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양당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쏟아진 공약(公約)들이 지켜지지 않는 헛된 약속(空約)이 된 것을 봐 왔던 국민의 눈에는 어이가 없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무지막지한 예산이 들어가는 약속들이다. 산수만 할 줄 알면 불가능한 약속이란 걸 뻔히 알 수 있는 터무니없이 많은 예산이 필요한 정책들이다. 특히 ‘기본시리즈’라고 불리는 정책들은 한결같이 국민에게 돈을 뿌려주겠다는 약속이다. 청년들에게 연 20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청년 기본소득’과 전 국민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약속하고 있다. 재원은 ‘기본소득 토지세’와 ‘기본소득 탄소세’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경제 능력과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다.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규모의 나라가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한 전례가 없다. 단지 눈앞의 표를 얻기 위해 쏟아내는 공약이 그대로 지켜지리라 믿는 국민은 없다. 오히려 무분별하게 돈을 뿌리는 공약을 걱정하는 국민이 더 많다.

문재인 정권의 무차별적인 재정지출 확대는 이전 정권에서 최후의 보루처럼 지키던 ‘국가채무비율 40%’를 가볍게 무너뜨렸다. 그러나 이재명은 “국가부채가 100%면 어떠냐”고 한다. 빚을 내서 표를 사겠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장래와 후손에게 지워지는 부채의 무게 따위는 이재명에게 중요하지 않다. 눈앞의 대통령 자리가 욕심나서 무차별적으로 공약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과연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탈모 치료’까지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자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과연 자기 주머니 돈이라면 이렇게 마구 쓰자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무분별한 선심 공약 대신 진짜 어려운 이웃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선별적 복지를 확실하게 시행하겠다는 후보가 보고 싶다. 구청장이나 시의원이나 도의원 수준의 ‘동네 공약’까지 섬세하게 처리해주겠다는 만기친람식 미시적 공약이 아니라 세계 10위권의 대국다운 거시적 공약을 듣고 싶다, 이제는 명실공히 주요 경제 대국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제와 문화를 논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우리는 언제쯤 진영 논리에 갇힌 동네 골목대장 수준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존경받는 세계적인 지도자를 볼 수 있을 것인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의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라는 헛공약을 경험한 국민에게 돈을 풀어서 행복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은 신기루처럼 공허하게 들린다. 두 후보의 선심 공약으로 진보를 표방하는 정의당의 입지가 사라졌다. 좌우 진영이 비슷하게 나누어진 상황에서 중도와 2030세대의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북한의 핵 위협으로 인한 안보 불안을 잠재울 것인지를 약속해야 한다. 여당 후보인 이재명조차 탈원전과 부동산 정책 등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정책과 차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지난 5년간 잘못된 정책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서는 많은 고통의 시간과 국민의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는 국민에게 달콤한 당근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국민의 땀과 눈물도 요구해야 한다. 적어도 급변하는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어떻게 경쟁력 있는 선진 국가로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다. 음악과 영화 등 문화예술계의 강국이 됐다. 세계 각국에서 한글을 배우기 위한 젊은이들이 열정이 뜨겁다. K팝, K무비, K드라마, K게임 등 코리아의 ‘K-’ 가 붙은 ‘K-문화’는 국가 주도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배고픔을 참고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낸 고생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자유, 자율, 경쟁, 개방 속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이 만들어 낸 결과다. 전쟁 직후 자본과 기술이 없던 60~70년대에는 국가 주도형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우수한 인재를 보유한 한국에서 국가가 주도적으로 경제를 끌어간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무엇보다 기업인이 공무원보다 더 똑똑하고 유능하다. 기업인은 목숨을 걸고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소신과 줏대가 없고 영혼 없는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과연 목숨 걸고 일을 하고 있는가? 차기 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없애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후보들은 국민과 기업이 마음껏 능력과 역량을 펼 수 있도록 과감하게 규제를 없애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공무원 숫자만큼 규제가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규제를 만들어 기업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왔다. 소위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재벌과 기업에 불리한 규제를 남발했다. 공정거래 3법, 분양가 상한제, 대출 규제법, 임대차 3법, 노동조합법, 주 52시간제, 최저임금제, 원전(原電) 규제, 대학등록금 규제, 중대재해법, 언론중재법 등 국민과 기업에 치명적인 규제를 수없이 많이 만들었다. 차기 대통령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억압하고 투자 의지를 꺾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의 터무니 없는 무지와 고집으로 폐허가 된 원전 산업을 부활시켜 세계 제일의 원전 생산국이 되겠다는 공약을 해야 한다. 핵으로 위협하고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놓고 한국을 무시하는 주적 북한에 어떻게 대처할 건지도 밝혀야 한다. 70여 년의 신뢰가 무너진 한미동맹 확인과 우방인 일본과의 불화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도 천명해야 한다. 후보는 표를 얻기 위한 약속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장기적인 안목의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해서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 유능한 지도자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와 결과를 끌어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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