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정 연세대학교 실내건축(구 주거환경학) 박사
구미정 연세대학교 실내건축(구 주거환경학) 박사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두둥둥두둥... 베이스기타 소리로 시작되는 퓨전 판소리 가락에 맞춰 한복도 아닌, 현대 의상도 아닌 옷을 입고 여러 명의 무용수가 발을 삐끗거리며 움직거린다. 작년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한국 관광 해외 홍보 동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한국의 리듬을 느껴봐)' 시리즈 중 첫 번째 서울 편이다.

무용수들은 청와대, 리움미술관, 덕수궁 등 서울의 관광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춤을 춘다. 1분 36초밖에 불과한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5천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서울 이외에도 부산, 목포, 강릉, 전주, 안동 등 6개 도시를 각각의 다른 리듬과 안무로 보여주는 이 캠페인 영상들은 총 3억 뷰 이상에 달한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이 영상은 다양한 밈(meme; 모방을 통해 전해지는 문화요소)을 만들어 내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자국민인 한국인들에게도 현대화된 전통문화라는 관점에서 신선함을 제공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얻을 수 없는 시각적 경험을 얻기 위해 여행을 한다. 그리고 그 ‘일상과 차별화되는 경험’이란 여행객이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형성되고 기대하는 이미지이다. 파리 에펠탑에서 로맨틱한 자세로 사진찍기,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서 맥주 마시기, 로마 스페인광장에서 오드리 헵번처럼 젤라토 먹기 등 정작 거주민들은 하지 않는 관광객들만이 하는 행위와 그들의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는 전략적으로 브랜드이미지를 구축하고 끊임없이 노출하여 방문객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도시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건축환경(built environment), 상징적 행사(hallmark event), 유명인(famous personalities)이라는 세 가지 유형이 필요하다고 한다. 건축환경이란 파리는 에펠탑,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과 같이 그 도시를 나타내는 단 하나의 건축물이거나, 베네치아와 같이 물과 어우러진 도시라는 집합적 이미지를 말한다. 그러나, 고양시 나아가 우리나라는 도시, 국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단 하나의 건축물이 부재한 듯하다. 몇 해 전,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된 박람회의 한국 주빈국 행사를 기획하면서 주최 측에서 요청한 행사 홍보용 한국 대표 건축물 사진에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런 건축환경과는 달리 고양시에는 꽃박람회라는 대표적인 행사가 있다. 1997년 시작되어 20여 년간 이어져 온 이 행사는 매년 봄에 고양 호수공원에서 개최된다. 최근에는 안면도, 대구, 순천만 등 ‘꽃’, ‘식물’과 관련된 유사 행사들이 개최되지만 고양국제꽃박람회는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국제 이벤트이다. 또한 막걸리축제 역시 고양시에서 개최되는 유니크한 행사이다. 막걸리는 최근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세계화 추세여서 이 축제 역시 세계적인 도시브랜드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펜데믹 상황은 전세계적으로 이동에 제약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여행업은 깊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관광으로 인한 경험만큼 온라인에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산업은 없다. 사람들은 언젠가 이동의 안전성이 확보되면 다시금 직접 경험하고 오감으로 체험하기 위해 길을 떠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은 온라인에서라도 도시가 가진 이미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전략적인 브랜딩이 필요하다. 위기가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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