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화천대유가 점입가경이다. ‘성남 판교 대장 도시개발사업’ 비리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몇 년 전 영화로 만들어진 ‘아수라’의 현실판을 보는 것 같다. 아수라만큼 얄궂은 이름의 신설회사에서 전 국민이 아는 유명인사들이 고문으로 고액의 급여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특별검사인 박영수 특검,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대법원 판결을 무죄로 만든 권순일 전 대법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및 원유철 전 국회의원 등이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에 약 6년 정도 근무하고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일로 최근 의원직을 사퇴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많은 일이 대장동에서 일어났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권에서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거의 두 배로 오른 집값 때문에 집 없는 서민이 고통받고 있는데 1억도 안되는 돈을 투자해서 1,0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고 10명도 안 되는 사람이 총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간다는 사실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문제의 ‘대장동 게이트’는 화천대유 얘기가 세상에 나오자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9월 1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인 대장동 개발사업은 사실 내가 설계했다”라고 자랑했다. 대장동 프로젝트는 설계사 이재명이 심복 유동규를 성남 도시개발공사에 사장 없는 기획본부장으로 임명해서 추진한 사업이다. 민주당 이낙연 캠프에서 ‘이재명 게이트’라고도 말하는 이 사업은 시행사인 ‘성남의 뜰’ 지분을 단 1% 소유한 ‘화천대유’가 모든 사업을 주도하도록 설계했다. 이상한 것은 도시개발공사가 50.0001%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지만 대부분의 수익은 지분 0.9999%의 화천대유와 6% 지분의 천화동인 1~7호가 가져가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상식에 맞지 않는다. 더구나 자본금 5,000만 원의 화천대유와 자본금 3억 원의 천화동인이 배당과 분양이익으로 약 1,100배 이상의 천문학적 배당수익을 올려서 전 국민이 놀라고 분노하고 있다. 과연 이재명 후보 말처럼 단군 이래 최대의 수익사업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는 주역의 괘명이다. 자산운용사 이름으로 어울리지 않는 화천대유가 만든 자회사 역시 주역의 ‘천화동인’이라는 괘명을 사용했다.

이번 사건으로 모든 국민이 주역의 괘를 알게 됐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각각 주역 64괘 중 14번째와 13번째 괘명이다. 주역은 약 3천 년 전 중국 주나라 때 만든 역서라는 의미로 ‘주역(周易)’이라는 이름을 가진 점술서다. 주역은 우주 삼라만상의 변화(易)를 음양과 사상(四象) 그리고 팔괘(八卦)로 설명한 유학의 최고 경전이며 3,0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연구하는 학문이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천(天)과 화(火)는 하늘(天)과 불(火)을 뜻한다. 화(火)는 어둠을 밝히는 불이며 불의 대장은 태양이다. 즉 ‘하늘에 떠 있는 태양 아래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서로 협력해서 큰일을 성취한다’라는 좋은 의미의 괘가 ‘천화동인’이다. 14번째 괘인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천화동인의 도전(倒顚) 괘다. 도전괘란 괘의 아래와 위가 뒤집힌 것이다. 화천(火天)이란 하늘 위에 뜬 태양이다. 일반적으로 태양은 하늘에 떠 있다(天火). 그러나 그 반대인 하늘 위의 태양(火天)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통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정도로 엄청나게 좋다는 뜻이다. 과연 화천대유는 이름처럼 1,100배의 대박이 났다(大有). 그러나 자회사인 천화동인은 화천대유의 도전괘다. 대유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괘다. 즉, 태생부터 결과가 자회사 떄문에 뒤집힐 수도 있는 작명을 한 셈이다. 화천대유라는 이름 덕분에 희대미문의 돈벼락을 맞았지만 천화동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망하게 될 운명이었다.

화천대유 소유주인 김만배는 수익을 빼돌리기 위해 천화동인 1호부터 7호 소유주를 사업을 함께 모의한 주동자와 가족 명의로 만들었다. 배신하지 않을 확실한 사람으로만 만든 것이다. 그러나 5,582만 원을 투자해 644억 원을 배당받은 천화동인 5호 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무슨 이유인지 이들을 배신했다. 정영학은 수사 의지가 별로 없었던 검찰에 유동규 및 김만배와 대화한 녹취록 19개를 제출했다. 대장동의 판도라 상자를 연 셈이다. 그의 녹취록과 진술로 유동규가 구속됐다. 본래 이 사업은 이재명 시장의 지시나 사전 승인 없이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행동대장 유동규가 구속되자 단군 이래 최대 수익사업을 직접 설계했다고 자랑한 대장(大將)이 이제 와선 자기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한다. 하루아침에 자기가 한 말을 뒤집었다. 그리고는 인정사정없이 자기 꼬리를 잘라버렸다.

이재명은 지금까지 수많은 난관을 특유의 정면 돌파로 타개해왔다. 이번 대장동 게이트 역시 정면 돌파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재명은 오히려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의지를 못 믿는 국민의힘은 당장 특검을 하자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과 이재명은 특검만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한다. 이상한 일이다. 잘못이 없고 두려울 게 없다면 이재명과 민주당은 왜 특검을 거부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사태는 시간이 걸릴 뿐이지 국민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자세한 범죄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내년 대선까지 5개월 남았다. 대규모 비리 사업의 총책임자로 의심받는 이재명 후보가 과연 여당 대선후보로 버텨낼 수 있을까.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더라도 대통령 선거 때까지 아무런 문제는 없을까. 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들은 한결같이 “이재명이 갈 곳은 교도소”라고 하면서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정영학 녹취록을 근거로 정치인·고위법조인·언론인 등 ‘50억 약속클럽’의 구체적 이름도 나왔다. 이재명의 심복 유동규는 김만배에게 700억 원의 자기 몫을 주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시간이 가면 더 많은 제보와 폭로가 이어질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과도한 수익은 결국 내분으로 파국을 맞게 됐다. 심부름꾼이라는 정영학이 644억 원의 배당을 받았지만 아마 그 돈이 모두 자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 것이 아닐까. 한때 구름 위의 천국을 걸었을 사람들이 곧 차가운 교도소라는 지옥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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