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유례없이 많은 후보자가 경합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너무 깊어 누구라도 문재인보다 잘할 자신이 있어서인 것 같다. 경선 진행 중인 여당 후보자 중에 한국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후보가 안 보인다. 오직 후보가 되기 위해 상대방을 흠집 내고 국민에게 선심성 돈 퍼주기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허황한 공약을 듣고 있자면 마치 “대한민국이 산유국이라 국가 재정이 남아도는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비방은 점입가경이다. 특히 여당 후보 중 여론 조사 1위인 이재명의 여배우와의 불륜 스캔들과 형수에 대한 욕설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음주 전력 및 전과 4범 문제도 새로 부각 됐다. 이런 인물이 여당 유력 대통령 후보로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4년간 뭐 하나 잘한 것 없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오르내리는 것과 함께 불가사의한 일이다.

대통령은 임기 동안 국가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미래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국가를 위해 큰 그림을 그렸던 대통령이 안 보인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탄생한 노태우부터 문재인까지 7명이 대통령을 했다. 그들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온갖 공약(公約)을 내놨지만 실제로 지켜진 것은 많지 않았다. 번번이 기대로 시작했다가 실망으로 끝나곤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정변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래서 문재인이 약속한 공약은 무게를 가졌었다. 그러나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공약이 말뿐 이란 걸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본인의 생각에서 나온 공약이 아니라 참모들이 만들어 준 대로 읽기만 한 것 같다. 과연 제대로 공약의 내용을 이해하고 말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수많은 공약 중 오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라’라는 공약만 지켰겠는가. 4년 전 문재인은 “이게 나라냐?”는 말로 박근혜 정권을 탄핵하고 대통령이 됐다.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 “이건 나라냐?”고.

대한민국은 지난 70년간의 노력으로 식민지와 전쟁의 참화 속에서 가난을 이겨내고 민주화를 이뤘다. 전 국민의 노력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세계적인 관점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틈바구니에 끼여 선택을 강요받고 일본과의 불화는 마치 100여 년 전 구한말을 보는 듯하다. 최근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면 세계질서가 재편된다. 중국의 시진핑은 미국을 누르고 세계 제1의 강대국이 되기 위해 장기 집권을 꾀하고 있다. 한 국가의 명운이 지도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만 깊은 우물 속에 있다. 정치인은 오로지 집권야욕만 있고 이에 따라 국민은 진영을 나눠서 패싸움만 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한 나라의 정치는 국민의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선거를 통해 정치인을 선출하기 때문이다. 우매한 국민은 훌륭한 정부를 가질 수 없다. 적어도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자격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첫째, 법치를 회복시키고 정의와 공정이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자유주의 경제를 신봉하고 기업인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마음껏 투자하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직장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전 노동인구의 약 12%만 노조에 가입한 나라에서 대기업과 공공기관 소속의 귀족 노조가 노동정책을 좌우한다. 이들에 대한 강력한 개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국방개혁을 통해 주적인 북한이 두려워하고 세계 어느 나라 군인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국군을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학생의 실력배양과 인성교육 대신 자기 밥그릇 지키기만 열심인 전교조를 개혁하고 시대 변화를 못 따라가는 교육행정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여섯째, 국력에 맞는 외교력을 발휘해서 적어도 강대국이 무시하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대통령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고 책임이다.

대통령은 강력한 지도력이 있고 귀와 마음은 열려 있어야 한다. 훌륭한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나라를 이끌어가게 하는 통찰력은 필수조건이다. 여당과 야당의 경선은 누가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인지 찾아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내가 올라서기 위해 남을 비방하고 물어뜯는 경쟁이 아니고 내가 왜 더 잘할 수 있는지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가 돼야 한다. 누가 제대로 국가를 이끌어갈 것 같은 지는 국민이 검증하고 평가한다. 지난 4년간 한국 정치는 경제, 국방, 부동산, 외교, 교육, 보건 어디 하나 멀쩡한 분야가 없게 만들었다. 대통령은 본인 임기만이 아닌 최소한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을 보노라면 절망적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특이점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임기를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 수립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의 성패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치인의 영역이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비정치인 윤석열이 대통령 선호도 여론 조사에서 압도적 1위가 된 상황은 의미심장하다. 보수와 중도 성향의 국민이 법치를 되살리고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는 적임자로 현 정권에 당당히 맞서 싸운 윤석열을 원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하루도 쉬지 않고 돈다. 그러나 때로는 헛돌 때도 있고 엉뚱한 길로 갈 수도 있다. 지난 4년간이 그랬다. 한국의 수레는 오히려 뒤로 밀려나 버렸다. 세상의 모든 수레는 저만치 멀리 앞서가고 있는데 대한민국 역사의 수레는 오히려 언덕길에서 미끄러진 형국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이 그 어느 때 보다 더욱 강력하게 수레를 몰 수 있는 마부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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