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예비경선에서 36살의 이준석이 41%의 지지를 얻어 1위를 했다. 2위 나경원(29%)과 3위 주호영(15%)을 큰 표 차이로 이겼다. 가히 혁명적 사건이다.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야 정치인도 놀라고 국민도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26살에 정치판에 들어와서 10년 동안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3번이나 떨어진 하버드 출신의 젊은 피는 비례대표라는 편한 길 대신 지역구인 노원병에서만 3번 떨어져서 정치의 쓴맛부터 배웠다. 국회의원 경험이 전혀 없는 이준석의 당 대표 1위라는 결과는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을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생각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국민은 낡은 정치가 아닌 개혁과 변화 그리고 혁명적으로 새로운 정치인과 정치를 원하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닌 완전히 새롭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정치인의 출현을 기대한다. 기존 정치인은 입만 열면 변화와 개혁을 얘기했다. 그러나 제대로 실천된 것은 하나도 없다.

1950년생으로 72세인 정세균은 “우리나라엔 장유유서(長幼有序) 문화가 있다”, “대선 관리는 경륜 없이 어렵다”라고 이준석에 대해 꼰대 같은 소리를 하고 남의 당 문제까지 걱정해준다. 자기 나이의 절반밖에 안 되는 口尙乳臭(구상유취: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는 뜻)의 청년이 제1야당 당 대표가 되는 걸 칠순을 넘긴 노정객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6선에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으로 행정부를 견제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자리를 바꿔 총리가 되었다. 욕심때문에 국회의장의 명예를 버렸다. 급기야 대통령 자리까지 넘보는 과욕의 노정객의 눈에는 가소롭기 짝이 없는 일일 거다. 오히려 경험이 없는 야당대표가 대통령 선거 준비를 잘못할 것 같으면 속으로 좋아할 일이지 왜 야당 걱정을 하나. 두려운 거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이해 못 하고 나이만 먹는 게 무서울 수도 있다. 세상은 광속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치만 안 변하고 있다. 기업과 국민은 일류인데 정치는 아직도 4류다.

국민의힘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5선의 원내대표 출신인 주호영은 이준석 뒤에 유승민이 있다고 비난했다. 환갑 지난 노련한 정치가가 젊은 후보 뒤에 누가 있어 안된다는 말을 어떻게 선거 유세에서 태연하게 할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구태정치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수 야당을 변화시키고 개혁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준석이 압도적으로 예선 1위가 되자 중진들이 본선 투표 후보 단일화를 고민한다. 나이를 먹은 다선의 국회의원들이 부끄러움도 모른다. 당 대표 뽑는데 의원 경력도 없는 어린 후보가 두려운 나머지 각각 4~5선의 네 후보가 당 대표 후보 단일화를 고민한다. 그렇게 변화를 두려워하니 예선 투표에서 당원과 일반 국민이 압도적으로 젊은 이준석에게 표를 몰아 1위를 만들어준 것이다. 민의와 국민의 뜻을 그렇게 모르면서 어떻게 정치를 하고 당 대표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딱한 일이다.

국민은 윤석열의 대통령 자질에 대한 검증과 이준석의 경험 부족을 걱정한다. 특히 여당의 윤석열 걱정이 대단하다. 도대체 여당 후보 이재명과 이낙연과 정세균은 왜 윤석열의 경험 부족과 검증을 걱정하고 “하루빨리 국민 앞에 나와야 한다”라고 성화를 부리는가. 참으로 알 수 없는 현상이다. 자기들이나 관리 잘해서 후보로 나오면 될 일이다. 걱정해도 국민의힘이 하고, 야당 지지자들이 하면 될 일이다. 여당 의원들이 이러는 것은 변화가 두렵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은 상대하기 편한데 새로운 적은 전혀 모르기에 더 무섭다.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젊었던 후보는70년대에 40대 기수론을 외친 김대중과 김영삼뿐이었다. 그들 이후 이준석이 가장 젊은 나이에 당권에 도전하는 셈이다. 대통령은 나이와 관계없다. 경험이 많다고, 많이 안다고 잘할수 있는것도 아니다. 정의롭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정상적인 판단 능력만 있어도 대통령직은 할 수 있다. 유능한 장관을 포함해 국민의 공복으로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공무원들의 말을 알아듣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만 있어도 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진영으로 대립하는 모습이 20세기 초의 한반도 상황을 다시보는 듯하다. 이런 때 대한민국 대통령은 차라리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고 계파도 없이 오로지 국민만 보고 국익만 생각하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국민은 새로운 인물을 요구하는데 변함없는 인물들이 선거 때마다 나온다.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 역대 한국의 대통령은 나름대로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성공한 대통령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적 경험이 많고 검증도 충분히 해서 잘할 것 같았는데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은 전지전능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그런 대통령을 원했기에 오히려 만기친람하는 제왕적 대통령이 되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지금은 정치 혁명이 필요한 때다. 만일 36살의 이준석이 야당 당 대표가 된다면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기존 정치판을 뒤엎는 정치 혁명이 된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다가 잘린 검찰총장 출신이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도 정치 혁명이다. 지금 국민이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책임지고 미래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의 출현이다. 말로만 하는 변화와 개혁이 아닌 실체적으로 보여주는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당장 6월 9일과 10일에 열리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본선 여론조사가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과연 국민이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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