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 인터뷰] 강현석 전 고양시장
[신년 특별 인터뷰] 강현석 전 고양시장
  • 이택수 객원기자
  • 승인 2022.01.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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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시장 후보는 사심이 없는 사람이어야”
덕목으로는 ‘여론 청취와 함께 소신과 배짱’ 꼽아
인터뷰 중인 강현석 전 고양시장 모습
인터뷰 중인 강현석 전 고양시장 모습

“얼떨결에 출마해서 당선된 뒤 8년간 나름 열심히 고양시 발전을 위해 일했습니다. 이후 내리 세 번의 낙선을 경험한 이후 다시는 선거판에 뛰어들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오로지 고양시가 좋은 시장과 정치인들을 만나 더욱 발전하기만을 기대할 따름입니다.”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고양시장을 역임한 강현석 전 고양시장(69)은 “고양시에 살면 살수록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한다. 1996년 7월 15일 친구의 소개로 일산신도시 정발산동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이사한 뒤 27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는 강현석 전 고양시장과 댁 근처 카페에서 만나 3시간여 고양시를 둘러싼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일산신도시에 조성되는 전용주거지역에 무조건 땅을 사서 집을 지으라는 친구의 강권에 어렵사리 집을 짓고 입주했는데 살아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녹지가 풍부하고 봄이 되면 벚꽃 천지입니다.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시원하고, 집 주변은 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강산입니다. 시가지는 더없이 쾌적하고 깨끗합니다. 집 가까이 호수공원과 정발산이 있고 아람누리와 2개의 도서관 등 문화시설과 병원, 편의시설이 아주 잘 갖추어져 있지요.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1989년 4월 말, 정부의 1기 신도시 200만 호 주택건설과 약 460만 평의 일산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된 뒤 7만 5000여 채의 아파트가 지어지고, 1993년부터 약 30만 명의 신도시 주민 입주가 시작된 고양시는 2022년 시 승격 30주년 및 고양특례시 승격 원년을 맞게 됐다.

“이제 일산신도시 주택들은 지은 지 30년이 넘어 재건축을 생각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일산신도시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시민들이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도시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와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강 전 시장은 “고양시가 지속 가능한 행복도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양시를 이끌어갈 고양시장을 잘 뽑아야 한다”며 “시장은 무엇보다 사심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고양시장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시민의 의견을 많이 듣고 ▶고양시가 필요로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끝까지 밀어붙이는 강한 추진력과 배포가 있어야 하며 ▶시장직을 자신의 입지 구축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사심이나 정치적 야욕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미란 선수 덕에 카 퍼레이드란 걸 다 해 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지역 스포츠 스타 장미란 역도선수와 카퍼레이드 중인 강현석 전 고양시장.
“장미란 선수 덕에 카 퍼레이드란 걸 다 해 보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지역 스포츠 스타 장미란 역도선수와 카퍼레이드 중인 강현석 전 고양시장.

“시장선거에서 낙선 후 인사차 찾아뵌 관내 한 절의 주지 스님께서 ‘왜 이번 시장선거에서 떨어졌는지 아십니까 하고 물으시더니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입니다 라고 단호히 말씀하시더라고요. 표를 위해서는 때로는 거짓말도 필요한데 시장님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잖아요. 떨어지고 나니까 고양시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잖아요.’ 그 말씀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키지도 못할 약속까지 해가면서 당선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지금도 회의적입니다”

1000억 이상 대형프로젝트 다수 완성 자부심

푸른 도시 가꾸기 사업 성공에 큰 보람 느껴

일산신도시는 리모델링 보다 재건축이 바람직

재임 시절 업무수행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시장 재임 시절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두 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경의선 복선의 지상 건설과 노점상 합법화가 그것입니다. 경의선 지하화가 핫이슈였을 때 일산신도시만의 지하화는 절대 될 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양시 관내 철도를 지하로 건설해주게 되면 서울을 비롯한 철도가 관통하고 있는 많은 도시의 철도를 모두 지하화해주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건설교통부에서 고양시 관내 경의선을 지하로 건설해 줄 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서울로의 교통 문제를 어느 정도라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의선의 복선화가 시급했기 때문에 당시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과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관을 만나 경의선 복선화 사업의 고양시 구간 지상건설을 받겠다고 하면서 대신 지상건설로 인한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조건이라고 말하자 장관께서는 ‘야당 시장으로서 결단하기 어려운 일을 결단해주었다’며 아주 고마워했지요. 보름쯤 지나 건교부에서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회신이 왔습니다. 즉시 경의선 복선 지상 건설을 전격발표했습니다. 아주 난리가 났지요. 시장 강현석에 대한 성토가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경의선 지하화 대책위가 당일로 경의선 노선에 인접한 5개의 큰 아파트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했지요. 투표 결과 79.8%의 주민이 경의선 복선화의 지상건설을 밀어주자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분위기가 완전 뒤집어진 것이지요. 반대 대책위는 하룻밤 사이에 지상건설 대책위가 되었지요. 주민들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후 대책위는 경의선 복선화 사업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노점상 정비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중원의 결투' 이상이었다. 가슴 벅찬 보람으로 남았고, 가슴 찡한 사연들은 뒷얘기로 넘거야..." 2010년 12월 20일. 정비된 노점상 앞에서
“노점상 정비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중원의 결투' 이상이었다. 가슴 벅찬 보람으로 남았고, 가슴 찡한 사연들은 뒷얘기로 넘거야..." 2010년 12월 20일. 정비된 노점상 앞에서

