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예견된 일이지만 충격적이다. 법무부는 6월 4일자로 대검 검사급 41명에 대해 인사를 하고 6월 25일에는 차장과 부장검사급 검찰 중간 간부 652명의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검사의 약 30% 이상인 핵심 중견 간부를 대부분 교체한 셈이다. 당연히 문재인 정권의 충견과 애완견 노릇을 한 검사는 승진과 영전을 했다. 반면에 윤석열처럼 정권과 각을 세워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고 살아있는 권력에 겁도 없이 칼날을 들이댄 검사는 한 명도 예외없이 좌천되거나 한직으로 밀려났다. 이번 박범계의 검찰 인사를 보고 국민은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관철하고자 했던 검찰 개혁이 어떤 의미고 무엇을 원했던 건지 좀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수많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온갖 무리수를 써서 공수처를 만들었을 때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2021년 1월에 설립된 김진욱 공수처가 한 일은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처장 관용차로 비밀리에 모셔서 참고인 조사를 한 것 말고는 5개월이 넘도록 뚜렷하게 한 일이 없다. 살아있는 권력에 손댈 수 없으니 공수처가 할 일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 앞으로도 청와대 명령 없이는 일할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무리한 공수처 설립과 수사 경험이 전혀 없는 나약한 김진욱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한 것부터, 검찰 무력화의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은 검찰청을 해체해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국가기소청)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소위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의미)’을 통해 무기력한 검찰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일부 검사가 전 정권의 적폐를 열심히 수사해서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정원장 등 이전 정권의 요직에 있던 수많은 인사들을 감옥에 빈방이 없을 정도로 잡아넣었다. 적폐 청산을 잘할 때는 '우리 총장님'이던 윤석열과 일부 검사가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대자 문재인 대통령은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甘呑苦吐)다. 검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던 윤석열과 일부 검사가 가혹하게 내쫓기거나 한직으로 밀려나고 좌천되었다. 조국이 시작한 검찰 개혁을 추미애가 충실히 실천하여 윤석열을 내쫓고 박범계는 정권의 눈치를 안 보는 검사들을 좌천시키거나 한직으로 쫓아버렸다. 당연히 정권에 충성하고 권력의 냄새에 꼬리치는 똥개에게는 푸짐한 고깃덩어리가 던져졌다.

이렇게까지 된 것은 검찰의 업보도 있다. 과거 검찰이 정권과 권력에 따라 수사 중립성을 위반하고 정권의 충견 소리를 들었던 때가 많았다. 뇌물수수와 봐주기 수사 등 국민에게 부끄러운 짓도 많이 저지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것이다. 국가나 기업의 모든 문제는 법과 제도의 잘못이 아니라 집행하는 사람이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정권의 눈치를 보고 권력에 굴복하는 검사는 검사가 아니다. 검찰의 과거는 업보고 현실은 자업자득이고 인과응보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모든 국민이 지켜보는 검찰 인사는 적어도 대의명분이 명확하고 국민이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신상필벌이 무너진 인사는 조직을 무너뜨린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가 “능력과 자질, 리더십이 검증된 검찰 중간 간부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공정하고 균형있는 인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라고 했다. 후안무치한 자화자찬이다. 법무부의 인사 검증 기준은 어느 검사가 대통령의 말을 잘 듣는 능력이 있는지, 얼마나 뻔뻔하게 검사 본연의 업무를 무시하고 사건을 깔아뭉개는 자질이 있는지 보는 것 같다. “네가 검사냐?”는 모욕을 후배한테 당한 사람을 리더십이 있다고 승진시켰다. 현 정권에 칼날을 들이댄 검사는 한직으로 내쫓고 충견들은 승진과 영전시켰다. 누가 봐도 불공정하고 편파적이고 유례가 없는 이번 인사를 박범계는 뻔뻔하게도 조화롭고 균형있고 공정한 인사라고 자평했다. 낯부끄러운 일이다.

문재인 정권이 총력을 기울여 쫒아낸 윤석열이 드디어 정치를 시작했다. 자유와 공정과 상식이 있는 나라를 위해, 정권교체를 위해 정치를 하게 되었음을 천명하였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게 될 날이 반드시 온다. 그래야만 법치가 살고 나라가 산다. 화려한 꽃도 열흘을 넘기기 어렵고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고 했다.(花無十日紅 權不十年:화무십일홍 권불십년) 한 번 실패에 굴하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고(捲土重來:권토중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苦盡甘來:고진감래)는 옛말이 있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기다려야 한다. 화가 난다고 검사직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절대 정치보복은 안 된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나라에 되찾아야 할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 중에 이번 인사에서 실추된 검찰의 위상도 되찾아야 한다. 정권의 충견 소리를 두 번 다시 듣지 않고, 검찰 해체라는 치욕을 겪지 않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존경받는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이다. 그럴 때가 올 때까지 묵묵히 참고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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