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니스트
박종호 칼럼니스트

마침내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표를 썼다.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엄정하게 수사해달라”고 특별히 발탁한 지 1년 8개월 만이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조국 가족 부정수사,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 공작, 라임·옵티머스 사태,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등 정권에 치명적인 사건들을 수사하자 추미애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윤석열을 사퇴시키기 위해 직무 정지까지 시키며 모질게 다그쳤다. 586이 실권을 쥐고 있는 여당은 공수처만으로는 불안해서 ‘중대범죄 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해 검찰의 수사권까지 박탈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가 막히게도 이 법을 발의한 사람들은 검찰 수사를 받는 현역 의원인 피의자와 피고인들이다.

​모든 시스템은 제도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이를 집행하는 사람이 문제다. 윤석열은 과거 검찰이 했던 것처럼 여당 편을 안 들고 정의의 사법 칼날을 여권의 심장 깊숙이 찔러 넣었다. 목 밑까지 시퍼런 칼날이 들어온 대통령은 불안해서 윤석열을 내칠 수밖에 없었다. 사법시험 9수 끝에 검사가 된 내공 깊은 윤석열이 아니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모를 임기 내내 가혹하게 받으며 견뎠다. 그런 윤석열도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는 음모를 조용히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제 윤석열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자의든 타의든 뛰어들 수밖에 없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원흉으로 지탄받던 인물이 야당의 유일한 대권후보가 되었다. 온갖 부정과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재난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빚을 내고, 선거에 이기기 위해 돈을 뿌려대는 문재인 정권에 저항하고 탄압받은 정의와 공정의 화신이 되었다. 여당의 비난과 공격이 거셀수록 윤석열의 지지도는 반비례해서 높아졌다. 여론 조사에서 빼달라고 해도 1등이었다. 일개 검사를 하루아침에 대통령 후보로 만든 건 문재인 정권이다. 조국과 추미애와 박범계가 일등 공신이다.

​장기간 칩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 윤석열이 사퇴 3일 만에 LH 직원 부정투기에 대해 입을 열었다.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며 “이런 말도 안 되는 불공정과 부정부패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나”라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도저히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는 검사본능이 발현된 것이다. 8일 ‘한국 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차기 대권 주자 적합도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32.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얼마나 우리 사회가 공정과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심한지 보여주는 조사다. 정치하겠다는 말도 안 했는데 여권의 이재명과 이낙연과 비교조차 안 되는 1등으로 나왔다.

​이제 윤석열이 갈 길은 하나밖에 없다. 그가 검찰총장으로서 수없이 말했던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일이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한 문재인 정권에 대항해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는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주의 대한민국 76년 역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돼서 무너진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시장경제의 틀을 다시 세우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경제와 국방, 교육과 외교 및 문화 등은 전문 행정가에게 맡기면 된다.

그동안 전권을 휘두르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가 되어왔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윤석열은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헌법을 수호하는 법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기존 정치권에 빚이 없는 대통령은 공평하고 공정하게 행정부를 통제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유명무실해진 삼권분립도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논공행상에 따른 낙하산 임명도 없을 것이다. 행정부의 수많은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문재인 정권에서 무너진 대한민국의 기본틀을 다시 세우면 자연스럽게 권력 분산도 이룰 수 있다. 정의로운 윤석열을 국민이, 시대가, 역사가 부르고 있다. 영웅은 난세에 탄생한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다. 천명을 받아들이고 역사적 소명을 옴 몸으로 받아 대한민국을 위해 역사 앞에 기꺼이 한 몸 바칠 때다. (20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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