“시에서 노점상 단속을 강력히 시행하자 전국의 노점상인들이 우리 시로 몰려와 시청 앞은 물론 일산 중앙로까지 점거하고 강경 투쟁을 벌였습니다. 불법 노점상은 어떻게든 정리하고 노점이 아니면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진정한 노점상들만 합법적으로 노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시 방침에 반발하는 시위였지요. 점포를 몇 개씩이나 가진 일부 귀족 노점상들이 생활이 어려운 영세노점상들을 착취하고 전노련 비회원들에게는 길거리에서 푸성귀조차 팔지 못하게 폭력을 동원하여 쫓아내는 행위가 빈번했던 것입니다. 그들 귀족 노점상들 대부분은 고양시민도 아니었습니다. 시장이 저러다 제풀에 꺾일 것이라고 수군대며 모두들 노점상과의 싸움을 말렸지만 소신을 가지고 끝까지 밀어 부쳐 마침내 불법 노점을 길벗가게로 합법화하고 제도권에 편입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2008년 가을이었고 전국 최초의 노점상 합법화였습니다. 그 과정은 목숨을 건 싸움이었습니다”

고양시에 무분별하게 아파트 신축사업이 진행되는데,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고양동 1군단 사령부 앞의 산을 일부 허물고 아파트를 짓겠다는 보고에 산을 헐어 아파트를 짓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막았습니다. 고양시에 산에다 아파트를 지어야 할 정도로 땅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산은 후손을 위해서 남겨두어야 합니다. 물론 아파트나 주거시설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시민들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생산적인 시설이 고양시에는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고양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전역이 과밀억제권역이어서 공장 등을 짓는데는 엄청난 제약을 받습니다. 그렇더라도 연구하고 고민하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일례로 저는 방송영상시설을 고양시 특화산업으로 지정하고 많은 업체를 고양시에 유치했습니다. 한국의 영화사나 컴퓨터 그래픽 업체들은 거의 고양으로 옮겨왔었지요. 지금 고양시도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성남이나 타 도시에 비해 아파트 값이 상당히 낮습니다. 살기는 고양시가 훨씬 더 좋은데 집값은 왜 분당의 반밖에 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많습니다. 원인이 무엇이겠습니까? 공급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가 과잉 공급되고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더해 3기 신도시가 또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아파트값이 올라가겠습니까?”

신축한 지 30년이 되어 가는 일산신도시의 재생 방안에 대해서는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과 리모델링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오래된 아파트단지를 리모델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일산신도시의 경우 사실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야 할 곳에 아파트가 들어서 스카이라인이 엉망입니다. 도시경관도 영 아니지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아파트를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 하겠다고 하는데 이왕 한다면 재건축이 옳다고 봅니다.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면 재건축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미래도시에 걸맞는 스카이라인과 도시경관을 높이기 위해서도 그렇고, 바다 모래 파동 등 안전 문제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강 전시장은 시민 누구와도 편하게 대화하고 만남을 가졌다. 시장이라기보다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모습이랄까?
강 전시장은 시민 누구와도 편하게 대화하고 만남을 가졌다. 시장이라기보다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모습이랄까?

교통지옥이라는 표현도 무색할 정도로 고질적인 교통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았다.

