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일보] [고양산책5] 추억과 애환이 담긴 구 일산역

현재의 경의중앙선 일산역이 2009년에 새로 지어지면서 1933년에 지어진 원래의 일산역은 폐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 건물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오래된 건물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294호)으로 지정됐습니다. 옛 일산역 건물은 2015년 고양 일산역전시관으로 단장해 시민들에게 일산역의 역사를 알리고 다양한 문화행사와 전시회를 여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은지 88년 된 일산역은 오랜 풍상의 세월과 인고를 겪은 백발 노인의 한 평생처럼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장소입니다. 특히 일산역이 독립운동의 유적지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일산 장날을 기해서 대규모의 만세운동이 펼쳐진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감시의 눈을 피해 독립 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향하거나 반대로 서울도 잡입하는 통로로 일산역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반면 일제는 일산역을 통해 양곡을 강제로 공출해 갔으며 젊은 남성들을 강제로 징용해 전선으로 내몰고 젊은 여성들을 후방의 군수공장으로 보내거나 일본군의 위안소로 끌고 갔습니다.

일산역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일산시장이 있고 일산시장 주변으로 일산 5일장이 섭니다.  일산장은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장으로 일산역이 생기자 대화동에서 섰던 향시인 사포장을 흡수해 더 큰 장터로 발전했습니다.

고양 일산역 전시관을 찾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전시관은 임시 휴관 중이었으나 관리자의 양해을 받아 잠시 둘러보았습니다.

전시관은 일산역의 역사와 추억을 담고 있는 작은 박물관이자 갤러리입니다. 전시관의 입구는 원래의 역사 입구 반대편에 있습니다. 이곳에는 경의선 부설 과정과 일산역의 과거를 보여주는 옛 사진, 연표, 글, 동영상, 모형들이 있어 일산역의 역사를 금방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전시관 앞 나무 데크에 설치된 역명 안내판은 압록강 철교를 지나 중국 단동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경의선 철로를 달리던 디젤기관 모형 앞의 포토존이 있고 금방 눈에 띄는 빨간색의 ‘느린 우체통’은 방문자가 엽서를 넣으면 1년 뒤에 배달되는 특이한 우체통입니다.

전시관 안에는 역무원 유니폼, 모자, 수신호기, 기차표 발권기, 기념 스탬프 등이 있고 테이블에 책들도 눈에 띕니다. 이곳은 과거만 추억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시민작가 전시회를 열고 문화아카데미 등 각종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시관 관리자 김가영씨는 “태극기 만들기 프로그램, 느린 우체통 엽서 쓰기, 역무원 체험, 발권 체험을 할 수 있고 시민작가 전시회를 수시로 열고 책장과 테이블을 준비해 미니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전시관 앞 야외테크에 있는 간이테이블에서 한가하게 책을 볼 수 있습니다.

일산역전시관은 기찻길공원과 연결돼 있습니다. 전시관을 나와 경의선과 나란히 가는 기찻길공원을 조금 가면 작년 12월에 개관한 일산도서관이 보입니다. 벽이 없는 도서관이라 해서 공간이 좁을 줄 알았는데 들어가보니 3층 건물로 내부가 상당히 넓었습니다. 1층에 어린이 자료실, 2층에 종합자료실, 연속간행물, PC 코너가 있고 3층에 종합자료실과 동아리방, 두 개의 나눔터가 따로 마련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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