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현 사진작가
조일현 사진작가

구자현 발행인: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벌써 코로나가 발생한 지 3년 차가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더 많은 빈곤층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특히 노년층의 빈곤은 더욱 심각합니다. 아직도 밥 한 끼로 삶을 연명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오랜 기간 빈곤층에 대한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특히 사진전을 통해 거리의 사람들의 아픔을 표현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2004년 ‘화엄의 바다’ 2010년 ‘우주의 소리’ 2016년 ‘홈그라운드’ 2018년 ‘해인 그 절망과 피안’ 등의 사진전을 열었고 특히 작년 겨울에는 길가온 갤러리에서 ‘밥’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다고 들었는데요. 주제를 ‘밥’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일현 사진작가: ‘밥’은 끼니, 식사, 한 끼로도 명명되죠. 인생을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것이 ‘밥’이죠. 그러나 아주 기초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누군가에는 커다란 숙제인 거죠. 매일 ‘밥’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고민하면서 하루를 보내죠. 노인들의 외로운 식사를 조명하고 한 끼의 식사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 시도였죠.

구 발행인: 사진을 보니 한 끼 밥을 먹는 노인의 모습이 오롯이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습니다. 모든 사진이 흑백으로 처리돼 인물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것 같고요.

조 사진작가: 맞습니다. 인물에 집중했고요. 입고 있는 옷, 수저를 들고 있는 손의 주름, 앙상한 얼굴 등이 도드라지게 보이죠. 번듯한 식사 하나 없이 풀밭에 앉아서 한 끼를 때우고 있는 노년층을 조명한 것이지요. 한마디로 정의하면 ‘고단한 삶’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죠.

한 끼 밥을 먹는 노인
한 끼 밥을 먹는 노인

구 발행인: 주로 사회의 소외된 계층을 어려움을 알리는데, 노력을 많이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 사진작가: 저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삶에 대한 문제를 오래전부터 많이 탐구했죠. 특히 이러한 사진들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죠, 사진 속의 노인들은 결국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자식들은 다 키워 품에서 떠나보내고, 또래의 친구들은 하나 둘 곁을 떠나게 되면서, 외로움은 무시못할 자신의 문제가 돼가고 있죠.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나이듦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비워내는 생활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주위를 보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죠.

구 발행인: 한 장의 사진은 글 이상의 전파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자신의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은데요. 사진뿐만 아니라 글쓰기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신다고 들었습니다.

조 사진작가: 사진이나 글이나 생각을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죠. 인류문명은 글자의 발명으로 기록이 가능하게 됐죠. 책에도 글과 사진이 같이 있잖아요. 저는 분개의 감정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소외하거나 모른 척해 온 사실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한 비판의식의 다른 표현이죠. 사진이나 글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가 있지만 사실 저들을 소외시킨 자 즉, “우리”에게로 돌아와 있죠. ‘밥’의 사진전도 ‘분개’에 복합적인 시선이 담겨 있는 거죠.

구 발행인: 임인년 새해가 밝았는데 어떠한 삶을 사시기를 바라나요? 소원이 무엇인가요?

조 사진작가: 주변에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의 문제가 결국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쇼펜하우어는 말했죠. 주변에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이유는 그들이 도둑이 돼서 나의 집에 올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자신을 돕는 일이라고 했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대한민국에 더 이상 ‘밥’ 걱정하는 노인들이 없기를 항상 바라고 있죠. 작지만 빈곤층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구 발행인: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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