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과 이건희
반도체 전쟁과 이건희
  • 박종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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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 되었다. 한 국가의 국력은 경제력에 의해 결정된다. 더욱이 한국은 36년간의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서 단시간에 민주화와 경제 기적을 이룬 유일한 나라다. 경제 기적은 기업인들의 노력으로 이룩한 성과다. 1960년 한국의 1인당 GNP는 82달러로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의 새마을 정신과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국민에게 심어 주었다. 박정희는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경부고속도로 건설, 전자 및 중화학 공업 육성, 수출입국 전략 등을 추진하여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현대의 정주영, 삼성의 이병철, 대우의 김우중과 포철의 박태준 및 수많은 기업인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성과다. 60년대 경제개발 주역들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영웅은 존망(存亡)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군인만 있는 게 아니다. 빈곤에서 나라를 구한 기업인도 영웅이다. 한국은 유달리 영웅 만들기에 인색하고 얼마 되지 않는 영웅조차 잘 기리지도 않는다.

정치는 부국안민(富國安民 :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이 편안한)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국부(國富)는 경제력으로 평가받는다. 경제력은 곧 국가의 품격과 등급을 정하는 기준이다. 현대는 부를 창출하기 위해 총칼 대신 상품으로 전쟁하는 시대다. 총성 없고 전선(戰線) 없는 전쟁이다. 세계 1위 기업이 몇 개고 1위 제품이 몇 개인가 등으로 국가의 위상이 달라지고 GNP가 얼마냐에 따라 국가의 순위가 정해진다. 수많은 수출 상품 중 한국이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하는 제품이 메모리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1974년 ‘한국반도체’가 한국 최초로 웨이퍼 가공생산을 성공시킴으로써 태동했다. 그러나 공장 준공 2개월 만에 한국반도체가 자금난에 처하자 당시 중앙일보 이사였던 이건희가 개인재산을 털어 인수하였다. 1983년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정부 관료들조차 무모하다고 반대했었다. 이건희가 이병철 회장을 설득하여 시작한 반도체가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RAM을 생산하면서 세계 1위가 되었다. 2020년 말 기준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성공은 이건희 회장의 집념과 의지로 이룬 것이다. 이건희는 한국 반도체의 아버지다.

세계 경제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했다.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한 분야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등이다. 이 분야에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인 비메모리는 대만의 TSMC가 압도적이다. 2020년 말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9%, 삼성전자는 15%에 불과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은 2019년 4월 2030년까지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도 1위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미국 인텔은 세계 3위의 파운드리 업체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예상 인수금액은 300억 달러(약 34조 원)에 달한다. 만약 인텔의 인수가 성사된다면 삼성의 비메모리 반도체는 인텔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게 된다. 총수가 없는 삼성전자가 투자에 주춤하는 사이 대만의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의 TSMC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약 133조 원(R&D 73조, 시설 투자 60조)을 투자하고 신규인력을 15,000명 정도 채용하는 사업 중이다. 이 계획이 끝나면 약 42만 명의 간접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문학적 자금이 투자되는 반도체 산업은 총수가 아니면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이재용 부회장은 감옥에 있다. 경제 5단체장은 지난 4월 26일 청와대에 이재용의 사면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라고만 했다.

감옥에 있는 이재용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오로지 애국심 하나로 이 땅에 뼈를 묻어가면서 계속 열심히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혹시 다른 외국 기업들처럼 세금이 싸고 국가의 간섭을 덜 받는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본사를 옮기고, 공장을 지어달라고 매달리는 미국으로 공장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을까? 반도체의 아버지인 이건희가 2020년 10월 오랜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3조 원 규모의 23,000여 점의 미술품은 국가에 기증하고 의료사업에 1조 원을 기부한다. 총 12조 원 규모의 상속세는 유가족들이 6번에 걸쳐 나누어 내기로 했다. 이건희는 전체 유산 26조 가운데 약 60%를 사회에 환원하고 갔다. 이런 규모의 상속세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가 걷은 상속세의 3~4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의 재벌들은 수많은 욕을 먹어 가면서도 국가 산업을 일으키고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고 국격을 높여주고 사후에는 엄청난 상속세를 국가에 환원하고 간다.

수도 없이 많은 중소기업이 매물로 나와 있다. 계속 오르는 인건비 부담과 경영환경 악화로 사업 환경은 나빠지고 사장의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젊은 날의 열정과 피와 땀으로 만든 회사를 팔겠다고 내놓지만 팔리지 않는다. 사업하려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도 아버지처럼 고생하지 않겠다고 자식들은 물려받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을 계승하고 싶어도 최고세율 60%의 상속세를 내려면 기업을 팔 수밖에 없다. 한국의 상속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개국 평균치(27.1%)의 두 배를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자료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할 때 노동계와 정부가 자주 인용하는 수치지만 상속세율만은 예외인지 전혀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

최근 전 세계가 반도체가 없어서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는 사태를 봤다. 그 정도로 반도체는 단순한 전자부품이 아닌 모든 산업의 핵심이 되었다. 많은 나라가 사활을 걸고 반도체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려고 직접 나섰다. 이런 엄중한 때에 1심 재판 때 구속되어 거의 1년간 수감생활을 한 삼성전자 이재용 총수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반도체 2030’을 추진하던 중 다시 감옥에 갇혔다. 박영수 특검은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대법원까지 끌고가서 기어이 이재용을 구속시켰다.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에게 1심과 2심에서 12년, 대법원에서는 9년이란 중형을 구형했다. 최근 박영수 특검은 수산업자로 사칭한 사기꾼이 제공한 페라리 때문에 특검직을 사임했다. 또한 차량 렌트비 문제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위반에 해당되는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박영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검사다. 그는 누구보다도 법을 잘 알고,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사법정의를 실현한 인물이다. 그런 박영수에게는 더욱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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