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근 고양생명의전화 원장
정율근 고양생명의전화 원장

구자현 발행인: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을 갔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살을 예방할려고 하는 국가적 노력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죠. 하루에도 수십명씩 자살을 합니다. 더이상 자살은 개인적 문제로 방관할수 없죠. 국가적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국민 개개인이 주변에 자살을 시도할려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갖는다면 자살율을 줄어들것입니다. 고양시에서 오랜 기간 자살예방을 위해 노력한 분이 있는데요. 현재 고양생명의전화에서 활동을 하고있는 정율근원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어떤가요? 특히 고양시의 상황이 궁금합니다.

정율근 원장: 작년 11월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2019년 10대~3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입니다. 특히 20대 사망원인 절반(51%)이 자살입니다, 2019년 20대 자살 사망율은 교통사고 사망율(9.9%)보다 5배나 높습니다. 2019년 자살로 인한 전체 사망자는 1만3799명입니다. 전년 대비 129명(0.9%) 증가한 수치입니다.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7.8명입니다.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고양시 자살률은 2013년 27.5명(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에서 2017년 19.1명으로 4년간 감소추세에 있었으나 2018년 21.8명으로 2.7명 증가, 2019년엔 20.2명으로 다시 감소되며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구 발행인: 자살예방활동을 실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 원장: 아주 오래 전 이야기로 1970년대 중반 중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년을 함께 보낸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자살로 그날 이후, 그 친구와의 모든 기억은 멈췄습니다. 한창 풋풋한 중학교 시절의 모습으로요. 안타까운 것은 그 이후로 친구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만나볼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자살로 죽음에 이르게 되면 동네에서 장례를 치르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매장하면 끝이었습니다. 애도는 상상도 못할 때였지요. 초등학교 시절, 함께 보냈던 아련한 기억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몇 년 후 고등학교 때 가깝게 지냈던 동네 일년 선배가 갑자기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한창 예민하던 시절 당시 두 사건은 내게 큰 충격이 주었죠. 인생이 아무런 의미도 없게 느껴졌고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도 사라졌지요. 한동안 먹먹했던 기억만 또렷하게 남아있을 뿐입니다. 아마도 그런 일들이 지금 자살을 예방하는 활동을 하도록 이끌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 발행인: 자살을 시도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 원장: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죽은 사람은 아무 말이 없으니 알 수 없겠지요. 하지만 연구사례들을 통해 여러 가지 자살 원인에 대한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첫째, 우울증으로 인한 요인을 꼽고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의 부족은 높은 자살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예를 들면 중국의 자살자 수는 서양의 3배나 더 많습니다. 공식 통계에서 중국의 우울증 환자 수는 서양의 30%에 불과한데도 말입니다. 이 통계는 많은 중국인이 정신과 환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의사를 찾아가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 수 있죠. 둘째, 정신의학적 장애입니다. 자살자의 약 90%는 우울증이나 조현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경계선 성격장애 같은 정신의학적 질병에 걸린 상태였습니다. 셋째,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트라우마성 경험들입니다. 이런 경험들은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들과 맞물려 자살 위험 요인이 됩니다. 넷째, 환경 요인입니다, 살인적 경쟁문화, 경제 및 금융의 위기 등에 유전적 소질과 기본적인 정신의학적 질병이 더하여 자살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때 자살을 촉발하는 마지막 방아쇠는 관계의 파탄이나 사회적 따돌림 같은 환경 요인일 수 있습니다. 그 외 원인으로 전쟁이나 재난, 알코올 중독, 파트너 상실, 무기나 치명적 살충제의 가용성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교육생들과 함께
교육생들과 함께

구 발행인: 자살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 원장: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국민이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많은 경우 자살은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죠. 자살자를 줄이기 위해 많은 단체들은 오랜 기간 묵묵하게 노력을 해왔죠.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종교계는 종교계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활동해 왔습니다. 이렇게 각자 예방 활동을 해오다가 올해 5월에 드디어 민·관 협의체가 구성되어 우리나라도 통합적 자살 예방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론은 다양합니다. 국가적 통합시스템을 갖춰, 각 지역마다 나타난 자살자의 자살 원인을 조사해서 맞춤형 방지대책, 예를 들면 도시와 시골, 노인과 청장년, 학생 등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 거기에 맞는 특화된 대책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또 하나의 대책은 전 국민 대상 자살 예방 캠페인을 방송이나 언론, 광고매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학교나 군부대 복지관 등에서 지속적인 자살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구 발행인: 자살 예방을 위해 국민에게 어떤 홍보가 필요할까요?

정 원장: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살 예방과 관련된 내용들을 노출시켜야 됩니다. 지속적인 홍보가 이루어져야 되는 것이지요. 또한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자살 관련 언론 보도지침을 준수하여 베르테르효과를 차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살예방 전화번호나 사이버상담 주소를 계속해서 방송이나 언론에 고지하여 알리는 것입니다. 또 하나, 자살예방생명존중교육을 꼭 받으시라는 것입니다. 고양생명의전화에서는 매년 3-6월에 시민상담대학과 자살예방생명존중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올해 시민상담대학은 27기, 자살예방생명존중교육은 12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2000여명 정도가 교육을 받았는데 결코 적은 수는 아니죠. 교육을 마친 시민들의 반응은 이런 교육을 미리 받았더라면 자살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더불어 자살 예방이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의 생명을 살피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성찰에도 생명존중교육은 필요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구 발행인: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정 원장: 2가지 정도가 있죠. 첫째,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하루를 선물 받았다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온 힘을 다해 나의 욕심을 충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고통스럽게 시작한 하루가 아닙니다. 감사의 마음은 아무런 힘을 쓰지 않았음에도 살아 있는 삶을 살게 합니다. 자연스럽게,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게 해주죠.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죠. 저도 매일 매일 많은 선물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더더욱 감사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마음으로 시작한 하루는 이전에 전혀 살아보지 못했던 경이로운 새로운 날을 살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 덮인 새하얀 허허벌판 위를 나만의 발자국을 남기며 것 듯이 말입니다.

둘째, 중세 독일의 신학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Johannes Eckhart). “나는 매일 아침, 기꺼이 내 인생의 초보자가 되어 본다”는 문구를 좋아합니다. 매일 매일 인생의 초보자로 살아보려고 노력합니다. 말 그대로 인생을 처음 대하듯, 초보자처럼 그렇게, 하루 어떤 일이 주어지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로요. 그 무엇이 내 인생에 찾아오더라도 반가운 마음으로 마주하여 살려고 합니다.

구 발행인: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전화전문상담사 과정을 이수한 수료생에게 자격증을 수여하고 있는 정 원장(좌)
전화전문상담사 과정을 이수한 수료생에게 자격증을 수여하고 있는 정 원장(좌)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