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지난 4월 17일 국내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도지코인 한 개의 거래금액만 17조 원이 넘어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을 뛰어넘었다. 3월 3일 경실련은 문재인 정권 4년 동안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7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영끌 투자’로 벌어진 현상이다. 경기는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 정부 정책에 따라 가격이 오를 것 같다는 사인이 나오면 투기가 벌어지게 되어있다. 진보 정권이 집권하면 집값부터 올린다. 노무현 정부(2003~2008)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도 부동산가격 폭등이 일어났다. 시장 논리에 의해 작동하던 주택시장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억누르기 때문이다. 오르는 건 당연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동산 정책 입안자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기 때문이다. 한번 하면 실수지만 두 번 하면 바보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모호하다. 투기든 투자든 자본을 투입하여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지만 투기는 ‘기회를 엿보아 큰 이익을 보려는 것. 즉, 불확실한 이익을 예상하여 행하는 사행적 행위’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은 수많은 집 없는 서민을 ‘벼락 거지’로 만들었다. 강남의 고가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집 없는 서민은 절대 자기 집을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 동향조사와 KB국민은행 시세 정보 등에 따르면 서울의 30평형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2017년 5월 6억4천만 원에서 2021년 1월 11억4천만 원으로 5억 원이나 올랐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30대 평균 연봉은 약 4500만 원이다. 10년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4억5천만 원이다. 지난 4년간 30평형 아파트 상승가격에도 못 미친다.

부동산가격 상승은 당연히 전세가도 올렸다. 전세가 상승으로 저소득층은 2년 계약기간 동안 아무리 열심히 저축해도 전세가 상승분을 메울 수 없게 됐다. 월세도 내는 반전세 제도는 세입자 부담을 가중시켰다. 부동산가격 상승은 국민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 강남 고가아파트가 평당 1억 원이 넘어 2억 원에 육박하는 곳이 생겼다. 다주택 장관 후보자와 고위공직자들이 강남 집은 남겨두고 다른 곳의 아파트를 처분하여 ‘강남의 똘똘한 1채”라는 말을 만들며 강남아파트 수요는 폭증했다. 그 결과 전국의 아파트 가격 격차는 역대 어느 때 보다 가장 크게 벌어졌다. 문재인 정권이 노리는 건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켜 있는 자와 없는 자를 더 심하게 갈라치고, 퍼주기 정책으로 부족한 세수를 부동산 세금으로 충당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정상적인 저축으로는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진 청년과 서민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실체도 없는 가상화폐에 빠지게 됐다. 정부가 투기를 권장한 꼴이다. 젊은 청춘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가상화폐로, 주식으로, 무리한 주택매입으로 갈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 문재인 정부다. 부동산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전세마저 살 수 없게 만들었다. 사전에 숱한 문제점과 불합리성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부동산 3법을 밀어붙였다.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구워 주겠다”던 무책임한 김현미 장관은 어디 갔는가? 후임 변창흠 장관은 자기 부하직원이었던 LH 직원들이 신도시 계획을 미리 알고 투기한 것 때문에 정책을 펴보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대통령은 그런 와중에도 부동산가격은 안정적으로 잡혀가고 있다고 장담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든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은 2021년 1월 신년사에서 부동산가격 폭등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무능하고 무책임하다. 국민이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번 상승한 가격은 하방 경직성으로 인해 웬만해서 내려가지 않는다. 거품이 꺼져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도 실물은 남아있지만,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실물이 없이 처참한 상처만 남긴다. 일론 머스크 말 한마디에 춤을 추는 도지코인과 중국 금융당국의 가상화폐 현금화와 거래 완전 금지에 따라 폭락하는 가상화폐에 목을 맨 수백만 국민의 손실은 도대체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마이너스 대출까지 동원한 ‘영끌 투자’를 한 젊은 영혼들의 정신적 황폐와 금전적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왜 위험 자산에 투기했냐”라고 나무랄 텐가? 불빛 보고 달려드는 한여름 밤의 부나방같이 너무 큰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국민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금융당국이 없다.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 나라의 영혼 없는 관료는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충견들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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