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해마다 신년은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한다. 2022년 임인년 1월 1일 새벽 엄동설한에도 수많은 사람이 마음을 다잡기 위해 동해로 갔다. 새로운 한 해를 맞아 동해 일출을 보며 각자의 소망을 빌기 위해서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중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이 동쪽 바다를 향해 떠났다. 바다로 못 간 사람은 인근의 높은 산을 찾아 올랐다. 올해는 특히 각자의 소원과 함께 좋은 대통령을 뽑게 해달라고 간절히 두 손을 모은 사람이 많았을 터다. 지난 5년간의 탈원전과 부동산가격 폭등과 높은 실업률 등으로 대표되는 실정과 무능 및 내로남불 등 국민이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정권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는 열망이 그 어느 때 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윤석열의 지지도가 이재명에 뒤지는 것을 보면서 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이 가위눌리며 새해를 맞은 국민이 많았을 것 같다.

정권교체 여론은 50~55% 정도에 달한다. 지난해 국민의힘 경선 직후 50%가 넘던 윤석열 지지율이 최근 30%대로 떨어졌다. 국민의힘 자중지란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준석의 패악질이 가장 크다. 이준석은 대한민국 최초의 30대 정당 대표다. 무력한 국민의힘이 새롭게 변화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말 잘하는 똑똑한 젊은 정치인으로 일약 제1야당 대표로 기대를 받던 이준석은 불과 6개월 만에 국민의힘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고 본인의 정치 인생도 끝날 위기를 맞았다. 당 대표가 된 이준석은 문제투성이 후보 이재명과 문재인 정권의 실정 그리고 민주당의 독선적 운영에 대해서 그 어떤 비판도 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잘한 것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 야당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할 날 선 비판 한마디 안 했다. 반면에 윤석열 후보를 향한 비난으로 적전분열(敵前分裂)과 자중지란(自中之亂)만 일으킨 이해하기 힘든 언동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분노만 샀다.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만 끝나면 새로운 자유민주 국가로의 회귀가 가능하리라 믿었던 국민의 마음에 이준석은 굵은 절망의 대못을 박았다.

정치는 명분과 실리, 타협과 조정의 기술이 중요하다. 소년등과(少年登科)로 너무 일찍 정상에 오른 이준석의 정치 인생 10년이 비참하게 끝날 것 같다. 윤석열에 대한 총질과 자해는 당 대표로서의 명분도 잃고 정치인으로서의 실리도 잃었다. 국민의힘이 어린 당 대표 때문에 유례없는 어려움에 빠졌다. 一魚混全川(일어혼전천) 이라고 물고기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리는 격이다. 내칠 수도 없고 거둘 수도 없는 이준석은 윤석열에게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다. 김종인과 이준석은 지난해 12월 31일 단둘이 만났다. 많은 국민은 총괄선대본부장인 김종인이 철없이 구는 이준석을 설득해서 상황이 잘 해결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祖孫 정도로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정치인은 뚜렷한 해결책도 없이 밥만 먹고 헤어졌다. 김종인의 역할을 기대했던 국민은 실망하고, 이준석에 대한 마지막 기대는 깨졌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수많은 국민이 새해를 우울하게 맞은 이유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다. 민주의 가면을 쓴 586 전제정치를 끝내지 못하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명운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독선 및 코로나 사태 대처 미흡으로 도탄에 빠진 국민이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다. 그동안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에는 변변한 후보조차 없었다. 윤석열은 추미애를 비롯한 문재인 정권이 만들어준 야당 후보다. 윤석열은 국민이 부름으로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뜻하지 않게 정치인이 됐다. 검찰에서는 본인 생각대로 하면 됐다. 하지만 정치판은 다르다. 정당은 저마다 정치적 욕심이 다른 사람이 모인 권력형 이해집단이기 때문이다. 검찰 조직원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아사리 판이다. 무엇보다 잘 모르는 분야다. 겸손하게 빨리 배워야 한다. 윤석열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 모두 나라의 장래를 걱정해서 모였겠지만, 아무런 사심 없이 일하는 사람은 드물지도 모른다. 공자는 ‘듣기 좋은 말과 잘 꾸민 낯빛을 한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은 드물다’(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교언영색 선의인)라고 했다. 윤석열 주변에서 후보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높은 정권교체 지지라는 당위성만 앞세워 당선이 당연한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른다. 최대한 겸손하게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바로 지금 윤석열의 단점을 지적하고 오만하게 보이지 않도록 쓴소리를 할 측근이 필요하다.

작년 말부터 윤석열은 정치 시작 후 처음으로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된 이재명에게 뒤지는 여론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절체절명의 위기감으로 기존 선대위를 해체했다. 완전히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2달 남짓 남았다. 긴 시간도 아니지만, 결코 짧은 시간도 아니다. 윤석열이 말해온 공정과 상식의 나라는 당연히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것을 어떻게 바로잡아 나갈지,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완벽하게 인정받는 선진국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 명확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주역 계사전에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라는 말이 있다. ‘궁하면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면 통할 것이고, 통하면 오래도록 지속된다’는 말이다. 우선 본인부터 변하고 야당과 선대위도 변해야 한다. 획기적으로 변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준다면 반드시 길이 열린다. 정권교체 열망이 높은 만큼 윤석열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변한 모습은 이준석에게 분노하고 윤석열의 리더십에 실망한 민심을 돌아오게 할 수 있다. 윤석열은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소명에 부응하는 큰 변화로 반드시 대선 승리를 가져와야 한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끌고 법치로 정의와 공정이 살아있는 자유 민주국가를 되찾아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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