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사회적 기업 '크레몽' 오은강 대표
예비 사회적 기업 '크레몽' 오은강 대표

[고양일보] “교육은 통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아일랜드 출신 시인이자 극작가 W.B 예이츠의 말이다. 통에 뭔가를 채운다는 것은 채우는 사람이 주체다. 통(학습자)은 그저 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존재다. 주입식 교육이 연상된다.

(학습자의) 마음에 불을 붙이는 것이 교육의 본질에 더 가깝다면 방법이 문제겠다. 어떻게 학습자의 마음에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쉽지는 않겠지만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이런 고민과 연구를 반영한 교구(敎具)를 개발해 이를 실천하고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 있다. ‘크레몽’이라는 소셜벤처 스타트업이다.

크레몽을 창업한 오은강 대표(43)는 “공부가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되고 재밌어야 한다”는 교육 철학을 가진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 출신이다.

입시 위주에 매몰돼 있는 학교 수업만으로는 자신의 교육 철학을 실천하기 어렵다고 판단, 학교를 뛰쳐나와 ‘크래몽’을 창업했다.

김명숙 기자: 예비 사회적 기업인 크레몽의 대표적인 상품이 있다면?

오은강 대표: 저의 교육 철학을 사업에 녹여낸 대표적 상품이 기능성 보드게임입니다. ‘사회문제 해결 보드게임’ ‘역사 스토리 보드게임’ ‘다문화 이중 언어 카드게임 및 동화시리즈’ , ‘지역관광 보드게임’ 등은 지난 3년간 우리 회사가 만든 대표적인 교구 상품입니다.

김기자: 각 보드게임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오대표: ‘사회문제 해결 보드게임’은 사회적경제, 사회적가치를 이해하기 위한 첫 단계로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보드게임입니다. 또한 ‘역사 스토리 보드게임’은 지역사회의 역사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 보드게임입니다. 학교에선 학생들이 시험 위주로 역사 교육을 받다 보니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떤 역사 문화유산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제가 역점을 두고 하는 사업은 다문화 가정을 위한 이중언어 교육사업입니다. 이중언어 교육을 게임을 통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쏙쏙러닝 이중언어 시리즈’를 개발했습니다. 사실 이 분야는 사업성만을 따진다면 매력이 크지는 않습니다.

11개 국어로 즐기는 감정카드 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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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 다문화 이주여성은 모국어를 아이들에게 교육하나요?

오대표: 한국의 다문화 이주 여성들을 자신들의 모국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거의 금기시 되어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은 변화 있긴 하지만 아직도 많이 힘들어하죠. 이주 여성들도 자신의 언어로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너는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을까요? 그들에게 한국어는 외국어에요. 내 모국어로 사랑을 듬뿍 담아서 아이에게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기자: 이중언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이 되는데?

오대표: 다문화 가정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2개 국어를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너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는 ‘한국말부터 배운 다음에 배워라’라고 말하죠. 그때는 너무 늦어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죠. 저는 이 점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제가 만약에 외국 남성이랑 결혼을 한다 해도 전 제 아이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주었을 거에요. 이주 여성들도 마찬가지죠. 물론 한국에 시집을 왔으니 한국문화에 동화되어야 하는 것도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도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도 우리를 이해하면서 서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첫 번째는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죠.

김기자: 요즘의 다문화 가정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면?

오대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많은 문제점이 생겨요. 이건 한국의 어느 가정도 마찬가지지만 다문화 가정은 더 크게 다가오죠.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엄마와 아이들 간의 갈등이 언어에서 오는 겁니다. 아이들은 한국말이 서툰 엄마가 창피하고, 엄마는 아이들에게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만, 이주 여성들에겐 외국어인 한국말로는 그 마음을 다 표현하기가 힘든 거죠. 여기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김기자: 그러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오대표: 아이들도 이해해야 해요. 엄마는 외국 사람이잖아요. 당연히 한국말이 서툴죠. 주변 친구들이 너희 엄마 한국말 못한다고 놀리면 당당히 말해야 해요. “그래! 우리 엄마는 한국말 잘못해. 하지만 우리 엄마는 베트남말 잘한다? 나도 베트남말 잘해!”라구요. 그런 점에서도 어릴 때부터 이중언어 교육을 해야 합니다.

김기자: 그래서 개발하신 것이 이 제품 “쏙쏙러닝”인가요?

오대표: 네. 엄마가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고 싶은데 마땅한 교구재가 없는 실정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으로 엄마 나라의 언어를 가르치면 아이들이 재미없겠죠. 재미있게 게임하면서, 엄마랑 놀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의 모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쏙쏙러닝 동화 시리즈, 사진은 동화를 읽고 게임을 하며 베트남어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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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 :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중잣대 문제도 있다고 보는데?

오 대표 :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에도 큰 차이가 있어요. 솔직히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면이기도 합니다만, 여기서 말하는 다문화 가정에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주한 여성들이 구성하는 가정은 제외됩니다. 여기에는 주로 동남아 이주 여성이 꾸리는 ‘다문화 가정’을 지칭한다고 봐야 합니다.

김기자 : 다문화 여성이 가정과 사회생활상의 애로점은?

오대표 : 동남아 이주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가정 내에서는 가족과 자녀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고, 가정 밖 시선도 극복해야 하는 2중 과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이 문제는 결국 다문화 가정 스스로 극복도 해야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 우리 회사에서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중언어 교육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 대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고자 사회적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오 대표가 그간 학교에서 이런 미션을 수행해 왔다면 앞으로는 교육사업을 통해서 자신의 사회적 미션 수행을 이어갈 참이다.

김기자 : 다문화 가정의 갈등 해결방안은?

오대표 : 우리 사회는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다문화 가정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도 지자체도 교육 당국도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겠지만 결국 많은 부분을 다문화 가정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태어난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에 다문화 가정 부모가 이중언어(한국말과 엄마 나라의 말)를 완벽하게 습득해야 합니다.

김기자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오대표 : 2030년경에는 우리나라 신생아의 많은 수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우리나라 미래 발전에 중요한 자원이 될 것임이 틀림없죠. 우리 국민과 다문화 가정이 서로 함께 이해하고 보듬고 공존해야 합니다.

크레몽과 오은강 대표가 ‘이중언어교육’에 집중해 이들을 지원하면서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다는 것이 남다르다. 요즘의 사회에 발맞추어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다는 느낌을 오늘 인터뷰를 통해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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