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고양일보] 온 나라가 LH공사 직원의 부동산 투기 문제로 시끄럽다. 당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벌어졌을 뿐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것이다. 고양이 보다 더한 살쾡이에게 고기 덩어리를 주고 “먹지 말고 잘 지켜라”라고 한 것과 같다. 눈앞에 있는 고기를 못 먹는 살쾡이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것이다. 돈이 뻔히 보이는 개발 정보를 알고 있는데 땅을 사지 않는 것은 LH 직원에게는 오히려 바보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내부정보로 투기를 해도 아무런 감사와 제재를 받지 않았기에 그만큼 양심이 무뎌져서 당연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아둔한 사람만 자신과 가족 명의로 샀을 것이다. LH 직원들조차 차명으로 땅을 사지 누가 본인 이름으로 사겠냐고 조롱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년 10월 1일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거대 공기업이다.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공급, 도시의 개발·정비, 주택의 건설·공급·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국민 주거 생활의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LH 임직원 수가 2020년 말 기준 9566명이다. 2019년 말 기준 매출액이 20조를 넘고 당기 순이익이 2조2447억원이다. 남자 직원 평균 연봉만 8100만원이 넘는다. 4대 보험과 복지비용 등을 감안하면 더 많은 인건비가 들 것이다. LH는 '개인 소유의 땅을 강제로 살 수 있는 토지수용권, 신도시 등 택지 개발에 대한 독점개발권 및 논밭이나 그린벨트 등 토지 용도를 바꿀 수 있는 용도 변경권' 등 3대 특권을 가진 무소불위의 조직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조직이다. 이런 전횡으로 돈을 벌어 연말이면 직원들에게 몇천만원씩 성과급 잔치를 한다. 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돈 버는 장사니 절대 손실이 날 수 없는 구조다. 정부가 최대 주주니 간섭하는 주인도 없다.

국민권익위에서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4년 내내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정책실패로 인한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김현미가 물러나고 LH 사장이던 변창흠이 후임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되었다. '구의역 사고 관련 막말'과 '특혜 채용 의혹' 및 '편향된 부동산 인식' 등의 문제로 국회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부적합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의 원칙대로 임명을 강행했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문재인 정권과 밀월관계였던 참여연대와 민변이 LH 직원의 투기 문제를 폭로하여 전 국민이 알게 됐다. 결함이 많아 임명을 반대했던 변창흠이 국토부 장관이 안 되고 3기 신도시를 졸속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일이다.

LH 직원이 9566명이라는 사실도 전 국민이 알게 됐다. 놀랍다. 도대체 그 많은 직원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은 임직원 16,902명이 전국 1062개의 지점에서 일한다. 4대 시중은행 중 인원이 가장 적은 하나은행 직원 12,683명은 전국 775개의 지점에서 일한다. 도대체 왜 9566명이나 필요한가? 주인이 없어서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개발시대에 만들어진 공공기관이다. 민간자본이 부족했던 시대에 정부 주도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지금은 민간기업과 민간자본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다. 기능을 다 한 공공기관은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한다.

부정부패 문제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정부의 해결 능력과 방식이다. 정치권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은 인명사고가 나면 기업대표가 징역형과 벌금을 내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인과 법조인이 가혹하고 현실성이 없다고 아우성쳐도 밀어붙이고 있다. LH 임직원 2명이 목숨을 끊었다. 수천만명의 국민이 LH 직원들의 투기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LH의 지분 85.48%는 정부 소유다. 행정부 대표인 대통령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 2기 신도시 투기 문제는 검찰이 조사해서 많은 투기꾼을 구속했다. 이번 사건은 국토부와 정부가 자체 조사해서 일주일 만에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존에 밝혀진 13명 외에 추가 투기자는 7명뿐이고, 청와대에는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참으로 국민을 우습게 보고 무시하는 처사다. 국민이 과연 믿으리라 생각했을까. 국회의장까지 지낸 국무총리의 발표는 소가 웃을 일이다.

3기 신도시 건설도 중요하다. 그러나 변창흠 아니면 안 될 일도 아니다. 그렇게 시급하지도 않다. 철저한 수사,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게 먼저다. 부정한 수익은 몰수하고 철저하게 벌을 주는 일벌백계의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공정하고 공평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변창흠의 사표를 받고 시한부로 장관직을 유지 시키고 있다. 신현수 민정수석과 노영민 비서실장 때도 그랬다. 문 정권은 문제가 있는 각료와 책임자에게 즉각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 남의 적폐 처리는 가혹하리만치 신속하고 철저 하지만 자신의 문제는 모른척한다. 수사전문가인 검찰은 배제되었다. 왜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 때처럼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추상같은 명령을 내리지 않는가. 철저한 수사를 못하는 것은 내 뒤가 구린 탓도 있을 것이다. 이미 민주당 의원 6명이 땅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서 조사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소급해서 한단다. 또 남 탓이다. 몰염치와 남 탓으로 4년 세월을 보낸 정부다.

기능과 역할이 끝나고 시대적 소명을 다한 LH는 대폭 축소되거나 해체해야 한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개발의 큰 그림은 국토부가 그리면 된다. 도시개발은 민간자본과 건설회사의 기술로 충분하다. 기업의 수익은 사회에 환원되고 재투자 될 것이다. LH는 수익이 나면 직원들 배만 불린다. 어떤 방법이 정의고 공정한지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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