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공자가 젊은 시절(36세) 齊 나라에 갔을 때 경공(景公)이 정치에 관해 물었다. 공자는 “군주는 군주로서, 신하는 신하로서, 아비는 아비로서, 자식은 자식으로서 각자의 본분을 다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齊 景公 問政於孔子. 孔子對曰 君君, 臣臣, 父父, 子子) 지극히 당연한 2,500여 년 전 공자 말씀이 2021년 오늘 우리들의 정수리를 세차게 때린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정확하고 충실하게 하라는 이 평범한 말을 제대로 지키기가 어렵다. 공자님 말씀을 요즘 말로 바꾸면 군(君)은 대통령이고 신(臣)은 장관과 공무원이다. 아비는 착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세금 잘 내는 국민이고 자식은 대학 졸업하고도 직장을 못 구한 젊은이라 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자에게 “한국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네 할 도리나 똑바로 정신 차려서 해라!”라고 일갈하셨을 것 같다. 아무리 좋게 봐도 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자질이 크게 부족한데 성실하지도 않고 아는 것도 없는 놈이 똥고집만 부려서 좋은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놨다고 크게 나무라실 것 같다.

대통령 선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때에 난데없이 조성은이라는 젊은 여자가 한국의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참으로 허무맹랑하고 어처구니없게도 젊은 여자 말 한마디에 한국 정치가 파도에 휩쓸린 뗏목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더욱이 박지원 국정원장과는 스스럼없이 통화하고 수시로 만난다고 한다. 북한에 돈 가져다 바친 박지원이 국정원장이 된 것도 수상하지만 나이로 보면 거의 손녀뻘인 어린 여자와 단둘이 고급호텔 식당에서 만나는 것은 더 이상하다. 대한민국 국정원장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인가? 국정원장답지 않은 행동을 했기에 합리적 의심을 받는다. 본인이 임명한 국정원장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어수선한데 대통령은 여전히 안 보인다. 대통령답지 않다. 대통령의 모르쇠는 이번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묘하게도 필요한 때에는 안보이고 폼나는 자리는 반드시 지킨다. 대한민국 장관은 18명이나 된다. 이 중에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하는 장관다운 장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가 나라 곳간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면 국가부채 1,000조를 만들었겠는가. 기재부 장관답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역대 정권이 힘들게 지켜온 국가채무비율 40%를 군소리 없이 50%대로 만들었다. 국토부 장관답지 않은 김현미는 전국의 집값만 올려놓고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나라를 지킬 의지와 기개가 없는 국방부 장관은 말할 것도 없다. 무능한 서욱은 군인답지도 않다. 추미애와 박범계는 두말할 것도 없이 법무부 장관답지 않다. 법을 제대로 아는 것 같지도 않다. 제정신 가진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면 전 국민이 코로나로 이런 고생을 하도록 만들지 않았을 거다. 대통령은 대통령답지 않고 장관은 장관답지 않아서 국민이 개고생이다.

무력하고 야당답지 않은 야당 덕분에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180석의 대승을 했다. 이후 거침없이 자기들이 원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 당시 야당은 다 이긴 것처럼 공천 놀음하다가 참패했다. 머릿수에서 밀리는 야당은 힘도 못 쓰고 여당이 만드는 법안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뿐이다. 야당답지 못해서 선거에서 지고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을 가지고도 무력하게 끌려다닌다.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들판의 늑대가 되어도 시원찮은 판에 애교나 부리는 반려견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선거에서 무참하게 지고 나서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변변한 대통령 후보 하나 없었겠는가. 국민의힘은 대통령 후보조차 없어서 애원하다시피 윤석열을 입당시켰다. 윤석열을 대권후보로 만들기 위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줄 것처럼 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이준석의 무능과 홍준표의 막말이 적보다 더 무섭다.

문재인은 대한민국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로 만들었다. 제대로 된 나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 그러나 야당이 야당답지 못할 때는 국민이 외면한다. 지금 국민의힘을 보고 있자면 과연 이대로 정권교체가 가능할까 싶다. 인물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싶다. 나라로는 불행이고 국민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유력한 후보인 홍준표는 야당 대통령 후보답지 않다. 야당 후보의 적은 여당이어야 한다. 그러나 야당 후보만 되면 대통령은 자동으로 된다고 생각하는 홍준표는 연일 윤석열 죽이기에 정신이 없다. 대통령 후보도 없던 당에 불러들여서 여당보다 더 혹독하게 시집살이를 시키고 있다. 그동안 홍준표는 ‘막말’ 논란의 상징으로 곤욕을 치렀다. 때로는 그의 말이 시원하게 들린다. 가려운 곳을 확실하게 긁어줄 때도 있다. 하지만 홍준표의 막말은 이재명이 형수에게 찰지게 욕하는 것에 비하면 족탈불급(足脫不及, 상대방을 따라잡기 위해 맨발로 힘껏 뛰어도 따라잡을 수 없다. 능력이 모자라 따라가지 못함)이다. 홍준표의 막말 프레임은 맞는 말도 불편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마치 유시민이 맞는 말을 해도 얄밉게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앞둔 지금은 야당이 모든 힘을 모으고 야당다운 야수성을 최대로 살려서 죽기 살기로 대들어도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절박한 때다. 홍준표는 허약한 당 내부에 총질하고 막말할 때가 아니다. 나라를 망친 주적을 향해 확실하게 총이 아닌 대포를 쏘고 통쾌한 막말을 날려야 한다. 윤석열을 저격할 게 아니라 무능한 문재인과 나라를 망친 문재인 추종자들을 향해 촌철살인의 막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부어야 한다. 그럴 때가 가장 홍준표답다. 홍준표는 세간에 ‘무야홍(무조건 야당후보는 홍준표)’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좋아한다. 그러나 ‘어대윤(어짜피 대세는 윤석열)’이란 말도 유행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본인 말처럼 홍준표가 진정 국민의힘 맏형이 되려면 장남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한 막내가 덩치가 크고 똑똑해 보인다고 막무가내로 형님 노릇하려고 윽박지르는 건 장남답지 못하다. 국민은 정치인보다 현명하다. 누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되든 정책과 인물로 가려야 한다. 누가 좌초된 난파선처럼 되어버린 한국호를 이끌 최적임자인지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경선이 끝난 뒤에 큰 상처 없이 정권교체를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 적과 싸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아군끼리 싸우다 죽는 개죽음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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