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전과 후로 구분된다
한국 정치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전과 후로 구분된다
  • 박종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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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산업 분야는 이미 3차산업에서 4차산업으로 들어선 지 한참이다. 모든 분야에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고 도태되는 세상이다. 기업이 가장 민감하다. 1997년 시가총액 상위 50개 회사 중 20곳이 20년 만인 2017년에 증시에서 사라졌다(동아일보 2017.2.2.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미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 2019년 기준 세계 1위 제품이 69개로 세계 11번째다. 하지만 세월이 가도 안 변하는 게 있다.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이다. 앞장서서 기업을 선도하고 급변하는 세상에 대비해 규제를 혁파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오로지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새로운 규제를 계속 만드는 공무원은 기업과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적일 때가 있다. 기업이 신규 사업을 하려고 해도 발목을 잡는 것은 부처마다 난마처럼 얽혀있는 규제의 늪이다.

한국에서 변하지 않는 대표적인 것이 정치다. 구태를 벗지 못하고 오히려 변화를 두려워한다. 새로운 것을 받아 드리지 못해 코앞에 닥친 대통령 선거에 나설 인물이 안 보인다. 국민이 대통령감 없음을 걱정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후보군이 크게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는 국민에게 꿈과 희망 대신 좌절과 분노만 준다. 이건희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4류라고 했다. 그런 한국 정치가 크게 변하려고 하고 있다. 정치 혁명이 조용히 벌어졌다. 36살의 국회의원 경험도 없는 국민의힘 이준석이 국회의원 102명의 제1야당 당 대표로 선출됐다. 기존 정치인이 볼 때 천지개벽과 같고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3년 만에 등장한 최연소 당 대표다. 앞으로 한국 정치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나이와 국회의원 몇 번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판검사 경력이나 민주화 경력만으로 국회의원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크게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는 노동자가 약자가 아닌 세상이다. 당당하게 동성애를 밝히고 사관학교를 비롯해 여성이 진출하지 못하는 곳이 없다. 성적(性的)지향에 의한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약자 취급을 받던 이들을 위한 진보 정책을 보수도 앞다투어 채용하고 있다. 앞으로 진보냐 보수냐로 싸울 일이 없다. 현재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진영 논리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다. 우파와 좌파의 싸움이다.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이 이런 진영 논리에 빠지게 했다. 국민은 보수든 진보든 누가 정권을 잡아도 상관없다. 국민이 나라 걱정 안 하고 경제가 잘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으면 된다. 그동안 한국 정치를 짓눌러 온 오랜 관행의 어두운 그림자가 벗겨지고 있다.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지난 75년간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되고 민주화를 꽃피웠다. 유일하게 후진적인 관행과 구태에 찌든 정치에 개혁의 예리한 칼날이 겨눠지고 있다. 곪고 썩은 부위를 도려낼 기회가 왔다. 젊은 보수주의자에 의해 정치 혁명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그렇다. 혁명은 언제나 예고 없이 온다.

한국 정치는 이준석 당 대표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선출된 국민의힘 최고의원 다섯 명의 평균연령은 45세다. 56세 김재원이 가장 나이가 많다. 36살의 당 대표와 함께 젊은 최고위원들이 국민의 힘을 이끌고 내년 정권 교체를 위한 대통령 후보를 만든다. 이전에 볼 수 없던 정치권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너무 갑자기 젊어진 보수우파 등장에 여당인 민주당이 더 놀랄 것이다. 자칭 진보라는 민주당에서도 쉽지 않은 변화가 국민의힘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엄청난 정치적 폭발을 민주당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정치권의 세대교체 폭이 결정될 수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 국민이 봐왔던 정치가 변할 것은 확실하다. 젊은 야당 당 대표는 공정과 정의를 앞세워 기존의 관행과 구태로부터 구속받지 않고 경험해 보지 않은 변화와 충격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기존 정치인들은 정치 혁명에 의한 새로운 시대조류를 거슬러서는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젊고 패기에 찬 젊은 당 대표 후보의 짧은 경륜과 거침없는 언사가 불안했던 국민은 조용히 지켜볼 일이다. 장년의 정치인은 내가 그 나이 때에는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36살이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공부도 할 만큼 한 것 아닌가. 나이 먹으면서 세월에서 배운 모든 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으로 이상적인 정치를 하도록 지켜보는 것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다. 국민의힘이 전례 없이 흥행에 성공한 전당대회는 이준석 당 대표 선출이라는 화려한 마지막 무대로 막을 내렸다. 내년 대선까지 국민은 여당인 민주당의 변화를 기대하고, 젊어진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떻게 혁신적으로 당을 운영해 나가는지 지켜볼 일이다. 코로나로 우울한 국민이 오랜만에 흥미롭게 지켜본 정치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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