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경 아티스트, "다양성 넘치는 세상에서 존중하며 공존하는 것이 필요"
이원경 아티스트, "다양성 넘치는 세상에서 존중하며 공존하는 것이 필요"
  • 구자현 발행인
  • 승인 2021.03.04 15: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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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이원경 아티스트
설치미술가 이원경 아티스트

구자현 발행인: 오늘은 설치미술가로 활동을 하고 계신 이원경 아티스트를 만나 보겠습니다. 자신에 대한 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원경 아티스트: 안녕하세요. 저는 설치미술가 이원경입니다.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서 회화(서양화)를 전공하였고, 그 이후에 설치미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대에 진학할 무렵엔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그림을 완벽하게 그려내는 능력을 연마하기 위해 미대입시를 준비해서 회화과에 진학했지만, 학과 공부에 임하게 되면서 생각을 어떻게 이미지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학업내용이 저를 서서히 변화시켰습니다. 그래서 만화가가 되는 꿈은 접어두고 회화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그림을 그리다가 현재는 설치미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 발행인: 코로나19로 인해서 국민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최근에 힐링을 주제로한 전시로 관람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는데 작품에 대한 설명부탁드립니다.

이 아티스트: 최근 전시는 이태원의 카라스갤러리에서 설치작품과 드로잉작업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전시의 작업에 앞서 현재의 작업을 생각하게 한 파리이응로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제가 작업을 하는데 큰 틀이 되는 생각을 형식과 내용으로 표현한 것을 말해 보겠습니다.

"나는 금속 와이어를 뜨개질 기법으로 엮어 형태를 만든다. 금속의 차갑고 단단한 특성이 뜨개질이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질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물에 나는 자연물의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식물의 요소로써 형태를 만들고 또 다시 다른 성격을 부여하고자 동물이나 유기체의 느낌으로 제작한다. 원래 직립하여 자라는 식물은 이미지가 전환되어 비행하거나 움직이고 있는 듯한 동물의 이미지로 공중에 설치되어 고정된다.

이렇게 다른 성격을 끊임없이 중첩하여 여러 가지 특성을 한 몸체나 한 주제의 작품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그저 다르기만 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일뿐만 아니라 완전히 반대되는 특성이 공존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처음 누군가를 만날 때 그가 나와 다르면 불편함을 느끼며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우리가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될 것은, 차이(다름)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색을 만나게 되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불편함으로 느껴지던 특성들에 잠시만 판단을 보류해 보자.

하나의 정체성하고만 나를 동일시한다면, 나는 미움, 혐오, 그리고 배척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며 악한 것이 아님에도 그 타자가 나쁘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그것은 분명 폭력을 수반한 감정이며 헛된 판단의 부유물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특성이나 대상과 만나게 될 때, 두려워하거나 배제하는 것 대신, 우리는 가능한 한 그 모든 특성들을 다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다양성이 넘치는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존중하며 공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구 발행인: 인간관계는 많은 역동이 생기는데 이것은 상대방의 다름의 문제보다 나의 수용력의 문제일수 있겠네요. 인간은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생각이 형성되므로 서로간의 다름은 당연한것인데, 다름을 수용하게 되면 서로 공존할수 있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네요

이 아티스트: 맞습니다. 이런 생각의 표현으로 제 작업의 큰 틀을 만들어 나간다면 전시를 하게 되는 분기나 개인전마다 각각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작은 의미들이 가지를 형성하게 됩니다.

