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모습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모습

[고양일보] 전・현직 고양시장 부정선거 관련 ‘사문서위조 등’으로 기소된 김모 씨에 대한 3차 재판에서 ‘검찰의 수사 의지’와 ‘김모 씨 진술의 신빙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재판은 2월 3일 오후 2시 40분경 고양지원 형사 제6단독(판사 권기백) 주관으로 502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권 판사는 검사와 변호인을 향해 “(사설 감정기관에 의뢰하면 이의를 제기할 것이니) 판사가 직권으로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겠다”며 “그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검사와 변호사는 “(표정은 어두웠지만) 이의없다”고 답변했다.

권 판사는 검찰에 대해 지난번 재판(1월 6일)에서 “검찰은 (수사하면서 이행각서 작성자가 누구인지 실제 감정도 하지 않고) 피고인(김모 씨)의 진술만을 근거로 기소했다”며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했다.

또한, 당시 권 판사가 “(김모 씨 지문과 이행각서상 지문을 비교하면 간단한 일이므로) 이행각서에 날인된 지문에 대한 감정을 왜 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검찰은 “지문감정 의뢰에 비용이 많이 들어 진행하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서 검사는 “수사검사에 의하면 사본은 감정이 곤란한 것으로 들었다”고 변명했다.

이날 권 판사는 검사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것같이 “(검사에게) 감정을 의뢰한 적은 있나? 아니면 국가기관(국과수 등)에 감정을 문의했더니 안된다고 답변받았나?”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검사는 합당한 발언을 하지 못했다.

이에 권 판사는 “본인(판사)의 지문을 내 자리 옆에 있는 아크릴에 남기고, 국과수에 본인 지문 여부를 의뢰하면 국과수는 이 아크릴이나 판사의 지문을 직접 가져가서 감정하지 않는다”며 “아크릴판의 지문과 본인의 지장을 사진으로 찍어 가서 감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은 검사의 보충 증거 제출과 변호인의 다음 기일 답변으로 2차 재판은 싱겁게 끝날 것으로 보였으나, 차기 재판에 판사 본인의 인사이동 가능성이 있다면서 판사가 직접 피고인(김모 씨)을 증인석에 세우고 직접 신문을 했다.

권 판사는 사문서위조라는 자백에 대한 신빙성을 조목조목 신문하면서 그 진정성의 진의를 따졌다.

재판에서는 판사는 피고인의 사문서위조를 의심하고, 죄지었다고 자백한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 사문서위조범이 맞다고 주장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판사는 죄를 묻고 피고인은 발뺌하는 일반적인 재판과 너무 다른 양상이었다.

판사는 먼저, 이행각서를 위조한 사람(김모 씨)이 위조할만한 실익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모 씨는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서 우쭐하는 마음에서 위조했다”고 답변했다. 고양시민이나 관계인에게 심히 중대한 내용(전·현직 고양시장의 불법선거)인 이행각서를 단순히 우쭐하는 마음으로 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파주시 문산에 있는 자기 집 컴퓨터로 이행각서 원본을 위조했다고 하면서 그 컴퓨터가 집에는 없고 아마 사무실에 있는 것 같다고 진술한 점도 거론했다. 1차 재판에서도 거론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 컴퓨터가 2차 재판정에 와서도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점이다.

셋째로, 위조 시기에 대해서 오늘은 추석 이후에 했다고 했으나, 지난번 검찰 수사에서는 2월에 했다고 진술했다고 권 판사는 지적했다. 자신이 이렇게 중대한 죄를 지으면서도 그 시기가 가을인지 겨울인지조차 헷갈린다는 것도 납득가지 않는다.

넷째로, 이재준 시장과 최성 전 시장 대리인 이모 씨 직인란에 본인의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서 빨간색 스탬프로 직접 찍었다고 했으나, 원본 사진이 있다는 압수된 휴대폰에 있는 사진에는 검은색 직인이 찍혀 있었다. 그렇게 권 판사가 지적하자, 김모 씨는 휴대폰에는 원본을 복사한 것을 다시 사진 찍은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다섯째로, 김모 씨는 위조한 원본을 휴대폰으로 찍어 공무원(전모 씨)에게 보내고 원본은 본인이 직접 파기했다고 했으나, 이 부분도 별로 신뢰할 만하지 않아 보인다.

권 판사는 마지막으로 “국과수 감정 결과, 이행각서 지장이 피고인(김모 씨) 본인의 것이라면, 사문서위조 등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고, 만약 본인의 것이 아니라면 피고인이 재판부와 수사기관을 기만한 죄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결국 어느 쪽으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피고는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전·현직 시장(이재준・최성) 간 밀약인 이행각서(2018. 4. 30. 작성)를 증거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두 사람을 고발함에 따라 고양지청이 지난해 1월 22일 수사를 착수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를 9개월이나 끌다가, 지난해 10월 13일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 최성 전 시장은 증거불충분 혐의없음 ▲ 이재준 현 시장은 참고인 중지 ▲ 최성 전 시장 보좌관(이모 씨)은 해외 도피로 기소중지)했다. 다만, 이행각서를 위조한 김모 씨(59세, 남성)를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죄(이하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것으로 종결했다.

김모 씨의 사문서위조 등의 처벌로 사건이 끝날 예정이었던 재판이 2차 재판(21년 1월 6일)에서 이행각서 당사자인 이모 씨(최성 전 시장 보좌관, 해외 도피 중)가 이행각서에 찍힌 지문이 본인의 것임을 주장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다음 재판은 3월 12일 오후 2시 20분에 502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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