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안 남았다. 여야후보의 발길이 호남으로 충청으로 분주하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은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 비리 의혹과 살인자 조카 변론 등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더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의 모든 잘못은 “나의 잘못이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는 말로 간단하게 끝냈다. 싸움의 예봉을 피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고생한 경륜처럼 보이던 하얀 머리가 어느 날 갑자기 까맣게 변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눈물을 쏟으며 서슴없이 무릎을 꿇는다. 과로로 혼절까지 했던 아내는 남편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만면에 웃음을 띠고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유세를 따라다닌다. 하얀 머리칼을 하루아침에 까맣게 변색시키는 것처럼 한순간에 표변하는 이재명의 변신이 무섭다. 이재명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면서 선대위 조직을 한순간에 갈아엎었다. 그런 이재명에 대해 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누구 하나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지난 총선에서도 지면 죽는다고 달려들었던 민주당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 모두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똘똘 뭉쳐서 일사불란하게 돌진할 뿐이다. 잡음 하나 없이 이재명을 공부하는 이런 민주당이 너무 무섭다.

반면에 윤석열을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결정되고 나서 근 한 달간 선대위도 제대로 꾸리지 못했다. 킹메이커라는 김종인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모시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아무 소득 없이 시간만 지나갔다. 말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지지자들은 왠지 모를 불안감과 노정객의 행동에 분노로 속만 태웠다. 무슨 이유인지 젊은 당 대표 이준석은 윤석열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이준석은 당 대표가 되고 나서 문재인의 실정이나 민주당에 대한 날 선 비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빼앗긴 정권을 되찾겠다는 야당 대표의 전투력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다. 오히려 웬만한 평론가보다 더 자주 방송에 나가서 윤석열에 대한 비판과 내부 잡음을 여과 없이 쏟아내며 당 내부에 대고 총질을 했다. 무조건 김종인이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도 이준석이다. 그런 당 대표가 술김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말 한마디 남겨놓고 사라져 버렸다. 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런 야당의 모습에 국민이 실망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의 후보가 결정되면 당연히 모든 당무는 후보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표는 후보와 다소 의견이 다르더라도 일단은 후보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게 서로 상생하는 길이다. 한세대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는 대표와 후보 간에는 분명히 큰 간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10여 년간의 정치 경험이 있는 당 대표가 볼 때 정치 신인인 대선 후보가 불안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김종인을 모셔야 한다고 했을 거다. 그리고 이수정은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당 대표로서 조언에 그쳐야지 자기 뜻대로 안 됐다고 판을 깨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파는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총선 역시 문재인의 실정으로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를 내부 분열과 공천 실패로 자멸했다. 지금 처한 상황을 윤석열 후보는 정치인으로서의 결단력과 위기 돌파력을 보여주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선대위 구성조차 본인 의지를 반영하지 못한다거나 당내 분란을 해결할 수 없다면 국정 운영에 대한 능력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국민 60%가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윤석열이 질 수 없는 선거다. 정권교체 열망은 60%에 가까운데 윤석열의 지지가 50%를 넘지 못하는 것은 그 차이 만큼인 중도 좌파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당에 기울었던 중도 좌파의 마음이 도저히 이번에는 민주당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윤석열 지지로 돌아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종인과 권경애, 금태섭 등이 영입되면 지지율은 분명 지금보다 올라갈 것이다. 중도 좌파인 김종인이 가면 어떤 진영이든 선거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론조사에서 불리한 이재명의 민주당은 무서울 정도로 일사불란하다. 다급해진 이재명은 무슨 공약이든 마구 쏟아내고 있다. 일단 듣기에 솔깃해 보이는 말을 던져보고 여론이 안 좋으면 안 하겠다고 한다.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후보 신분으로 홍남기 장관을 윽박지르는 모습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할지 보인다. 무엇보다 이재명의 사고방식은 독선적이고 위선적이며 가볍다. 얼마 전 모든 국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고 그 재원은 국토보유세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올 차별금지법도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이 안 좋아지자 한순간에 간단히 철회했다. 민주당 게시판에 이재명을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올라오자 당원 게시판을 폐쇄해 버렸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무서운 이유다.

이런 민주당에 비해 야성을 잃어버린 국민의힘은 변변한 대항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경선에서 진 홍준표는 양당 후보 모두 불안하다고 싸잡아서 윤석열까지 비난하고 있다. 이준석은 자기가 몸담았던 정당이 ‘아사리판’이라고 욕을 하고 떠난 김종인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매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12월 6일에 선대위가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윤석열은 자신의 의지대로 선대위를 구성해서 자기만의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했던 마음으로 국가를 위해 어떻게 충성을 다 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전쟁터의 장군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국가의 명운이 윤석열의 두 어깨에 달려있다. 수많은 지지자가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김종인 없이, 이준석과 홍준표와 유승민의 도움 없이 선거를 치러서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준석의 비토로 틀어진 안철수와도 후보 단일화를 통해 소통과 통합의 정치력도 보여줘야 한다. 윤석열은 11월 29일 대전에서 열린 2030 청년들과 간담회에서 "킹메이커는 국민과 2030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분명하고 정확한 인식이다. 윤석열은 국민의 부름으로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이제부터 윤석열이 선대위 구성과 선거운동을 통해서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을 조금이라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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