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이 있다. 즉 윗사람이 하는 일을 아랫사람이 본받는다는 말이다. 청문회에 나온 장관 후보자만 욕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울산 부정선거 개입 등의 의혹과 본인 가족 문제도 떳떳하지 못한 것이 많으니 장관들도 자신의 잘못은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다.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말은 “아무리 오래되어도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라는 뜻이다. 지난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보고 많은 국민은 분노했다. ‘소득 주도 경제’로 망한 자영업자의 고통과 부동산값 폭등으로 인한 집 없는 서민들의 좌절감은 모르는 체하고, 코로나 백신이 없어 언제 마스크 없는 일상으로 돌아갈지 몰라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진정한 위로의 말과 사과 대신 자화자찬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거친 막말을 쏟아내는 북한에 대해서도 굴욕적인 태도로 북한 바라보기만 하는 대통령이 변하기를 바란 것이 애당초 무리였다. 마치 지난 4년간 본인이 만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다 온 사람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만 했다. 차라리 나서야 할 때 입을 다물고 모른척하던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청와대라는 구름 위에서 살면서 혼자 밥 먹고 외부 세계와 단절하고 사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무능한 대통령의 임기가 1년이나 남았다는 것이 국민에게는 큰 고통이다.

공자의 제자 憲이 스승에게 부끄러움(恥)에 관해 물었다. 공자께서 “邦無道 穀 恥也(방무도 곡 치야)"라고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없으면 국록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뜻이다.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렇다. 道가 없으면 정의와 염치가 사라진다. 최근 국무총리와 5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렸다. 이들이 많은 공직자의 참모습인지 아니면 일부러 이런 사람들만 뽑아서 국민의 염장을 지르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국무총리 후보인 김부겸 부부는 자동차세와 과태료를 내지 않아 32차례나 차량이 압류됐다. 딸·사위 가족의 '라임 특혜 펀드' 의혹에 대해 본인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보기와 너무 다른 김부겸 후보의 파렴치함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의 뜻을 알게 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결격사유가 드러났다. 이전 정권 같으면 공직자로서 부끄러운 사실이 밝혀지면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났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서는 자진해서 물러나는 인간이 없다. 지난 4년 동안 무려 29명의 부적격자를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대로 장관에 임명했다. 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됐다.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염치(廉恥)라는 말을 많이 한다. ‘廉恥’는 ‘廉操(염조)와 知恥(지치)’의 약자다. ‘청렴하고 지조를 지키고 수치심을 아는 것’을 뜻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서 아무리 ‘혼밥’을 먹고 세상일에 무관심한 대통령이라도 진정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뻔뻔하게 그러는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이 그러니 제대로 자격을 갖춘 어느 누가 이런 정권의 장관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대통령이 염치를 모르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데 아랫사람이 굳이 스스로 그만둘 수 없는 일이다.

부동산 정책 등 정부 경제정책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몇 번이나 사표를 던지는 시늉만 냈다. 마치 직을 걸고 할 말은 한다는 식으로 몇 번이나 국민을 속였다. 최근에는 내년도 강원도 도지사 공천을 염두에 두고 국민 대신 정권에 대놓고 충성한다. 비겁하고 무능하고 염치가 없는 간신이 따로 없다.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과 교통법규 위반과 과태료 체납 등으로 일곱 차례나 차량이 압류됐던 박범계, 아들 군대 특혜의혹의 추미애 등 법무부 장관들이 일반인도 하지 않은 범법행위를 일삼고도 장관직을 수행했다. 이 또한 염치없는 짓이다. 검찰총장 물망에 올랐던 ‘정권의 충견’ 소리를 듣는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현직 중앙지검장으로서 사상 초유의 기소를 당했다. 하지만 조직이나 후배들 보기 부끄러워 절대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럴 염치가 있는 인간이었다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민주화 운동 이력을 가진 이들을 유공자로 지정해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취업 혜택 등을 주자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국민은 지금도 누가 5.18 민주화 유공자인지, 정확한 인원은 몇 명인지,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자랑해야 할 국가 유공자를 무슨 이유에선지 밝히지 않는다. 분명히 밝힐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대중 정권에서 과기부 장관을 지내고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영환 전 장관 부부가 민주화 유공자증을 국가에 반납했다. “민주화는 특정인이 아닌 모든 국민이 함께 만든 것인데 민주화 운동을 앞장서서 했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우려먹고 혜택을 받아야 하느냐?”고 국가 유공자 권리를 포기했다. 대한민국 초유의 일이다. 염치가 있기 때문이다. 염치를 모르는 인간들에게는 정수리에 차가운 물을 쏟아부어 정신을 차리게 했고, 국민에게는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앞으로 이런 정치인과 공직자가 많아져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염치없는 정권이 저지른 폐해가 너무 광범위하고 깊다. 잘못된 것을 고치기는 새로 만들기보다 더 어려운 법이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문재인 정권과 같은 만행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다시는 염치없는 공직자와 정치인이 나올 수 없도록 국민이 깨어있어야 한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경종을 울려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있다. 여전히 부끄럽고 염치없는 이력의 장관 후보자는 뻔뻔하게 청문회에 선다. 만약 청문회를 하면 정치할 자격도 안 될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한 법안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염치없는 공직자는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단호한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힘을 보여주고 잘못된 것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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