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지상파 방송사 네 개 중 세 개(KBS1, KBS2, MBC)가 공영방송이다. 교육 방송(EBS)과 교통방송(TBS) 역시 공영방송이다. 1980년 11월 전두환 신군부는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민간방송인 동양방송(TBC)과 문화방송(MBC)을 ‘언론 통폐합’이라는 명목으로 공영방송으로 만들었다. 삼성 계열의 TBC는 KBS2가 됐다. 그 후 10년이 지난 1991년 SBS가 개국하면서 민영방송이 10년 만에 생겼다. 2009년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에 의해 신문의 방송사 겸업이 가능해지고 기업의 방송사 지분 소유에 대한 규제도 완화됐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도입되어 2011년 JTBC, MBN, 채널A, TV조선이 설립됐다. 신문사 계열인 종편은 중앙일보의 JTBC, 매일경제의 MBN, 동아일보의 채널A, 조선일보의 TV조선이다. 종편에 대한 재허가 및 재인가권은 대통령 직속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이다. 방통위는 종편의 생살여탈권을 쥔 저승사자다.

공영방송은 국가나 특정 집단의 간섭없이 편집·편성권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독립된 운영을 하는 방송이다.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은 공신력과 공정성과 정확성 그리고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객관성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다. 종편의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데 반해 지상파의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중요한 문제는 공영방송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지상파 방송의 75%가 공영방송인 나라는 없다. 시대적 요구가 달라진 지금은 오히려 공영방송이 없어도 된다. 왜 공영방송이 필요한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심지어 민노총 소속인 KBS와 MBC 노조는 40년 전 군인들에게 뺏긴 방송사를 돌려 달라는 주장을 안 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민노총이 민영화 요구를 안 하는 것은 공영방송으로 남아있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월급이 사기업보다 많고 일하기는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노총과 코드가 맞는 문재인 정권의 편에 서서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안 할 수가 없다.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방송으로 시청자가 외면하고 시청률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 이사 모집에 한겨레신문과 해직 기자 출신이 대거 응모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이미 노무현 정권에서 편향적인 경영으로 유명했던 정연주 전 KBS 사장과 ‘민주언론 시민연합(민언련)’ 출신들이 청와대와 여당 추천으로 포진해있다. 양사의 이사회를 문재인 정권에 편향적 지지를 하는 한겨레와 민언련 출신 인사들이 장악한 것은 ‘친여체제’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육책이다. 공영방송국이 아니라 차라리 정권 홍보를 위한 ‘정권 홍보 방송국’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양승동 KBS 사장과 MBC 최승호 전 사장, 박성제 현 사장 모두 전 정권에 반대하다가 해직됐던 사람들이다. 두 방송국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해 우호적이고 비판적인 보도를 거의 하지 않고 정부의 잘못에는 애써 눈감는 이유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못 받고 공신력과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KBS는 약 4,700명의 직원이 있다. 민영방송인 SBS 981명(2021.3월 기준)의 거의 5배 수준이다. KBS는 연봉 1억 이상인 직원이 46.4%, 약 2,180명쯤 된다. 이 중 1,500명은 보직이 없다. 일반 직장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전 정권에서 KBS와 MBC 노조는 언론 자유를 외치며 파업을 했다. 정부에 의해 언론의 자유가 훼손되었다는 이유였다. 공영방송국에서 월급을 받는 민노총 소속의 기자와 PD들이 정부 시책과 다르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맘대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시위를 했다. 몸은 공영방송이란 편한 직장에 다니면서 정신은 반란을 꿈꾼다. 두 방송사의 기자와 피디들은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면서도 한 번도 민영화를 요구한 적이 없다. SBS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데모하고 파업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공영방송국은 ‘특별공사법’에 의해 운영된다. 준공무원 신분이다. KBS 직원이 자랑하듯 정년이 보장된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 KBS 직원 60%가 연봉 1억 원 이상이라고 하자 KBS는 2020년 기준 46.4%라고 반박하면서 KBS의 방만한 경영을 국민이 알게 됐다. KBS 직원이 얼마나 월급을 많이 받는지, 얼마나 많은 유휴인력이 있는지, 얼마나 무책임하게 경영되고 있는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 KBS는 2019년 적자 규모가 759억 원에 달했다. 보직 없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1,500명에게 1억 연봉을 주는 KBS의 적자는 당연하다. 유휴인력 구조조정만으로도 적자 보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다하는 구조조정 대신 국민의 등을 후려치듯 수신료를 인상해 달라고 한다. 보지도 않는 KBS 수신료를 53.6% 인상하여 3,840원으로 올려달라고 한다. 잘못을 반성하고 고칠 생각은 안 하고 손부터 벌리는 후안무치는 문재인 정권과 닮았다. MBC는 2017년 565억원, 2018년 1,237억, 2019년에도 1,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서 3년 연속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모두 시청자가 외면해서 광고 수입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은 입만 열면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말한다. 무엇을 위한 검찰개혁이고 언론개혁인지 이제는 국민이 확실히 알게 됐다. 장기집권과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검찰개혁이고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과 신문사를 죽이기 위한 언론개혁이다. 민주당은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제’ 등을 도입하기 위해 반헌법적인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 언론의 진정한 자유는 통제가 아니라 자율에 의해서 나온다. 국민은 사실을 정확하게 알 권리가 있다. 기자들의 예리한 눈과 날카로운 펜이 없다면 정권의 수많은 비리와 잘못은 누가 밝혀낼 것인가. 3개나 되는 공영방송 중 2개는 원래대로 민영화하는 것이 진정한 언론개혁이다. 당장 매각해야 한다. 공영방송은 공영답게 제대로 운영하고 민간 방송사는 자신들의 책임하에 정확한 취재와 공정한 보도를 하면 된다. 이것이 진정한 언론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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