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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소방서 소방안전특별점검단 소방사법팀장 소방경 허창범

지난 2019년 8월 소방은 또 한 명의 동료를 잃는 큰 아픔을 겪었다. 안성의 한 종이상자 제조공장 화재 출동지령을 받고, 현장에서 이를 진압하던 故 석원호 소방위가 예기치 못한 위험물 폭발로 인해 순직한 것이다.

이 사고로 故 석원호 소방위를 포함한 소방관 2명이 사상하고, 공장 관계자 등 9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조사결과 해당업체는 폭발성이 강한 5류 위험물을 지정수량보다 최대 193배 이상 보관하면서도 관할 소방서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물 관리부실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이렇듯 크나큰 사회적 재난을 가져올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위험물 관리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더 나아가 이런 대형재난까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 미비, 갖춰지지 않은 시스템일 수도 있고 취급자의 부주의 등 여러 가지 요인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위험물의 파괴력을 간과하고 위험물 안전관리자(이하 안전관리자)의 역할을 경시하는 작업장 내 태도, 즉 인식이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보인다.

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취급·제조소 등에서 많이 보이는 이러한 위험물에 대한 저인식 행위는 안전관리자의 업무 경시로 연결되며 위험물 관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은 단순히 사업주나 안전관리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이 두 주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겠지만 결국 같은 사업장에서 잠재적 위험을 공유하고 있는 구성원 전원이 인식개선에 동참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급증한 소독용품 등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지정수량 이상의 위험물을 취급·저장하는 중·소규모의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 취급을 상정하고 관련 규정에 따른 시설을 갖추지 않고 허가도 받지 아니한 채 지정수량을 초과하는 위험물을 취급·저장하는 업체들이 적발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적발 여부를 떠나 본인의 작업으로 인해 당사자의 안전, 사업장의 안전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안전이 내 손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결코 과장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거센 불길 속에서 인명구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故 석원호 소방위가 떠난 지도 벌써 2년. 돌아오지 않는 영웅을 추모하며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위험물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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