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TV토론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토론인데 아쉬움이 더 많다. 철저한 후보 검증을 위한 일대일 토론이 충분치 않다.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TV토론은 미국에서 1960년에 최초로 실시된 이후 현대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 선거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한국은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부터 TV토론을 도입했다. 과거의 선거 유세는 특정 장소에서 일부 국민만 후보 연설을 들을 수 있었다. TV토론은 후보의 공약과 치열한 토론을 통해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인원이 참여하고 시간이 짧은 탓에 유권자가 후보를 충분히 알기가 어렵다. 국민의힘 경선을 보니 앞으로 있을 대통령 후보의 TV토론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 같다.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형식적인 TV토론이 아닌 좀 더 철저한 검증을 위한 토론회가 필요하다.

2022년 3월에 선출되는 제20대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보다 더 엄혹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은 국정 철학이 올바르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말만 화려하고 지킬 수 없는 공약(空約)을 남발하지 않고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 바칠 수 있는 인물인지 검증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실정은 국민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싹을 자른 데 있다. 미래 에너지인 원자력은 폐쇄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줄 기업은 무시했다. 백신 구매를 게을리해서 국민을 2년 가까이 고통 속에서 지내게 했다. 무엇보다 부동산가격을 사상 최고로 폭등시키고 실업률은 높여놨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 쇼로 끝났다. 임기 중 없애겠다고 약속한 비정규직은 오히려 사상 최대인 800만 명으로 늘어났다. 퍼주기 복지에 쓰느라 국가부채는 1,000조를 넘었다. 문재인 당선 공로로 거대해진 강성 노조 민노총 탓에 기업 경영은 점점 어려워지고 외국 기업은 한국 투자를 꺼린다. 근본적인 노조 개혁 없이 기업의 새로운 투자도 어렵고 급변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차기 대통령은 이렇게 산적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용기와 배짱과 경륜이 있어야 한다. 4류도 안 되는 정치를 개혁하고 투쟁만 하는 노조 개혁 없이는 국가 발전도 장담할 수 없다.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 4년 동안 부동산가격 폭등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시작으로 국방, 외교, 교육, 대북 관계, 원자력 발전 등 국가의 안전과 존립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분야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난마처럼 얽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통치 능력과 국정운영 방향, 국가관과 인사원칙, 경제 운영 기조, 국방과 외교에 대한 확고한 의지, 백년대계의 교육 정책 수립을 위한 교육이념 등 대통령의 생각과 의지를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의 협조 없이는 성공적인 개혁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능력과 사고방식에 따라 국가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문재인 대통령이 잘 보여주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의 가치관과 철학을 정확히 알고 선택해야 한다. 직원의 일하는 능력을 보면 사장을 알 수 있듯이 국무위원들 면면을 보면 대통령의 용인술과 통치 철학을 알 수 있다. 지난 5년간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대통령과 자격도 없고 소신도 없는 장관들이 나라를 망가뜨렸다. 정치판만 쫓아다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부동산가격 억제정책이라고 발표할 때 이미 부동산가격 폭등이 예상됐다. 평생 경제관료로 살아온 홍남기는 전문가다운 목소리를 제대로 내보지도 못하고 대통령 눈치만 살피다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국방부 장관은 전쟁에 대비해서 키운 장군인데 적을 적이라고 부를 용기조차 없는 용렬(庸劣)한 군인이다. 학생 숫자는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유은혜의 교육부는 전혀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국무위원들의 무능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차기 대통령은 대한민국 각 분야 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나라를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며 국가를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소신 있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런 대통령을 뽑기 위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국가관과 올바른 역사관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성장 과정도 살펴보고 인생관은 무엇인지 들어 봐야 한다. 세상을 보는 가치관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사회 인식 수준도 알아야 한다. 3대 세습체제의 북한에 대한 인식과 통일관도 중요하다. 새로운 냉전 시대에 국제적 역학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감각과 세계관을 지녔는지도 봐야 한다. 이렇듯 수많은 중요한 검증을 몇 차례의 짧은 토론으로는 알 수 없다. 철저한 후보 검증을 위한 ‘끝장토론’을 제안한다. 후보 간 합의만 하면 가능하다. 최소 24시간 이상의 ‘끝장토론’을 제안한다. 4시간씩 6번을 해도 되고, 6시간씩 4번을 해도 가능하다. 여론조사 상위 1위와 2위가 해야 한다. 적어도 대통령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 국가를 5년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국민이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최소한 이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유권자는 후보자의 영혼까지 탈탈 털어봐야 한다. 완벽하진 않아도 국민이 후회하지 않을 검증이 돼야 한다. 5년 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의 강한 질문에 답변을 얼버무리며 초점이 흔들리는 문재인의 눈을 보고 나라가 망가질 거란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만일 24시간 끝장 토론을 했다면 문재인은 대통령이 안 됐을지도 모른다.

여당 후보는 말 잘하고 뻔뻔한 이재명으로 정해졌다. 야당은 후보가 누가 되든지 끝장토론을 제안해야 한다. 끝장토론을 거부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자격과 자질이 없다고 봐야 한다. 적어도 끝장토론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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