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인생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 삶의 과정이 등산과 닮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똑같은 산이 없다. 사람 얼굴이 다 다르듯 산도 같은 산이 없다. 흙으로 된 육산(肉山)과 바위로 된 골산(骨山)이 있고 만년설로 덮인 히말라야의 설산(雪山)이 있다. 지리산은 대표적인 육산으로 품이 깊고 넓어 어머니 같은 산이다. 날카로운 바위산인 설악산은 골산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아버지 같은 산이다. 히말라야의 8,000m가 넘는 14개의 산은 신과 같은 존재다. 여기에 오르는 것은 모든 산악인의 로망이다. 하지만 아무나 오를 수 없다. 준비된 사람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정치도 등산과 같다. 시의원부터 대통령까지 높고 낮은 차이일 뿐 똑같이 정상에 오르는 일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시의원이 북한산에 오르는 일이라면 대통령은 에베레스트 급으로 봐야 한다. 북한산에 오르는 것과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과 좋은 장비 그리고 등반기술과 다양한 등반 경험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능한 셰르파다.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양정철, 탁현민과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왔다. 대사를 도모했을 것이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서 대통령이 되었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및 홍장표 경제수석 그리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수 많은 586 셰르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에베레스트에 오른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산할 때가 됐다. ‘적폐청산’과 ‘소득주도성장’을 내걸고 정신없이 오르기만 했다. 전임 대통령과 대법원장 등 수많은 적폐세력을 감옥에 넣은 것과 경제성장 대신 경제 파탄과 부동산값 폭등만 일으키고 벌써 내려갈 때가 된 것이다. 올라갈 때 옆에서 도와주던 동지들은 이미 다 곁을 떠났다. 도와줄 사람 없이 오로지 혼자 힘으로 내려와야 한다. 경험 미숙과 체력 고갈로 제대로 내려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대부분의 산악사고는 하산길에 발생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모르고 올라가면 하산길에 체력이 떨어져 다리가 풀리기 때문이다. ‘편 가르기’와 ‘남 탓’만 하다가 총체적 난국만 남기고 내려가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30개의 공약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 청와대가 아닌 광화문에서 근무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으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유일하게 지킨 것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라는 약속이다.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정치적 소신도 철학도 의지도 없었던 것 같다. 자기가 약속한 공약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모가 써준 것을 읽기만 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문재인에게 "정치를 하지 말라"고 했다. 친구인 노무현은 문재인의 능력과 자질과 성격을 정확하게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대통령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탁현민이 연출하고 연설비서관이 써준 대로 읽기만 했다. 결정적으로 나라가 혼란해서 대통령이 정리를 해줘야 할때는 절대 나서지 않는다. 비겁하다.

지난 4년간 뜬금없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자영업자는 망하고 부동산 정책은 24번이나 실시해도 집값은 치솟았다. 다락같이 오른 집값은 세금 폭탄으로 국민 머리에 떨어질 것이다. 원성이 높아도 대통령은 말이 없다. 검찰이 대통령 측근 비리와 원전 경제성 조작 등을 수사하자 1년 이상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싸웠다. 이때도 대통령의 목소리는 안 들렸다. 코로나 사태로 국민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거리 두기하고 마스크 쓰고 영업을 안 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백신을 제때 구매하지 못했다. 구매한 백신도 부작용이 많아서 불안해하는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이다. 이것을 세계에서 102번째로 접종하는 나라가 되었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창피하다. 전 국민이 ‘아스트라’ 성능에 대해 불안해할 때 대통령과 모든 장관 그리고 정은경 청장이 먼저 솔선해서 접종하여 국민 불안감을 잠재워야 했다. 대통령은 최초 접종자 옆에서 웃으며 구경했다. 희한한 풍경이다.

국민은 대통령이 지킨 유일한 약속인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살게 됐다. 전임 대통령 둘은 아직도 감옥에 있다.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평당 1억이 넘는 아파트에 살게 됐다. 집 한 채 갖고도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모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절망에 빠뜨렸다. 세계 최고의 기술과 안전성이 입증된 원전을 대통령 말 한마디로 폐쇄했다.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산자부는 자료도 조작했다. 특혜와 비리 의혹의 태양광은 전 국토를 덮었다. 친구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해 선거 개입도 했다. 법을 어겨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조국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라고 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치기 위해 무리하게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고 1년 6개월 만에 법무부 장관을 3명이나 교체했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은 백기 투항했다.

“남의 눈에 눈물 내면 내 눈에는 피눈물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딸과 아들 의혹 및 측근들의 비리가 결코 이전 정권보다 가볍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곧 임기가 끝날 문재인 대통령의 하산길이 걱정된다. 체력은 고갈되고 장비는 잃어버렸다. 유능한 셰르파도 없다. 에베레스트에서 다치면 동료들은 부상자를 남겨두고 먼저 내려간다. 어설프게 도와준다고 같이 있다가 모두 죽기 때문이다. 먼저 하산해서 헬리콥터를 보내 구조해야 한다. 그러나 기상이 안 좋으면 헬기도 뜰 수 없다. 임기를 1년여 남긴 국정은 총체적 난국이다. 대통령이 쫓아낸 검찰총장은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다. 다리는 풀리고 상처도 깊은데 도와줄 사람이 없다. 오로지 혼자 힘으로 내려와야 한다. 무사히 내려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퇴임 후 자신은 “잊히고 싶다”라고 했다. 참으로 무책임하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어떻게 잊히길 바랄 수 있는가? 절대 잊어서도 안 되고, 잊혀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영원히 남겨야 할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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