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은 주지사가 한국의 희망과 변화를 상징하는 후보로 나서다"

<자료 = 워싱턴포스트>

미국의 가장 저명한 정론지로 평가받는 <워싱턴 포스트>는 서울발 4일자 기사에서 “안희정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맞서 자신을 '희망과 변화'를 상징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자칭 '안-바마'라고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아래 내용은 워싱턴포스트지의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미국 및 외국 유력지가 갖고 있는 안지사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진보주의적 성향의 안희정 지사는 최근 선거본부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외교정책 노선을 “좌우에 편향되지 않는 중도주의(centralist)”라고 적시하면서, “국민들의 자세를 비관주의와 좌절로부터 감동(excitement)으로 바꾸어 내는 일이야말로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믿는다”고 피력했다.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충청남도의 안희정 도지사는 아직 실시 일정이 미정인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현실적으로 당선이 가능한(viable)” 후보의 한 사람으로 갑자기 부상했다.

안희정 지사 선거팀은 지금, 안 지사와 오바마 전대통령 모습을 나란히 넣은 민주당 경선 포스터를 배포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포스터에는 ‘경선에서 투표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안 지사에게 투표해 달라’는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안 지사의 가장 중요한 도전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 하는 것이다.

목폴라를 착용한 안지사 <안희정 공식 SNS>

연세대 이정민 교수는 경선 승리 가능성을 40퍼센트 전후로 내다보면서 “안 지사에게 있어 경선 승리는 곧 대선 승리다. 그가 지금 직면한 도전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 도전을 두 가지 방식으로 풀고자 노력하고 있다. 첫째는 문재인 후보를 과거의 인물로 설정하면서 자신이야말로 미래를 상징하는 존재로서 묘사하는 것.  그리고 둘째는 외교 정책상 중도주의적 목소리를 부각시켜 중도적 유권자층에게 호소하는 것. 그리고 괴팍하기만 한 북한 정권을 다루는 문제에 있어 더욱 더 이러한 기조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사진 = 안희정의 잘생긴 모험>

한국 정치의 잣대로 보자면 52세의 안 지사는 소장파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잘 생긴 외모(good looks)와 밝은 태도(happy demeanor)로 인해 그의 지지자들은 그를 K-pop 스타(역주: EXO)들과 비교할 정도다.

공중으로 점프하는 안지사 <안희정 공식 SNS>

그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자신이 공중으로 점프하는 사진, 행복해 보이는 어린이들을 포옹하는 사진, 고양이와 함께 파자마 바람으로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사진 등을 게시한다. 양복을 입는 것이 대세인 이 나라에서 그는 자주 터틀넥을 입으며, 토크쇼에서도 좋은 평판(a good sport)을 얻고 있다. 심지어 그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 출연 중 땅바닥에 주저앉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정민 교수는 “안 지사가 자신의 소년 같은 이미지와 SNS를 잘 활용하여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잠재의식 메시지(Subliminal message)를 보낼 수 있다면, 그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잠재의식 메시지란 인간이 의식하지 못할 만큼 짧거나 미약한 감각 신호를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잠재의식 메시지 효과는 일찍이 1895년에 제안되었으나,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1950년대 광고업계에서 이 현상의 응용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말하는대로 출연 모습 <사진 = JTBC>

(최근의 정치적 환경변화로 인해) 이번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외교정책과 국가안보라고 할 수 있다.

정치평론가 심재훈씨는 “재벌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있는 바이다. 이제는 오히려 북한 문제야말로 차기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후보도 북한과의 긴장을 최소화하고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포용정책(engagement)을 선호하는 진보진영 출신의 대선 후보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을 방문하여 개성공단을 재개시키겠다고 말해왔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자금이 북한 무기개발을 위해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시킨 바 있다.

그러나 안 지사는 문 후보와는 매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한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공조하여 공격적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 정권을 응징(punish)하기 위한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피력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남북 대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안 지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생각으로는, 당연히 남북간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심사숙고해야 한다(need to take our time)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 = 안희정 공식 홈페이지>

한 때 학생 운동가였던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반미 데모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의미 부여를 하지 않기 바란다고 지적하면서, 자신 또한 당시를 풍미했던 시대의 산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군사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드배치에 대해 자신이 지지 입장을 견지해 왔음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은 한미 양국간의 합의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오마바와 동일시되어지는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맞상대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별로 당황하는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매우 까다롭고 상대하기 힘든 상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또한 비즈니스맨이며 오히려 상대하기 쉬울 수도 있고,  매사가 훨씬 심플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안 지사는 평가했다.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절대로 문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없고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원하는 보수층을 향해 호소하면서 중도적 유권자들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 지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경제격차 해소라는 전통적인 좌파적 입장과 함께 공존하는 중도주의적 외교정책과 국가안보정책의 입장에 대해 “바로 이것이 진보정당이라면 마땅히 취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과연, 그는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안 후보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장난스러운 미소(impish grin)을 띠우며 이렇게 답했다.

“그럼요. 내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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