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가 끝났다. 야당의 압도적 승리다. 〈荀子〉 ‘王制’ 편에 君舟民水(군주민수: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요즘말로 대통령이 잘못하면 탄핵하고 정권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무서운 말이다. 〈孟子〉 에는 ‘順天者興 逆天者亡(순천자흥 역천자망)’이란 말이 있다. ‘하늘의 뜻에 따르면 흥하고 하늘의 뜻을 거스르면 망한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민심이 천심'이라 했다. 이번 선거는 오만을 넘어 방자하기까지 한 민주당을 국민이 냉정하게 심판한 것이다. 정치인은 승자와 패자를 불문하고 선거가 끝나면 민심의 무서움을 알았다고 한다.

민심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오래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무섭다. 쉽게 변하고 변덕스럽기에 무서운 것이다. 1년 전, 누적된 경제 실정과 조국 사태로 참패가 예상된 총선에서 민주당은 코로나 덕에 국회 174석이라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이후 민주당은 보이는 게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상례를 깨고 17개의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야당과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대기업을 옥죄는 ‘공정경제 3법’과 검찰개혁을 빙자한 ‘공수처법’, 임차인 보호 명목의 ‘부동산 3법’을 거침없이 제정했다. 많은 국민이 반대했음에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급기야 운동권 자녀들의 입시와 취업에 혜택을 주기 위해 ‘민주화 유공자’법 까지 제정하려 했다. 민주당의 눈과 마음에 야당과 국민 따위는 없었다.

건국 이래 이런 일이 처음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기막힌 우연이 없다. 꼼짝없이 민주당의 폭주와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궐선거를 치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희망을 봤다. 국민의힘 유세장에서 연설한 20대들은 공정과 정의를 외치고 민주당의 내로남불에 대해 피를 토하듯 함성을 쏟아냈다. 20대 남자는 60대 이상보다 더 강력한 지지를 야당에 보냈다. 정의롭고 현명하다. 나라의 미래를 보았다. 국민의힘은 자기들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민주당도 왜 참패했는지 잘 안다. 이렇게 서로 깨끗하게 승패 원인을 인정한 선거도 드물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국민 앞에 사과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했다. 내로남불도 인정했다. 몰염치하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추행으로 물러난 시장에 대해 일말의 부끄러움이라도 있다면 당헌을 바꿔가면서까지 후보를 내서는 안 될 일이다. 깨끗이 사과하고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보궐선거는 지더라도 내년 대통령 선거를 기약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라를 위해서는 정말 다행이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해서는 안 될 일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처절하게 패배했다. 역설적으로 국민이 느낀 바가 많다. 천운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아직도 1년 남았다. 무능과 실정에 따른 잘못을 꼽기에는 열 개의 손가락이 너무 적다. 지난 4년 동안 잘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나지 않는다. 임기 초 탁현민의 연출로 김정은, 트럼프와 쇼를 몇 번 한 것 말고는 제대로 어떤 통치행위를 했는지 기억에 없다. 중요한 순간에 대통령이 안 보인다. 청와대에 걸려있다는 ‘춘풍추상(春風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과 같은 처신만 했다면 절대 내로남불 시비가 없었을 것이다. 청와대에 있는 2주택 이상 가진 공직자가 솔선수범했다면 LH 사태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능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지도 않는 이유로 백신 구매를 미룰 때 대통령이 한마디만 했어도 1조의 예산도 안 들여 백신 구매계약을 맺었을 것이다. 지금은 웃돈 1조를 더 주고도 구할 수가 없다. K-방역을 자랑한 대통령은 백신 접종 세계 102번째와 접종률 111번째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이렇게 하고도 선거에서 이기기를 바란 게 더 화가 난다.

이제 뜨겁고 마음 졸이던 선거가 끝났다. 프랑스 대통령 드골은 “정치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정치인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다”라고 했다. 그래서 선거가 있다. 정치인에게 선거는 승부의 문제지만 국민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나라를 새로 만들기보다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기가 더 어렵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까지 1년도 안 남았다. 나라가 제대로 서려면 유권자가 시퍼렇게 살아있는 눈으로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정치인이 오만방자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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