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구자현 발행인: 2030년에는 65세 인구가 1000만명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국가적으로 노년층에 대한 연구가 많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오늘은 네덜란드 ‘치유농업’에 대해 공부를 하고 귀국하여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혜원 대표님과 만났습니다. 연구소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조예원 대표: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13년 정도 일했습니다. 어느 날 종일 책상에 앉아 일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좀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생긴 거죠. 결국 방안을 찾기 위해 퇴직하고 네덜란드 바흐닝언대학 석사과정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그곳에서 운명처럼 케어팜(care farm)을 만난거죠. 우리나라는 자식들이 몸이 불편하고 더 이상 케어하기 어려운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죠. 요양원은 말 그대로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죠. 기본적인 치료만 받죠. 그러나 케어팜(care farm)은 자연과 더불어 생활할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좀 더 멋지게 마무리하는 것이죠.

구 발행인: 너무 좋네요. 좀 더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조 대표: 한국식 표현으로 ‘치유농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한국식 치유농업’은 저의 석사논문 제목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약자인 발달장애인이나 노인ㅍ등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네덜란드 농장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죠. 네덜란드는 장기요양건강보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스템인데요. 치매 노인이나 발달장애인이 케어팜(care farm)을 이용할 경우 건강보험과 지자체 복지제도를 통해 해당 농장에 비용을 지불해 주는 개념입니다. 의료복지체계 안에 들어가 있는 거죠.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운데요. 이탈리아는 농촌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농장을 운영하면서 장애인을 고용하고 농촌 주민들의 복지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못하는 부분을 협동조합에서 하고 있는 거죠.

구 발행인: 제가 듣기로 한국식 모델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특히 올해 마음두레연구소와 공동으로 ‘케어팜 전문가 과정’을 개설했다고 들었습니다. 맞나요?

조 대표: 네 ‘케어팜 전문가 과정’은 순식간에 정원이 찰 정도로 관심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더욱더 창조적인 방법으로 대한민국에 케어팜(care farm)을 정착시키기 위한 많은 아이디어를 찾고 있죠. 케어팜(care farm)은 대한민국에서는 농업 분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복지부와도 좀 더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 좋겠죠. 또한 교육이나 고용 부분과의 협업도 필요하겠죠. 이 모든 분야를 총괄하는 독립된 기관이 있으면 좋구요.

구 발행인: 한국형 치유농업 모델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요?

조 대표: ‘케어팜(care farm)’은 대한민국에서 초기 단계인 만큼 많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고요. 대략적으로 5가지 정도 모델로 정리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첫째, 발달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 등 장애인 돌봄 위주의 치유농업 모델이 있습니다. 둘째는 고령노인이나 치매환자 등에 특화된 노인요양 성격의 치유농업 모델이 있습니다. 셋째는 학습장애나 복합장애가 있는 아동과 청소년 대상의 특수 교육 위주 농장 모델이 있고요. 넷째는 우울증, 트라우마 등 일시적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는 일방인 대상 치유농장 모델이 있습니다. 다섯째는 일상에 지친 일반인들이 농촌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휴식 공간으로써 농장 모델이죠.

조예진 대표
조예원 대표

구 대표: 다양한 대상을 중심으로 5가지 정도 모델로 구분할 수 있겠네요. 우리가 통상 많이 알고 있는 ‘체험농장’은 ‘치유농장’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조 대표: ‘체험농장’은 힐링 개념이 강하고요. 또한 일회성이죠. 그러나 ‘치유농장’은 정확한 목표가 있습니다. 우선 장기적으로 이용해야 하고요. 체험농장처럼 단지 어떤 활동에 참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실제로 어떤 효과를 보는지 정확한 목표가 있죠.

구 발행인: 그동안의 성과를 논문뿐 아니라 책으로 출간했다고 들었습니다. 설명 좀 해주세요.

조 대표: 2020년 9월 10일에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돌봄과 복지가 농업과 만나는)’ 책을 출간했죠. 많은 독자가 읽어주셨고요. 이론을 떠나 대한민국 현실에서 꼭 소개하고 싶은 좋은 케어팜 11곳을 꼽아서 직접 농장 사람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곳곳에 글과 사진을 담은 것이 가장 의미가 있죠. 통상 한국에서 네덜란드에 케어팜(care farm)을 견학하러 오는 분들은 일정상 몇 군데 이름난 케어팜(care farm)만 들러보고 가는데요. 실제로 다양한 종류의 케어팜(care farm)이 많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현실에 맞는 케어팜(care farm)을 찾는 게 중요하겠죠. 건강의 기본인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자연 생태계와의 긴밀한 연결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화두죠. 농업인의 수익뿐 아니라 복지의 영역을 접목시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네덜란드 케어팜(care farm)의 모습을 많이 배웠으면 합니다.

구 발행인: 대한민국에서 케어팜(care farm)을 보급하는데 가장 취약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조 대표: 아직 초창기라서 쉽게 설명하기는 어려운데요. 4차산업의 핵심은 서로 다른 영역의 협업인데 아직 농업 쪽에서만 치중되어 있습니다. 농업 쪽에서 다른 분야와 협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반응이 적은 편입니다. 보건복지 등 다른 분야에서 좀 더 치유농업에 많은 관심을 갖기를 기원하고 있는 거죠. 다행인 것은 2020년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이 통과되어 치유농업연구와 보급에 어느 정도 기초가 형성된 거죠

구 발행인: 네덜란드의 케어팜(care farm) 상황은 어떤가요?

조 대표: 시작은 1990년대 후반에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농장에서 일하는 사례가 늘면서 국가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지금은 농가 경제와 보건복지 분야에서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많고 1999년 ‘농업과 케어국가지원센터’를 만들어 케어팜(care farm) 지원체계를 만들었고 1998년 75개였던 케어팜은 2009년을 넘어서 1000개 이상 이르고 있죠. 현재는 그 수가 더 많고요.

구 발행인: 바흐닝언 케어팜 연구소 대표로 앞으로 추진하거나 연구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조 대표: 연구도 중요하지만 케어팜(care farm)을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고요. 정부에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국민은 많은 관심을 갖고 있죠. 나이가 들면 몸이 아픈 것은 당연한 것이고, 좀 더 자연친화적으로 자신의 몸과 정신을 치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죠. 케어팜(care farm)을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싶은 분들도 많고요. 다만 개인의 역량이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정 정도 국가가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사실 돈을 버는 사업보다 자신의 삶에서 좋은 일을 한다는 의미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젊은 친구들도 관심이 많고요. 개인은 케어팜(care farm)에 들어가고 싶은 분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케어팜(care farm)을 추천할만한 곳이 많지는 않죠.

구 발행인: 지금까지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미래에 한국에 맞는 케어팜(care farm)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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