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작가
최보윤 작가

구자현 발행인: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K- 팝, K-영화, K-드라마 등으로 전 세계에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전파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K-문학도 널리 퍼질 것입니다. K-드라마의 포문을 연 것은 역시 ‘오징어 게임’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놀이를 전목시킨 것인데요, K-문학이 세계화된다면 역시 우리의 전통의 문학에서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요. 201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돌들은 재의 꿈>이라는 작품으로 시조 부문에 당선된 최보윤 작가와의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작가뿐 아니라 20대부터 대학로에서 배우, 극작가, 드라마터그(극작술을 연구하는 사람들) 등 연극인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최근에는 바쁜일상 속에서도 시집을 출간했는데요 설명부탁드리겠습니다.

최보윤 작가: 이번에 여우난골(구 시인수첩)에서 저의 첫 시집 <너무 예쁜, 개 같은>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시인수첩 시인선 51번째입니다. 시조로 등단을 했는데 시인수첩 시인선에서 제안을 주셔서 놀랐습니다. 사실 첫 시집을 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너무 예쁜, 개 같은>에 수록된 모든 시편들은 정확히 말하면 자유시가 아닌 현대 '시조'입니다. 전편이 시조의 정형을 갖추고 있죠. 현대 시인선 시리즈이니 자유시를 담아도 되었지만, 전편을 시조로 엮은 것은 제 고집입니다. '시조' 형식을 잘 모르시면 그냥 현대시로 알고 읽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시조'라는 장르, 형식에 대한 인지도가 낮으니까요. 그래서 더욱 '시조'로 전편을 엮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시조'라고 하면 그냥 '시'보다 더 어렵고 낯설고 고루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선입견이 계속해서 흐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 발행인: 저는 개인적으로 더 어렵고 낯설고 고루한 이미지가 앞으로 각광을 받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대중적이지는 못해도 낯선 이미지가 신선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물론 저의 개인적 생각이고요. 다양한 활동을 20대부터 하고 있는데 특히 작가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최 작가: 처음 '작가'로 불려진 것은 2014년도에 서울연극센터 「웹진 연극in」에 단막극 <물고기들>을 발표하고 나서부터 인데요. 당시에는 '작가'라는 칭호가 굉장히 어색하고 내가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나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지속가능성이나 비젼을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계속 쓰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삶이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최근에는 이런 삶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제 정말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로서 일하는 것의 장점은 '선명하게 축적된다'는 것 같아요. 제가 쌓아온 글들, 예전에 써두었던 텍스트들과 그 안에 담은 진정성은 사라지지 않고 언제든 꺼내 보일 수 있는 거죠. 연극인으로서는 항상 반대의 느낌이 컸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오고 극장을 나서면 강렬한 내적 경험과 잔상만이 남죠.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지만요. 단점은 거의 모든 예술 분야가 그렇듯, 경제활동과 생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입니다.

구 발행인: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힘들지만 예술 쪽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도 예외는 아니겠죠.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야 하는데, 텔타변이에 이어서 오미크론까지 전 세계가 공포 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인류의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큽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흑사병 이후 르네상스가 일어난 것처럼 코로나 19의 어려움만 극복된다면 좀 더 멋진 미래의 삶이 전개되지 않을까요? 희망해 봅니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최 작가: 사랑하는 것이요. 사랑할만한 것이 없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것들이 저를 살아가게 만듭니다. 사랑하는 것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마음, 그것이 삶을 지속시켜주고 더 좋은 방향성으로 이끈다고 믿습니다.

구 발행인: 영국문학협회가 세계 102개국 비영어권 국가 국민 4만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를 묻는 질문에 1위를 차지한 것이 Mother(어머니)였습니다. 이유는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 때문이죠. 저 역시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20대의 삶을 지나 30대가 되는데 이제 본격적인 MZ세대(1980년부터 2004년에 출생한 세대, 전체인구 34%, 1700만명)가 되네요 축하드립니다. 앞으로의 삶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나요?

최 작가: 스스로 작가적 비젼과 확신이 생긴 만큼 현재보다 좀 더 글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아직 쓰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체력은 한정되어 있고 경제활동을 져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 최근 주변을 정리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대학로에서 공연작업을 계획 중이고 긴 호흡으로 창작에 더 몰입하고자 합니다.

구 발행인: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 작가: 진정성입니다. '진정성'이란 창작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고유의 것이면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현혹시키기 위해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진정 믿는 것-아름다움, 즐거움, 감동을 반영하는 것이죠.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 창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 발행인: 삶에 대한 진정성과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하는 최보윤 작가님에 대한 인터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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