고래
이원경 아티스트가 '소원을 들어주는 분홍고래전'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카라스갤러리에서는 두 가지의 설치 작품과 24점의 드로잉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분홍고래展'은 몇 년 전 한 종교기관과의 인연으로 구약에 등장하는 큰 물고기 <요나의 고래>를 작품으로 제작한 바 있다. 이 작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몇 개월간 나는 사전 조사를 통해 실재로 고래 뱃속에 들어갔다가 구조된 사람들의 기사를 접하게 됬다. 그 기사를 통해 거대 생명체의 소화 작용과 경험자의 호흡 곤란 등의 위급했던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풍랑의 바다에 투신한 요나를 안전하게 육지로 이동시켜주는 ‘보호처’로서의 역할로 등장한 구약의 큰 물고기를 고래로 해석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하지만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는 작품 <요나의 고래>에서 종교적 의미는 남겨두고, 제작 당시에 그 작품을 통해 느꼈던 안전한 보호처로서의 고래의 의미를 다시 가져와 분홍색 고래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작품을 제작할 무렵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 위기로 얼어붙은 경제상황과 인간관계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고대하던 해외전시의 지연 등 여러 방면으로 힘들었던 상황에서, 나 자신은 물론 이웃과 우리 사회 너머 전 세계가 다시 활기찬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또한 이번 작품 <분홍고래>는 말 그대로 분홍색을 띄고 있다. 분홍색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색이기 때문에 은빛 분홍색을 사용하여 이번 작품을 구성하였다. 특히 전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람하는 많은 분들과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려는 염원과 소원을 표현하는 ‘나의 소원 적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제공되는 분홍색 리본 끈에 자신의 소원을 적고, 연락처(전화번호)를 함께 적어 넣으면 그것을 격자 틀에 리본으로 묶어 분홍고래와 함께 전시를 했고, 전시가 끝난 후 추첨을 통해 많은 분들을 선정하여 작가가 직접 만든 “B·Heart” 브로치를 경품을 보냈다."

구 발행인: ‘소원을 들어주는 분홍고래전’을 잘 이해할수 있는 답변이네요. 특히 관람객들이 코로나19의 현상황의 어려움을 극복할려는 자신의 염원과 소원을 분홍색 리본으로 표현하고 추첨을 통해 이원경 아티스트가 직접 만든 작품을 선물로 받았다면 작가와 관람객이 서로 공존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네요. 한 화면이나 한 주제의 작품에 여러 가지 특성이 공존하는 상황을 연출하는건데 예전에 전시했던 여러개의 줄기를 지나 무유하고 부유하는... 의 작품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이 아티스트: 저는 한 화면이나 한 주제의 작품에 여러 가지 특성이 공존하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내가 진행하고 있는 설치작품에선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선재(알루미늄와이어)를 따듯하고 부드러운 뜨개질 기법과 만나게 하거나 식물성의 소재를 동물이나 유기체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직립하여 솟아나는 식물은 횡으로 부유하듯 동물의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그것은 이 다양성이 넘치는 세상에서 나와 타인이 서로 함께 살아가고 존중하며 공존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특성을 ‘좋다’, ‘싫다’라는 성급한 판단으로 두려워하거나 배제하는 것 대신, 여러 가지 특성을 특성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입니다. 설치작품인 ‘여러 개의 줄기를 지나 부유하고 부유하는...’은 이런 생각을 좀 더 세부적으로 담고 있죠. 우선 종의 다양성에서 이미 갖추고 있는 공존의 방식이 어떻게 사람에게도 이로운지를 살펴봅니다. 대량생산방식으로 수확된 농산물은 구획된 토지에 조밀하게 경작되므로 토양의 양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하나의 ‘종’ 만을 키우기 때문에 해충의 다량발생으로 인한 농약의 다량살포 또한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연농’ 방식은 말 그대로 자연 상태처럼 여러 종을 넉넉한 토지에서 경작하므로 양질의 토양으로부터 영양이 풍부한 수확물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 각 종이 서로에게 해충방지 역할을 해 주므로 농약 사용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때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소 못생긴 형태의 농산물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양이 풍부하고 농약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기 위해 나는 작은 씨앗이나 열매모양의 형태를 ‘어글리(ugly)’한 모양으로 만들거나 전혀 씨앗의 느낌이 아닌 이질적인 형태로 제작하기도 합니다. 설치작품 ‘여러 개의 줄기를 지나 부유하고 부유하는...’은 이렇게 식물의 다른 종, 다른 특성이 공존하는 상황에서의 그들 지혜를 작품 안에서 구성하고 있죠.

이원영 아티스트
이원경 아티스트

구 발행인: 생태학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네요. 앞으로 진행할 설치미술 작품에 대한 계획도 설명해주세요.

