹을 하기도 합니다. 시장 직을 수행할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외국에 계좌를 만들어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처음 받기가 어렵지 한 번 받기 시작하면 그 다음 부터는 받는 것이 아주 쉬워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유혹의 싹을 잘라야 합니다. 능력은 크게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결하기 힘든 일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민하면 결국에는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시로 관내를 돌아다니고 시내를 순찰하면서 잘못된 것을 찾고 시민들을 만나면 됩니다.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강연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는 강현석 전 고양시장.
강연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는 강현석 전 고양시장.

이택수 객원 기자 ffjj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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