“고양시는 서울 출퇴근 인구가 많아 시장 재임 시에도 이의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자유로 버스 전용차선도 고민했지만, 한강 다리 진입 램프가 엇갈리고 있어 포기한 적도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청장과는 고양시와 서울 강남을 연결하는 곤돌라 설치를 고민한 적도 있었지요. 서울행 급행버스 노선 설치나 차량 증차문제로 서울시와 싸운 적도 여러 번입니다. 고양시 교통 문제는 서울로의 출퇴근 문제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GTX가 완공되고 소사 원시선의 대곡역 연결, 신분당선의 삼송 연결, 3호선의 파주 연장이 완성되면 어느 정도 해결은 될 것입니다. 9호선과 3호선을 연결하게 되면 교통 문제는 상당히 개선되지 않을까요? 경의선은 하루 110회, 왕복 220회 정도 운행이 되고 있는데 지금보다 운행 횟수나 차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의선은 원래 하루 298회 운행하겠다고 보고받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강현석 전 고양시장은 고양시의 환경문제에 대해 “재임 시절 푸른 도시 가꾸기와 가로수 심기에 주력해서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면서도 “아쉬운 거라면 간판 정비사업을 시장 낙선으로 일산 중앙로와 화정 일원밖에 하지 못한 것”이라며 “고양시의 간선도로와 이면도로의 간판 정비사업은 누가 해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거듭거듭 강조했다.

“먼 길 걷고 나면 뿌듯함이 있지요. 산을 오르고 들판을 지나고~” 2016년 9월 19일 지인들과 등산 이후 지인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강현석 전 고양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의 소회.
“먼 길 걷고 나면 뿌듯함이 있지요. 산을 오르고 들판을 지나고~” 2016년 9월 19일 지인들과 등산 이후 지인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강현석 전 고양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의 소회.

후임인 최성 전 시장과의 부채 논쟁에 대해서는 이렇게 정리했다.

“임기 말 고양시의 채무 2,700여억 원 가운데 2,170억 원이 기채였습니다. 킨텍스 2단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그중 1,800억 원은 2단계 사업부지 22만 2천 평을 매입하기 위한 것이었고 370억 원은 2단계 사업부지 조성 등에 쓰기 위한 것이었지요. 2,17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기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킨텍스 1단계 사업에서 이미 조성된 땅이 공시지가만으로도 6,500억 원에 이르렀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후임 시장은 ‘50만 이상 도시 최초로 부채 제로 도시 실현’을 선언하면서 고양시의 ‘실질부채’는 6,077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고양시 기채와 그 이자, 고양시가 예산으로 편성하여 지출해야 할 각종 분담금에 이자까지를 모두 빚으로 계상한 것입니다. 그런데 고양시가 부채 제로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갚았다는 빚은 사업예산을 절감하여 마련한 돈도 아니었고 기업을 유치하거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거둬들인 세금으로 갚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임 시장들이 조성한 킨텍스 지원 단지를 팔아 그 돈으로 빚을 갚은 것이었지요. 최성 전 시장은 킨텍스 지원 단지 조성에 조금의 기여도 한 것이 없습니다. 전임 시장인 황교선 전 시장님과 강현석 전 시장이 매입하고 조성한 킨텍스 지원 단지를 팔기만 했을 따름입니다. 킨텍스 지원단지를 팔아 빚을 갚았다면 그것을 팔기만 한 최성 전 시장이 빚을 갚은 것입니까, 그 땅을 조성한 황 전 시장이나 강 전 시장이 갚은 것입니까?”

강 전 시장은 “고양시장직을 수행할 때 제1 킨텍스, 제2 킨텍스를 비롯하여 어울림누리, 아람누리, 종합운동장, 고양체육관, 경의선 복선화 사업, 강매-원흥간 도로 등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대형사업이 많았다”며 “그 대형사업들을 매년 하면서도 8개의 도서관과 30개가 넘는 보육시설, 덕양과 일산서구 노인복지관, 고양문화원사, 노래하는 분수대, 제2자유로, 동국대도로, 킨텍스로, 청소년수련관, 수많은 베드민턴장, 인조잔디축구장, 야구장, 파크골프장, 장미란체육관 등을 건설하고 많은 나무를 심었다면서 최성 전 시장은 아무리 보아도 대규모 사업을 한 것은 생각나지 않고 빚 갚았다는 말만 떠오른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선한 웃음, 아직도 많은 사람은 강 전 시장의 그런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선한 웃음, 아직도 많은 사람은 강 전 시장의 그런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이재준 현 고양시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인사 때마다 특정 향우회가 관여한다는 소문이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현 시장이 한 일이 무엇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될 고양시장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았다.

“특례시에 걸맞게 도시 발전계획을 제대로 세워 시민들이 원하는 고품격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고민하고 연구하면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고양시만의 특장을 살려 시가지가 니무로 뒤덮힌 도시, 시민들이 문화와 예술을 상시 즐기고 언제든 그 향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그런 도시로 만들어지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2006년 뉴스위크지에 의해 우리 고양시가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세계 10대 도시’로 선정된 영광을 다시 찾았으면 정말 좋겠다‘면서 장시간의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이택수 객원기자 ffjj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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