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덕 씨
장창덕 씨

[고양일보] 2019년 4월 4일 발생한 고성산불 때 수많은 인명을 위험에서 대피시킨 강원 고성군 장창덕(50세) 씨는 당시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와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사건 발생 후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가 1년이 넘어가면서 지난해 8월 속초의료원과 상급병원인 강릉아산병원에서 공항장애 진단을 받았다.

지난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12회 상담을 받았던 그의 증상은 악화, 정상 생활로의 복귀를 막고 있다.

장창덕 씨는 “3년 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안전하게 조치했을 뿐인데 이렇게 삶이 힘들어지고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며 “아직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숨도 쉬어지지 않고, 환청이 들려 ‘내가 왜 이렇게 됐지’라는 한탄으로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말했다.

장 씨는 산불이 발생한 그 날, 속초시자율방범대 순찰을 마치고 동아리 활동을 하던 중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족 안전이 걱정돼 귀가를 서둘렀다.

그는 귀가 중 가족의 안전을 뒤로 하고, 위험한 지역으로 가려는 차량을 막고 많은 관광객과 주민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황급히 안내했다.

그 과정에서 “빨리 가족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며 길을 비키라고 항의하거나, “너 때문에 내 가족이 다치면 책임져라”는 사람까지 아수라장 속에서 비난을 무릅쓰면서 무사히 산불을 피해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부터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연기와 재를 마신 탓에 목이 아프고 심장도 빨라지면서 후유증이 생겼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증상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져 외상 후 스트레스까지 찾아왔다.

장 씨의 활약 사실과 후유증 등에 대한 사실은 고성경찰서의 "고성산불 관련 민간인 피해자 면담 내용 등 확인 결과 보고(22.3.4.)"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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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경찰서 공문

그렇게 6개월이 지나는 사이, 불을 보거나 바람이 불면 숨도 쉬기 어려워지고 심장이 빨라지는 데다, 환청까지 들릴 정도로 증상이 악화, 응급실에 실려 가곤 했다.

3년 넘도록 정상 생활을 못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장 씨는 대형산불로부터 수많은 생명을 지켜냈지만, 정작 자신을 지켜내지 못하고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자괴감이 더 큰 상처로 남겨졌다.

하지만 장 씨는 “저는 그날을 후회하지 않는다. 고성산불로 인명사고가 1명이라는 언론 보도를 듣고,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이제는 겨울만 되면 타는 냄새와 바람만 불면 가슴이 떨리고 죽을 것 같은 공포심이 몰려 온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생각에 수많은 생명을 구했던 곳은 이제 더 이상 지나다닐 수 없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재 장 씨는 우울증까지 와서 상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한 번 병원을 찾아 상담과 치료를 하면 2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병원비도 그에게는 큰 부담이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자기 가족 안위도 뒤로한 채, 관광객과 주민 안전을 위해 헌신한 장 씨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대한민국 국격에 비해 부끄럽기만 하다.

고성산불 당시에 잠시 관심을 가지고 고성군청 등에서 장 씨에 대한 치료를 주선해 주기도 했지만, 주변의 관심이 사라진 지금에 와서는 많은 인명을 구한 의인에 대한 대우가 안타깝기만 하다.

지역에서는 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는 ‘의사상자’로 추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 일대를, 8일에는 강원 강릉·삼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번 산불에서 많은 인명을 대피시킨 제3의 장 씨가 없었다면 이는 바로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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