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감옥에 있는 유동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맞은 기분이거나 악몽을 꾸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공들여서 수백억의 돈을 벌어 놨는데 어느 날 갑자기 형량도 가늠할 수 없는 죄인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동규 눈에는 대한민국이 참으로 가소롭게 보였을 것이다. 사람 팔자 시간 문제라고 성남시장 선거판에서 온몸을 바쳐 이재명 선거운동을 도왔더니 하루아침에 재건축조합장에서 성남 도시개발공사라는 공기업의 본부장으로 수직상승 했다. 게다가 대장동 돈벼락 작업에 도움이 안 되는 황무성 성남 도시개발공사 사장도 내보낼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으니 세상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겠는가. 유동규의 이런 벼락출세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일개 본부장이 과연 사장을 어떻게 자기 맘대로 자를 수 있는가? 이런 막강한 권력은 누가 줬을까?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으로 김만배, 남욱, 정영학에게 1,000배 이상의 돈벼락을 안긴 게 과연 유동규가 혼자 설계하고 작업했을까? 이런 의심을 하는 게 지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다. 더구나 대장동 사업을 성공리에 마친 유동규는 차관급인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영전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이재명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직 시에 벌어진 일이다. 이재명은 대장동 개발사업은 자기가 설계한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내세우고 도지사가 됐다. 그러다 문제가 되자 하루아침에 자기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잡아뗐다. 온 나라가 단군 이래의 최대 토건 비리라고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러운데도 대통령은 오불관언이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냐?

이재명은 여러 혐의로 재판을 많이 받았다.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을 변호한 30여 명의 쟁쟁한 변호사 수임료가 너무 적다고 다그치니 “평소 잘 알거나 친해서 무료나 싸게 변론을 받았다”고 했다. 이런 것은 김영란법 위반이 아닌지 국민권익위원회에 물었다. 민주당 출신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지인이나 친구 등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는 무료로 변론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법보다 내 편 보호가 먼저다. 이게 법으로 다스려지는 제대로 된 나라냐? 세상에 어느 누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향응을 받고 선물을 받겠는가? 앞으로 공직사회는 김영란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졌다. 친한 사람에게 뇌물과 향응을 받아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의 총책임자인 서욱은 북한의 SLBM 발사를 “우리 영공·영토·영해에 피해를 주지 않아 도발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욱에게는 적어도 ‘연평도 포격전’이나 ‘천안함 폭침’ 때와 같이 생떼 같은 우리 군인들이 죽어 나가야 도발이다. 5,000만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국방부 장관이 주적의 눈치나 보고 대통령의 심기를 살핀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가를 위한 경제정책보다 대통령 비위 맞추기로 최장수 장관이 됐다. 홍남기는 서울 집값이 2배 가까이 오르고 물가는 매일매일 치솟는데 경제가 안정적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돈 퍼주기 정책으로 국가부채가 4년 동안 400조가 늘었는데도 반대하는 시늉만 하다 말았다. 평범한 국민도 나라 곳간이 걱정되는데 평생 경제관료로 살아온 홍남기는 정녕 자신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재명이 또다시 ‘전 국민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홍남기에게 윽박지른다. “대통령 후보가 하라면 하는 게 관료”란다. 무능하고 소신도 없는 홍남기 장관은 아마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사람이 나라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게 창피하다. 정의용은 70년 이상 대한민국을 위해 피땀을 흘린 혈맹 미국에 가서 북한과 중국 편드는 말만 했다. 얘기만 들어서는 북한 장관인지 대한민국 장관인지 모를 지경이다. 김오수는 대장동 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어도 정영학이 녹음테이프를 갖다 바치지 않았으면 아직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과연 이게 제대로 된 나라냐?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균형재정 정책을 무시하고 맘껏 돈을 써놓고 다음 정권부터는 긴축재정을 해야 한단다. 임기 5개월 남겨놓은 정권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국내 ‘순 배출량 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2020년 기준 원자력 29%, 재생에너지 6.6%인 전기 생산을 2050년까지 원자력 6~7%,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 57~71%로 하겠다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실현 불가능하고 현실성도 없는 약속이다. 우리는 이렇게 상식도 안 통하는 대통령을 5년 동안 모시고 있다. 이 정권은 돈 쓰는 일과 듣기 좋은 말로만 생색내고 모든 책임은 차기 정부에 떠넘긴다. 임기 시작부터 끝까지 보여주기 쇼로 시작해서 쇼로 끝내려고 한다. 건강보험 적자도 심각하다. ‘문재인 케어’는 흑자 건보재정을 순식간에 적자로 만들어 버렸다. 증가하는 노령인구와 건보 재정은 생각하지 않는 무분별한 선심 정책으로 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건강보험을 부실하게 만들었다. 건보 적자는 누가 책임지고 부족한 재원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이렇게 적자가 나든 말든 선심 쓰는 게 문재인이 생각하던 나라냐?

한국의 대학들이 중국과 일본은 물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대학에도 대학평가 순위에서 밀린다. 모든 수험생이 목을 매는 SKY는 10위권 안에 하나도 안 보인다. 우리나라 대학 수준이 이런데도 교육부 장관 유은혜는 대학 수준과 경쟁력 올리는 정책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대학을 조정하는 역할만 한다. 학생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데 교육예산은 해마다 늘어난다. 초등학교 입학생은 줄고 선생님은 늘었는데 학생들 실력은 형편없어졌다. 전교조가 추구하는 대학 무상화와 대학 평준화로 대학 서열 철폐 주장에 따른 하향평준화의 결과다. 정부는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에 대한 개혁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무상교육과 반값 등록금으로 표 얻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 번영은 뜨거운 교육열과 수준 높은 인재들이 만든 것이다. 학생의 장래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교육부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문재인은 5년 전 “이게 나라냐?”는 말로 대통령이 됐다. 이제 임기가 5개월 정도 남았다. 지난 5년간 과연 문재인이 생각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런 나라가 당신이 생각하던 나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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