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정 박사
구미정 연세대학교 실내건축(구 주거환경학) 박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회색 티셔츠와 청바지가 트레이드마크이다. 옷 고르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그는 역설적이게도 출퇴근에 2시간을 소요한다. 실리콘밸리 북부 페이스북(facebook) 본사가 있는 곳 근처에 살 것 같지만, 집은 한 시간 떨어진 샌프란시스코 도심 지역에 있다. 이를 보고,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 모종린 교수는 이처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살고 싶은 도시, 즐기고 싶은 도시의 비밀은 문화적 매력에 있으며, 그 매력을 가진 도시를 ‘라이프스타일 도시’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문화는 창조산업을 유치하는데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특히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환경이 중요해지고, 재택근무에 대한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다른 어느 때보다 거주지, 즉 집과 그 지역사회가 중요해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보헤미안 문화는 우버, 에어비앤비, 트위터 등을 키워냈고, 시애틀의 카페문화는 스타벅스를, 포틀랜드의 아웃도어 문화는 나이키를 탄생시켰다.

스웨덴의 대표기업 이케아를 탄생시킨 곳도 스웨덴 남부, 인구 72만의 작은 도시, 스몰란드이다. 이케아 고양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 스몰란드의 풍경은 이케아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척박한 자연환경에 비해 검소한 스몰란드 사람들은 화려한 장식보다 저렴하고, 기능성이 뛰어난 가구를 원했고, 그러한 지역주민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작한 작은 가게가 오늘날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이케아이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은 인구 15만에서 1,000만 명 사이의 중견도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990년대 후반의 벤처붐으로 조성된 강남과는 대조적으로 가로수길, 홍대, 이태원 등이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부상하였다. 이런 공간들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최근은 연남동, 성수동, 문래동으로 새로운 지역문화를 형성하고, 젊은 예술가, 음악가, 로컬산업가 등을 끌여들이고 있다.

제주도도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 섬, 휴양도시 등의 이미지였다면 오늘날 젊은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제주도를 즐긴다. 한라산보다는 올레길을 걸으며, 문어라면, 전복김밥 등을 먹고, 제주맥주 브루어리를 방문한다. 오죽헌으로 대표되던 강릉은 우리나라 커피문화의 대표지이다. 2000년대 초반 강릉에서 핸드드립커피로 유명세를 탄 보헤미안과 테라로사는 그 주변을 커피산업의 메카로 키워냈고, 지금은 전국단위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강릉은 강원도에서 관광객수 1위의 도시이다.

일산 대화동에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상호 협력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고 한다. 전국 유일하게 경기도에 조성, 운영되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하지만, 하드웨어인 토지를 개발하고 공간을 건설하는 것이 지자체의 몫이라면, 소프트웨어인 사람, 기업을 끌어드리는 것은 도시의 역할이다. 창조적인 환경을 위한 고양시만의 유니크한 도시문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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