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서 은퇴경제연구소장
박만서 은퇴경제연구소장

[고양일보]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7%를 넘는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 이후 2017년에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025년엔 20%를 초과하게 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노인 인구의 증가는 국가적으로는 노인복지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의 증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개인적으로는 고통의 증대라는 문제를 야기한다.

2000년대 들어서 고령화사회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면서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 한 가지 질문이 추가되었는데 이는 “지금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대표적인 것이 ‘돈 없고, 아프고, 일 없고, 외롭고’로 요약되는 노인의 4고’(苦)이다.

이 중 2가지 이상이 겹치면 자살을 생각해 본다고 한다. 노인 자살률이 일본을 제치고 1위가 된 지 벌써 12년이 넘었다. 노인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린 압도적 1위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사실은 퇴직 시기인 60세 전후에는 노인 빈곤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퇴직 즈음 60세부터 66세까지 약 6여년 간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일까?

그동안 자녀들의 결혼자금과 자신의 노후자금을 맞바꾸어 온 누적된 결과가 바로 이 시기에 이르러 빈곤으로 그 방향이 전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방향 전환을 막고 균형 잡힌 인생 후반전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4가지 영역에 대해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곧 재무, 건강, 일 그리고 여가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인생 후반에 반드시 닥치게 되어 있는 위험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첫째, 생각보다 오래 사는 위험이다. 우린 생각보다 오래 산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놀랍게도 85세 전후 혹은 오래 살면 90세까지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심각한 오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0년 평균수명은 62.3세(남자 58.7세, 여자 65.8세)였다. 2017년 평균수명은 82.7세이다(남자 79.7세, 여자 85.7세) 47년 동안 20.4세가 늘어났다. 평균 2~3년에 한 살꼴로 수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평균수명은 영‧유아 사망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일찍 사망한 사람이 모두 포함한 수치이다.

영국의 미래학자인 레이 하몬드는 ‘2030년의 세계’라는 보고서에서 유럽인의 수명이 130세가 될 것이라고 하였고 우리나라 차병원의 차광렬 박사는 20년 내 평균수명 130세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준비 없는 장수는 재앙에 가깝다

둘째, 저금리, 저성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금리는 언제였을까? 1979년에서 1980년, 때는 바야흐로 고성장의 시대. 칼라TV를 생각해 보라! 만들면 팔리는 시대였다. 1년 정기예금 이자율이 25%였다. 1백만원이 있으면 단리로 4년이 지난 후에는 원금의 2배가 되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18% → 12% → 7%로 계속 내려가더니 지금은 1.5% 수준이다. 가까운 일본의 제로금리가 남의 일이 아니다.

많은 은퇴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을 통해 한 달에 100만원이라도 노후자금을 만들기를 원한다. 금리가 10%였을 때는 1억 2천만원이 필요하지만, 금리가 1.5%인 지금은 8억원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금리가 다시 올라가지 않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 보면 그럴 일은 거의 없다. 고성장시대에는 고금리가 답이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역시 저금리가 답이다. 시대에 맞는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자녀 위험이다. 자녀를 사랑하는 만큼 모든 것을 해주고 싶겠지만 고령사회에서는 사랑은 마음으로만 표현하기로 하자. 자녀의 결혼자금으로 대출까지 사용하는 부모들이 있다. 현역일 때는 대출금을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를 만드는 경우가 있지만, 은퇴 후 대출은 개인파산의 지름길이 된다.

많은 부모가 자녀를 위해서 유산으로 현금 얼마를 남겨 주든지 혹은 집이라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결코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신의 부모가 자신에게 현금이나 집을 준다고 알고 있는 자녀들의 70%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유산은 집이나 현금이 아니라 은퇴 후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여가를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진행 중이다. 전쟁 이후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태어나 오직 앞만 보고 달려와 지금은 지위도, 자산도 정상의 자리에 서있는 이른바 양봉세대라 불리는 이들의 은퇴가 주목받는 것은 전 세대와는 또 다른 은퇴가 와있기 떄문이다.

은퇴는 인생에 있어서 황혼기가 아니다. 인생의 전환기이다. 여기에는 경력도 능력도 나이도 중요치 않다.

위험은 아무도 모르게 어두운 모퉁이에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힐끔거리며 자태를 드러낸다.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준비해 보자. 은퇴 후의 삶도 나의 삶이다. 현재를 사랑하는 것만큼 내일도 사랑하자!

박만서 은퇴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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