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의 함정
주 52시간의 함정
  • 박종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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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2021년 7월 1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은 반드시 週 52시간 근로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위반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휴식이 있는 삶’과 ‘저녁이 있는 삶’을 약속하고 2018년 2월 기존 ‘週 68시간’의 노동시간을 ‘週 52시간’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바람직하고 좋은 얘기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에서 노동시간을 국가가 법으로 정해서 강제한다는 자체가 과연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가는 근로자의 노동에 따른 최저임금만 법으로 정하면 될 일이다. 노동착취를 금하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노동시간은 노사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서로 합의하여 정하면 된다. 사용자는 초과 근무나 휴일 근무에 따른 적절한 금전적 보상을 해주고, 노동자는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면 될 일이다. 지금은 예전처럼 사업주가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노동자의 힘은 세지고 권리는 강화되었다. 오히려 사업주가 약자가 되어 근로자의 눈치를 보고 대기업은 노동조합의 동의가 없으면 새로운 사업도, 공정 변경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근로자의 편에 선 엄격한 노동법은 언제라도 근로자가 사업주의 부당함을 호소할 수 있고, 사업주의 부당함이 밝혀지면 엄하게 벌해진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 최저임금을 30% 정도 인상했다. 지난 4년간 누적 인상률은 34.8%로 주요 7개국 평균보다 3.2배 높다. 또한 OECD에 게재된 한국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62.6%로 최저임금 제도가 있는 OECD 회원국 29개국 중 5위다. 결코 낮은 게 아니다. 이러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도소매업, 음식·숙박업과 중소 및 영세기업에 직격탄이 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청년과 노인 및 시간제 주부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대신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되었다. 생산성과 숙련도와 상관없는 일률적 적용으로 말도 안 통하고 기술도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만 좋게 되었다. 정부는 추락하는 고용률을 유지하기 위해 공공근로와 노인 일자리 확대를 통해 막대한 정부 재정을 투입했다. 왜곡된 통계는 일자리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고 대통령의 입을 통해 말해왔다. 입맛에 맞는 통계를 위해 일찌감치 통계청장은 정권 초기에 교체했다.

최저임금보다 더 강력한 폭탄이 당장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8만2,000개의 영세 사업장과 벤처기업 머리 위로 떨어진다. 이미 2018년 7월 1일부터 週 52시간을 적용받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기존의 야근, 잔업 및 시간 외 근무 등을 하지 못해 월급이 대폭 줄어들자 대리운전 등 투잡을 뛰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사례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줄지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급여가 크게 줄자 기술자들이 직장을 떠나 배달 일등 서비스업으로 떠나고 있다. 노동자를 고용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 기업이 망하면 노동자가 설 자리가 없다.

중요한 국가 정책을 바꿀 때는 심도 있는 사전 검토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도 완벽하지 않을 때가 많다. 문재인 정권은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선거공약을 금과옥조로 여겨 비전문가들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무모함 때문에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최저임금도 업종별, 지역별, 나이별 차등을 두고 사업장별 특수성을 고려해 도입했다면 충격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노동시간은 노사가 합의해서 서로 원하는 방향으로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면 될 일이다. 한번 묻고 싶다.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는 정책 입안자 중 누구 하나라도 기업이나 사업을 해본 사람이 있는가? 직원을 한 명이라도 고용해서 4대 보험을 들어주고 월급을 줘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있는가? 공부도 안 하고 현장 경험도 없는 청와대 참모들이 어떻게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을 그렇게 쉽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존속해야 한다. 한번 망가진 경제를 다시 세우기는 어렵다. 입으로는 규제 완화와 철폐를 앵무새처럼 지저귀면서 새로운 규제를 끊임없이 만드는 이 정부는 마치 ‘언행 불일치’를 행동 지침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 노동자 중 노동조합조직 대상 근로자는 2,031만 명이다. 이 중 254만 명만이 노조에 가입했고 노조조직률은 12.5%에 불과하다. 즉 민노총과 한국노총이 모든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들 중 대기업에 속해서 억대 연봉 받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간사를 맡은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 원이 넘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준다는 지표는 찾기 어렵다”라고 했다. 또한 최저임금이 고용 감소로 연결된다는 주장에 대해 “고용이 악화된다는 지표는 확인하기 어렵다.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임금노동자 규모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라고 한다. 민주노총 부위원장이며 최저임금위원회 간사의 시각과 생각이 이렇다. 양대 노총 간부들은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 입장을 전혀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다. 노조 간부들에게 그들이 직접 투자한 작은 가게나 공장을 운영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그렇게 1년만 경영해본 뒤에도 최저임금을 올리고 주 52시간을 고집하는지 보고 싶다. 週 52시간제 강제는 영세 사업자와 노동자 모두를 헤어날 수 없는 깊은 함정에 빠트릴 것이다. 제도가 무리하고 잘못되었다면 수정하는 것도 용기다.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려 살피는 것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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