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서 ‘우리 몸에서 전혀 쓸모없는 부위 12곳’ 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귀 근육, 편도선, 충수, 남성의 유두, 반월추벽 같은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쓸모가 사라진 기관들이 꽤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치과 영역에서도 이처럼 쓸모없게 여겨지는 치아가 있다. 바로 사랑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궁금해진다. 과연 사랑니는 전혀 쓸모없는 치아일까? 그렇게 쓸모가 없다면 왜 있는 것일까?

생활 문화의 패턴이 달라지면서 사랑니는 애물단지 어금니로 전락했다.

사랑니의 또 다른 이름, 애물단지

사랑니는 제3대구치라고도 불린다. 이 치아는 가장 늦게 맹출하는 세 번째 어금니로 보통 중학생 무렵에 형성되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즈음에 나오기 시작한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을 나이에 맹출하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첫사랑처럼 아프다고 하여 ‘사랑니’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

사리 분별의 지혜가 생길 때 나온다 하여 지치(智齒)라고도 하는데, 사랑니의 영문 이름도 ‘wisdom tooth’, 즉 ‘지혜로운 치아’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늦게 나기 시작해서인지 이름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아주 오래전 사랑니는 구강 내에서 꼭 필요한 어금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류의 생활 문화는 크게 변했다. 사람들은 거칠고 질긴 음식보다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먹게 되었고, 턱뼈의 크기도 점차 작아졌다. 작아진 턱뼈에 큰 어금니가 3개씩 있을 공간이 부족해지자 제일 뒤에 있었던 사랑니는 점차 설자리를 잃었다. 결국 사랑니는 지금과 같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랑니는 양치 관리가 어려워 다양한 치아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치과 검진 후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뽑아야 안전한 사랑니

사랑니라는 이름은 로맨틱하고 아름답게 들리지만 역설적으로 상당히 고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부족한 공간 때문에 다른 치아처럼 똑바로 나지 못하고 비딱하게 올라오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나왔다 하더라도 가장 뒤쪽에 있다 보니 양치로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충치가 잘 생기고 잇몸이 부어 통증을 유발시킨다.

잘못 관리된 사랑니는 충치와 잇몸 통증뿐 아니라 이웃하고 있는 치아에 손상을 입힌다. 심한 경우 물주머니나 혹도 생길 수 있다. 똑바로 나고 관리가 잘된다면 고맙고 유용한 치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사랑니는 조기에 발치하여 청결한 구강 위생을 지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사랑니 발치에 적기는 없다. 사람에 따라 사랑니의 위치와 맹출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사랑니가 뼛속 깊이 묻혀 있지만, 거꾸로 누워 있기도 하다. 사랑니가 처음부터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사랑니 빼는 시기를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아프고 불편하기 전, 가까운 치과를 방문해 검진과 상담을 받는 것이다. 아직도 사랑니 발치를 망설이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검진 후 치료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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