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50일도 남지 않았다. 이재명과 윤석열의 지지율은 30~40%대에서 시소같이 움직이고 안철수도 10%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이재명을 지지하는 강고한 세력의 좌파와 윤석열을 지지하는 보수우파 사이에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중도 세력이 있다.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로 형성된 중도는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에 지지율이 널뛰는 것이다. 전통적인 정치 프레임의 틀에서는 ‘보수는 부패하고 좌파는 분열한다’가 통념이다. 과거 좌파는 각자 추구하는 이념이 다를 경우 자신들의 노선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통해 분열해 왔다. 노선 싸움에서 이긴 쪽은 반대파를 가차 없이 숙청한다.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3대 세습이 가능한 이유다. 그러나 유독 한국의 586 좌파는 종북 이념으로 똘똘 뭉쳐서 자기들끼리 이권을 독차지하고 공유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보수는 분열하고, 좌파는 부패한다’라는 말이 생겼다.

여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은 수많은 치명적인 오점과 ‘대장동’으로 불리는 희대의 부동산 부정부패 문제를 안고도 35%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간 자신의 공약을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오히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가격폭등, 원전 폐지, 민노총 최우선 정책, 북한 우선의 안보 붕괴, 굴욕적인 친중 정책, 혈맹인 한미 관계 악화, 한일 외교 실종 등등 거의 모든 방면에서 엉망인데도 40%대의 국정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경이로운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지지율이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최저 지지율은 5%대까지 떨어졌었다. 보수는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라고 지적하고 바른말을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를 탄핵한 것도 여당 국회의원이 찬성표를 많이 던졌기 때문이다. 이념을 떠나 잘못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다. 내 편은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덮어주고 감싸주는 대깨문과 같은 조직이 있고, 우리 후보는 어떤 하자와 결격사유가 있더라도 무조건 지지한다면 건전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정치 현상은 과거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때는 없었다. 최소한의 염치가 있는 정치를 했다. 586 좌파의 내로남불이 섬뜩한 이유다. 지난 5년간 문재인의 무참(無慘)한 실정에 대해서 절대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2018년 전국 17개 교육감 선거 중 대구, 경북과 대전 이외의 14개 지역에서 진보 교육감이 선출되어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이 진보 성향으로 변해서 공교육이 무너졌다. 이런 결과는 진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지만, 보수는 하나같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서 후보가 난립하기 때문이다. 진보는 목적 달성을 위해 단일화에 성공하지만, 보수는 명분과 체면만 중시해서 양보 없는 경쟁으로 공멸한다. 번번이 똑같은 결과를 보면서도 단일화가 되지 않는 이유는 뼛속 깊이 반성해야 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의식이 너무 강해 양보와 타협을 못 하기 때문이다. 한번 잘못한 것은 실수지만 반복되면 실력이다. 보수의 뿌리 깊은 병폐인 분열은 통합이나 연대나 단일화를 막아왔다.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무기력한 야당이 된 것도 제대로 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대통령 후보 경선이 끝난 뒤의 홍준표와 유승민의 행적만 봐도 알 수 있다. 홍준표는 민주당보다 더한 쓴소리나 해대고 유승민은 패배 후유증으로 이민이라도 갔는지 얼굴조차 볼 수가 없다. 깨끗이 승복했다고 말은 하지만 진심으로 승복하고 좌파 정권을 이기기 위해 힘을 보태주지 않고 있다. 참으로 졸렬한 행동이고 그동안의 정치경력이 부끄러운 노릇이다.

윤석열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민주당은 아마도 수월하게 정권 재창출이 가능했을 것이다. 사실상 대권 주자가 없었던 국민의힘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에게 윤석열은 구세주와 같은 존재다.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권이 만들어준 야당 대통령 후보는 수많은 하자가 있는 이재명과 비교할 때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하다. 과거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가 눈에 불을 켜고 흠을 찾아도 발견되지 않아 쫓아낼 수가 없었다. 이런 윤석열 대신 부인 김건희가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다. 과거부터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한 MBC는 이명박 시절의 광우병 파동과 박근혜 정권에서 세월호 사건을 호도했듯이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의 개인 통화를 전 국민에게 공개했다. 윤석열에게 치명상을 입힐 목적이었다. 그러나 통화녹음 공개 후 역설적으로 윤석열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 민심이 천심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야권의 누가 되든 오매불망 정권이 바뀌기만을 바라고 있다. 수많은 선거에서 후보 난립으로 번번이 좌파에 졌던 보수 단일화가 유일하게 성공한 것이 작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과 안철수의 단일화를 통한 보수의 승리였다. 서울시장 선거 후 약속대로 국민의힘은 안철수 국민의 당과 합당하여 정당한 권리와 지분을 주고 합쳐야 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약속을 안 지켜서 다시 안철수가 대통령 선거에 나오게 됐다. 또다시 보수의 분열 DNA를 보여준 셈이다.

지난 5년간 문재인의 실정에 따른 정권교체 열망으로 윤석열은 35%의 박스권에 있는 이재명을 이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윤석열은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의 열망과 한국의 정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안철수와 단일화해야 한다. 담대한 양보는 이기고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지고 있는 사람에게 모든 선택권을 줘야 한다. 그래야 합당한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 내가 크게 이기고 있으니 “나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하자”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단일화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윤석열이 먼저 통 크게 양보하고 제안해야 한다. 크게 이기고 있을 때 안철수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타협해서 단일화 안을 만들고, 2월 초에는 단일화를 성공시켜야 한다. 단일화된 보수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해야 국정 개혁의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모습은 향후의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의 좋은 전례가 될 수 있다. 단일화한 보수는 어떤 선거에서든 절대 질 수가 없다. 다시 한번 보수의 가치와 힘을 보여주고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한 몸을 바친다는 모습을 윤석열이 보여줘야 한다. 국민은 야당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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