이 발행인: 드로잉 작품 ‘B·Heart’ 시리즈는 내가 앞으로 설치 작품으로 진행할 다음 프로젝트입니다. 여러 해 동안 작업을 해 오면서 ‘진심으로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이란 측면에서 늘 외부를 향하고 있던 관심이 나 자신에게로 옮겨오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죠. 그것은 무언가를 만나서 그것을 알게 되고, 수많은 요소들 중에 하나의 선택에 이르게 될 때, 이 선택을 유도하고, 이 선택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머리인가, 가슴인가...', 혹은 '머릿속의 뇌인가, 가슴 안의 심장인가...'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당연히 그것은 정확히 양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삶에서, 어떤 의외의 순간에 알아차리고 후회하게 되었던 그런 수많았던 선택의 기로에서 심장이 요동치는 반응에 대해 나 스스로 정말 냉랭하게 반응해왔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된다는 일종의 압박이 존재하는 삶에서 다수가 옳다고 여긴다거나 비교적 안정적인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으로 나 스스로를 타자화 하고 있는 상황을 발견하게 되었죠. 또한 심장이 반응한다는 건 지극히 감정적인 것이란 생각으로 그런 순간들에 항상 머릿속의 생각만을 우선시 해 왔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을 생각해 보면 ‘심장’은 ‘뇌’ 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에 좋은 신호로 작용하면서 나의 삶에 현명한 안내자 역할을 이미 해오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중요한 순간에 그것이 무엇이든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죠. 이성적인 판단을 우선시해야 하는 사안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문제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감성적 판단보다는 이성적 판단을 중요시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에서 자기 자신이 솔직하게 따라야 하는 것은 자신의 심장이 전해주는 신호, 그러니까 조금 더 감성적 요소에 대한 지지의 결과가 개인에게는 보다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부터 나는 이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심장인 듯 뇌인 듯 약간은 모호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죠. 여기서 ‘B·Heart’는 ‘뇌(brain)’와 심장(heart)’을 동시에 이르는 말입니다.

구 발행인: 우리는 살면서 이성적 판단을 최우선시하는데, 그러나 자신에게 좀더 솔직해지고 자신의 심장에서 전달되는 좀더 감성적인 요소를 근거로 한 판단이 보다 현명한 판단일수 있겠네요. 동감합니다.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지만 무조건 이성적 판단을 최우선시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설치미술가라는 것이 손으로 하는 작업이 많지만 전시를 보니 특히 작품을 만드는게 너무 어렵지 않나 생각이드네요. 설치미술가로서의 꿈은 무엇인가요?

이 아티스트: 제 원래 전공은 회화(서양화)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어떤 당위성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설치미술이라는 장르를 만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장르는 제가 보기에 그냥 이미지의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게 회화라는 장르에서 전개되든 설치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든 작품을 이어가는 큰 흐름과 뿌리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면 그 이미지를 평면(회화)으로 표현해 보는 게 좋겠다, 또 어떤 이미지는 입체로 담아보면 더 효과적이겠다, 뭐 그런 생각으로 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설치미술을 하면서 추구하는 바는 그렇게 구체적이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막 시작하게 된 유럽에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 보는 것이 되겠고요,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어떤 전시 공간이나 제작환경에 대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마음껏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원영
이원경 아티스트

구 발행인: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예술분야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텐데 어떤가요?

이 아티스트: 저의 주변을 살펴보면 코로나 여파로 문화센터나 교육계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 그룹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어렵게 되어 그 만큼의 경제활동을 진행해나가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젊은 작가들의 경우 그간 진행 해 오던 많은 일들이 지연되면서 택배 배송업체에 임시 근로 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주 단편적이므로 사실 상상하기 어려운 곤란함을 겪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의 경우는 지난해인 2020년 유럽 한 국가의 미술관에서 국제전에 초대되었었는데 아쉽게도 2022년도로 그 행사가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경제적으로는 이전해와 비교해 크게 힘든 상황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하며 큰 전시가 미루어지면서 작업의 역량이 꺾이게 된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구 발행인: 신축년에 이루고자 하는 소원이 있을까요?

이 아티스트: 우선 올 한해 수행하게 된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잘 마칠 수 있기를 바라고, 이미 계획된 미술관과 상업 갤러리 에서의 전시가 안전하게 잘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가 이렇게 무사히 지나가고 내년엔 지금은 모든 문이 닫혀있는 유럽의 또 다른 국가에서 진행되는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이미 그곳에서 예정된 전시도 무사히 마쳐 활동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구 발행인: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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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2021-03-10 16:36:05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